[시승기] 제네시스 G70, 프리미엄에 2% 부족한 이유
[시승기] 제네시스 G70, 프리미엄에 2% 부족한 이유
  • 홍성국 인턴
  • 승인 2017.11.15 08:24
  • 조회수 6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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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현대자동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했다. 에쿠스 후속 모델 격인 EQ900(해외명 G90)을 시작으로 G80 그리고 올해 9월 G70까지 제네시스의 세단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제네시스의 시작을 알린 EQ900은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에쿠스의 후속 모델이다. 사골 모델인 체어맨을 제외하고 국산 유일의 기함 세단이다. EQ900은 현대 특유의 정숙성과 탁월한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다. 또 다듬어진 고급감으로 회장님의 차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제네시스 모델 라인업은 기존 현대 제네시스 DH를 제외하면 EQ900이 유일했다. 별도의 딜러십도 없었다. 이에 너무 성급하게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현대차의 고가차를 모아 놓은 모양새였다.

제네시스 G80, 현대 제네시스 DH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계획된 수순대로 차곡차곡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고급차의 정석대로 모두 후륜구동 기반이다. 2016년 7월 현대 제네시스 DH의 부분변경 모델인 G80을 출시했다. 실내를 조금 더 고급스럽게 꾸미고 전면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작은 변경일 뿐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상상이상이었다. 새로운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출시 이후부터 올 8월까지 매달 3000대를 훌쩍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7년 9월 제네시스의 스포츠 세단인 G70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넉 달 앞선 5월 스팅어가 국산 최초 GT카로 여러 매체의 극찬을 받은 바가 있어 G70의 만듦새 또한 기대가 컸다.

제네시스 G70은 G80보다 한 급 아래의 C 세그먼트 세단이다. 2.0L와 3.3L 터보 가솔린과 2.2L 디젤엔진 등 3가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춘 인테리어


G70은 전체적인 소재에서 고급감을 살렸다.


G70은 고급감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우선 차량에 다가가면 제네시스 로고 모양의 웰컴 라이트가 반겨준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와서 느껴지는 감각이 정말로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를 이루는 거의 모든 부분을 가죽으로 마감했다. 좌석과 도어 패널에도 퀼팅을 했다. 프리미엄 차급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감이다.

프리미엄은 오디오도 달라야 한다. G70은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기어 레버 앞쪽 수납공간에는 12V와 AUX 단자와 USB 포트가 제공된다. 그 오른쪽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를 마련했다. 센터페시아를 차지하고 있는 공조기 조작 버튼과 다이얼은 쓰기 좋게 나열되어 있다. 그 위쪽에 달린 멀티미디어 버튼은 부드럽게 눌린다. 역시 쓰기 편하다.

뒷좌석 중앙은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있다. 후륜 구동의 특징이다. 이로 인해 센터 콘솔의 공간은 형편없을 정도로 작다. "기어 레버 옆쪽의 빈 공간을 이용해 수납공간을 추가로 확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G70의 뒷좌석 공간은 생각보다 많이 작다. 퀼팅이 돋보이는 시트.


부족한 건 수납공간뿐만이 아니다. 스포티한 거동을 위해 차체 길이를 줄이는 바람에 뒷좌석 공간이 상상 이상으로 좁다. 무릎 공간은 사실상 아반떼만큼도 안 되는 것 같다. 사실상 체급으로 보면 G70은 아반떼 급인 준중형 크기다. 게다가 센터 터널로 인해 가운데 좌석은 거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 쿠페형으로 루프라인을 깎으면서 머리 공간도 턱없이 작다. 캡 모자를 쓰고 뒷좌석에 앉으면 정수리가 아프다. 1열 시트 포지션을 낮춰 놓기까지 해서 뒷좌석 승객은 발 둘 공간 조차 없다. 2열엔 몸집이 작은 어린이가 타는 게 고작일 것 같다.

G70과 경쟁해야 할 BMW 3시리즈와 비교해도 실내 공간은 문제가 있다. 뒷좌석이 좁은 차로 유명했던 3시리즈조차 시장에 요구에 맞춰 뒷좌석을 늘려가는 추세다. G70의 뒷좌석을 이렇게까지 희생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G70의 각종 실내 사진


뒷좌석 공간이 좁긴 하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엠블럼 효과를 보지 않고 상품 자체로 놓고 바라보면 BMW∙아우디∙벤츠의 동급 모델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편의장치 옵션을 상당히 좋아한다. 일례로 국내에서 벤틀리 SUV인 벤테이가 차종이 매달 수십 대가 팔린다. 시작 가격이 3억5000만 원이다. 그러나 평균 판매가는 옵션 추가가 많아 4억 30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네시스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엄청난 패키징 옵션을 마련했다. 3750만 원부터 시작하는 엔트리 트림부터 각종 편의장비로 가격표의 주요 사양란을 메꾸고 있다.

언제나 편안하게, 그러나 때론 과격하게  

맑은 가을 하늘 나들이 갈 때 사용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단, 2명이서 떠난다면 말이다.


