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정상 수입차시장,한국서 BMW·벤츠 독일보다 많이 판다
[칼럼] 비정상 수입차시장,한국서 BMW·벤츠 독일보다 많이 판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10.29 07:49
  • 조회수 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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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와 BMW 등 독일산 고급 세단이 본토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렸다는 통계가 나왔다. BMW코리아는 9월 한 달 동안 5시리즈 세단을 한국에서 약 3200대를 팔았다. 이는 미국 판매량 3600대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게다가 BMW의 본고장인 독일에서의 판매량 1500대보다 무려 2배가 넘는다.

벤츠 E-클래스


메르세데스 벤츠도 한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는 올해 상반기에만 3만7723대가 팔렸다. 벤츠 E클래스의 경우 BMW 5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독일의 판매량을 능가했다. 두 브랜드의 뒤를 이어 럭셔리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의 상당수 모델도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주요 시장으로 등장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도요타·닛산·혼다·푸조 같은 대중 브랜드보다 50% 이상 비싼 럭셔리 브랜드 판매가 절반이 넘는 특이한 현상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가 대중화하면서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모델을 원하는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혼밥족ㆍ혼술족ㆍ욜로족이 늘어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까지 수입차 판매량의 정점을 찍고 더 이상 늘어나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억 원 이상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7.2%에 달했다. 지난해 5.4%보다 무려 1.8%포인트 올랐다. 각 자동차회사가 발표한 통계도 이를 방증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수입차 판매량이 많은 건 그만큼 각 나라의 고급차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아닐까.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빌리티 산업 중 자동차 제조ㆍ판매 비중이 현재의 78.6%에서 59.7%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신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86%에서 22.4%로 비약적인 증가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란 리프트(lyft)의 승차공유, 우버의 차량공유 서비스 등을 망라한 것이다.

테슬라 모델3


또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기존 럭셔리 브랜드에서 전기차 소비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발빠르게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고, GM도 뉴욕에서 자율차 시범 주행을 추진하는 등 전기차의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제 럭셔리카 시장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과 더불어 극소수 마니아의 취미 생활로 전락할 것으로 보여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

수입차 전문가들은 "이미 BMW•벤츠•아우디•렉서스•레인지로버 같은 럭셔리 브랜드 판매는 올해나 내년이 정점일 것"으로 내다본다. 인구 5000만명에 1인당 국민소득 2만8000달러 내외인 한국에서 벤츠•BMW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수입차 1,2위를 질주하는 현상은 비정상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이맘때 거리를 가득 메웠던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는 성난 시민들의 행렬이 수입차 시장에 연상되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일까.

김신 에디터 s.kim@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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