제네시스는 G70을 스포츠 세단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 차를 타고 서울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일은 스포츠 세단을 타는 불편함과는 거리가 멀다. 되려 고급스러운 세단의 느낌이 더 강하다. 노면의 잔 진동은 철저히 걸러주고 엔진도 최소한으로 그르렁거린다. 정숙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거기다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속도계와 각종 정보를 전달해준다. 제한속도를 맞추기 위해 고개를 여러 번 아래쪽으로 향할 필요가 없으니 이보다 편할 수 없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액셀러레이터 페달에 발을 가져다 댔다. 꽤 깊게 밟았지만 서서히 엔진 회전수가 오를 뿐이다. 빠른 가속을 위해 시프트다운을 하는 것 따위의 과정은 진행되지 않는다. 컴포트 모드로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선 최대한 거동을 부드럽게 이어나가려는 느낌이 강했다. 신호에 걸리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가져다 댔다. 꽤 밟아도 브레이크가 강하게 차를 부여잡는 느낌은 없다. 언제나 부드럽게 설 뿐이다. 이탈리아 브레이크 명문 브렘보의 명성에 걸맞은 칼 같은 제동력을 기대했지만 한없이 부드러워 다소 당황스러웠다.

이 차에는 3.3L 터보 가솔린 엔진에 현대의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H-Trac이 적용되었다.


지루했던 시내 구간을 벗어나고 뻥 뚫린 대낮의 고속도로를 맞이했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고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줬다. 시내에서 아무리 밟아도 잠잠하던 엔진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온 힘을 바퀴에 전달한다. 4륜 구동 시스템이라 후륜구동에 비해 가속력에서 손해를 봤을 법 하다. 그러나 워낙 작아진 차체 덕분에 스팅어 3.3L 모델과 비슷한 가속 능력을 뽐낸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을수록 입꼬리는 올라갔다. 게다가 액티브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엑셀 페달의 전개량에 맞춰 달팽이관을 즐겁게 해준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액셀러레이터를 아무리 밟아도 잔잔하던 녀석이 스포츠 모드에서는 매우 기민하게 반응한다. 스티어링 휠도 꽤 무거워진다. 기존 현대차의 스티어링 휠은 속도에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차는 무거워져야 할 때와 가벼워져야 할 때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 게다가 노면의 정보가 스티어링 휠을 통해 비교적 확실하게 전달한다.

고속도로를 나와 굽이진 길을 찾아 진입했다. 코너 직전 후륜으로 몰려있던 동력이 선회를 시작하자 네 바퀴에 모두 힘을 보탠다. 그럴 때마다 스티어링 휠은 뭔가 모르게 둔탁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느낌도 잠시. 바퀴가 살며시 미끄러지며 선회를 마친다.



핸들링이나 코너링에서 제네시스 G70은 기존 현대 브랜드와 다른 주행 질감을 보여준다. BMW 출신 엔지니어인 알버트 비어만 영입 효과일까. 어쨌든 현대차는 크게 변화했다. 이전엔 판매만을 위한 차, 즉 옵션을 있는 데로 포함하고 잘 달리지 못하며 고속에선 영락없이 불안한 차를 만들어왔다. 사실 아직 “주행 질감 면에서 독일 브랜드를 거의 따라잡았다”라고 말하기엔 비약이 너무 크다. 100년의 역사를 일순간에 만회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괄목상대'라는 사자성어를 사용함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 아직은 시기상조

현대가 2년 전 출범시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로고


국내 시장에서 EQ900은 매달 1000대 이상, G80은 매달 3000대 이상 팔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국내 시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유럽은 아직 진출조차하지 못했다. 기대를 한껏 부풀린 미국 시장에서도 경쟁 모델인 벤츠나 BMW, 렉서스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경쟁 모델 대비 가격은 30% 이상 저렴함에도 그렇다.

사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을 따지고 들면 어느 하나 제대로 만족시키는 것을 찾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라 한다면 ‘신기술, 아이덴티티 디자인, 브랜드 파워’를 꼽을 수 있다. 단순히 내장재가 고급스럽고 수치상 출력이 높다고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비싼 옵션을 잔뜩 단 '고가차'에 그치고 만다.

우리나라가 주변국에 휘둘리던 갑신정변 때부터 차를 만들어온 독일차 입장에서 제네시스는 당연히 프리미엄도 뭣도 아닐 것이다. 특출나게 내세울 기술 하나 없다. 보기에 좋지만 언제든지 확 뒤집어 DNA를 유지하지 못할 근본이 깊지 않은 디자인이다. 해외 영입파 유명 디자이너의 호불호에 따라 변화무쌍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어느새 출범 2주년을 맞이했다. 2년 만에 세단 라인업을 어느 정도 완성 시킨 것은 대단한 일이다.

전체적으로 차의 완성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확실히 차의 완성도는 현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를 꿈꾸기에는 이르다. 제네시스는 아직 “제네시스(기원)”했다고 볼 수 없다. 이제 남은 도전은 제네시스 SUV 라인업이다. 2020년 전에 SUV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2년 된 제네시스를 애정을 갖고 지켜볼 이유다.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과 적용으로 프리미엄답게 만들고 어디선가 본듯한 해외 영입 디자이너의 시각 이외에 한국만의 디자인 DNA를 보유한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랄 따름이다.

<제네시스 G70의 제원표>

▲제네시스 G70 제원표



홍성국 에티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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