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부진 이유..토종에 뒤진 상품성과 가성비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차와 합작한  ‘베이징현대(北京现代)’는 2002년 생산을 개시한 이래 줄곧 성공 신화를 써왔다. 2015년 4월 중국내 자동차 합작 회사 가운데 최단 기간에 1000만대 누적 판매를 달성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현대기아가 지금까지 누적판매 1000만대를 달성한 국가는 한국(1996년)과 미국(2011년) 2개국 뿐이었다. 중국이 중요한 것은  최단 기간에 1000만대 누적 판매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특히 ‘튼튼하고 연비가 좋다’고 알려져 많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구형 아반떼를 기반으로 하는 베이징시 택시다. 택시 보급대수의 절반 이상이 현대차다.

하지만, 2016년부터 현대기아 중국 판매량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현대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7%나 하락한 것은 중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는 이런 현대차의 판매량 부진의 원인이 한중 관계 속의 정치적인 이유(사드 도입)이라고 알려져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수준일 뿐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대기아 판매량이 중국에서 급감한 근본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현대차가 지난 11일 중국에 출시한 소형 SUV 엔시노(한국명 코나).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 성대한 발표회가 열렸지만 현지에서는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랜드 파워 밀리고, 중국 토종에 뒤처지는 가성비,상품 경쟁력

현대기아차의 중국 부진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부진은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도 비슷한 형태다.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와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  휴대폰 시장 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Strategy Analytics) 발표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무려 0.8%에 불과했다. 올 초 발표한 잠정치에서는 1.7%였지만 확정치가 더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연간 중국 시장 점유율도 2.1%로 9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애플에, 중저가 제품군에서는 중국업체 사이에 껴 ‘샌드위치’가 된 결과다. 애플은 2016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두 자릿수 점유율(11.5%)을 회복했다.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린 일명 ‘배터리 게이트’로 반발을 불러 일으켰지만, 중국 프리미엄 소비층은 아이폰을 선택했다.

중국 브랜드는 이른바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앞세워 성과를 냈다. 지난해 4분기 판매량 10위권에 든 브랜드는 5위 애플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업체다. 중국의 샤오미(小米)는 지난해 4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6.2%로 23.9%를 기록한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전에는 삼성전자가 6년 동안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 1분기부터 샤오미는 고급 브랜드화 전략과 함께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웠다. 이후, 시장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였고, 샤오미는 중국 소비자들의 열렬한 인기 아이템이 되어, 당찬 승리를 거두었다.

중국에서 현대기아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차별화 된 상품이 없다. 여기에 브랜드 파워는 중국 토종 브랜드 취급을 받는다. 즉, 아우디나 벤츠와 같은 브랜드 파워가 없는 상태에서 중국 브랜드와 비슷한 차량을 내놔봐야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는 점이다. 베이징현대나 둥펑위에다기아의 경우, 중국 토종 브랜드에 비해 가격은 비싸고 아우디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에 비해선 브랜드와 상품 가치가 떨어진 다는 것이 중국 소비자들의 대다수 의견이라는 점이다.

 

 

현대차 중국 승리에 도취? SUV 시장 변화 방치(?)한 무책임

2010년 이후 중국에서 SUV 차량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다. 이런 트렌드를 일찌감치 눈치 챈 외국계 자동차 기업들은 곧바로 신모델을 준비해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부터 일본의 혼다, 미국의 뷰익, 중국 토종 자동차인 하발(哈弗,Haval)까지, 재빠르게 중국 SUV 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SUV 인기가 정점에 다다른 지난해야 SUV 신차를 내놓는 등 반 박자 늦게 대응했다.  이미 타 브랜드가 시장을 선점한 뒤였다. 결국 현대기아 신차는 중국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승리에 도취해 미국 등에서 판매하는  ‘글로벌 모델’을 중국에 도입하면서 현지화에도 뒤졌다. 현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결국 짜임새 있는 상품 라인업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판매량 부진으로 이어졌다. 상품 전략의 실패가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대차의 상품전략 실패에도 이를 책임지는 고위 경영진은 없다. 모두 판매 책임으로 몰아간다.

 

현지화 전략 뒤지고..떨어지는 경쟁력

현대기아차는 신차 개발을 할 때 중국보다 북미 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왔다. 중국에서 신형 모델을 출시할 때 북미 시장을 먼저 거친 후에 넘어온다. 상대적으로 합작 경쟁사인 폴크스바겐이나 뷰익은 중국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맞게 중국형 신차를 개발한다.

예를 들면, 폴크스바겐 마고탄(Magotan, CC의 중국 명칭)은 선루프가 없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중국형 모델에는 기본으로 달려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것이다. GM 계열의 뷰익과 같은 외국 자동차 업계도, 본래 가지고 있던 기존 모델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방향을 연구해 중국형으로 개선해 출시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그들만의 캐릭터를 고집하고 있어 중국 소비자의 관심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평이다.  아울러 구입 후 소비자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현대차는 애프터서비스 네트워크와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가 매우 불편했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고객불만 높아지는 품질 문제 심각

현대기아가 중국에서 인기를 잃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품질 문제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0만 위안(한화 약 1,692만원) 정도의 가격대 모델에서 보면, 중국에서 현대기아모델의 부품은 비교적 낮은 사양의 재료가 사용된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의 정교하지 못한 조립 기술과 딱딱한 플라스틱 질감의 내부 인테리어를 불만으로 지적하고 있다. 반면 같은 가격대에서 중국 토종 모델의 인테리어는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에도 밀리는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1~2월 지리(吉利)자동차의 판매대수는 26만4000대로 전년 대비 무려 62%나 증가했다. 중국 전체 판매량 4위로 부상했다.  베이징현대 판매대수(11만3000대)는 전년 대비 29% 감소하며 10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지리자동차의 상승 추세와 현대차의 하락은 뚜렷한 대비가 된다.

엔진 같은 동력 계통에서도 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현대·기아차 모델은 독일이나 일본 브랜드에 비해 기술력이 뒤진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특히 독일, 미국 업체는 새로운 기술을 중국 시장에 가장 먼저 접목시킨다.

중국 톱5 토종 브랜드의 상품성은 이미 현대차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상하이차의 고급 브랜드 롱웨이 대형 SUV RX8의 실내.

2015년 9월 베이징현대가 회심작이라고 내놓았던 SUV  ‘올 뉴 투산(중국명 : 全新途胜(췐신투셩))’은 기대속에 등장했지만  잇단 품질 결함이 문제가 됐다. 2018년 1월  베이징현대는  와이어 하네스,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TCU)에 잠재적 결함 등 이유로 올 뉴 투싼 약 9만7000대를 리콜했다.

현대기아는 이미 외국 브랜드라는 잇점 보다 중국 토종 브랜드와 같은 대우를 받거나 그보다 못한 경우도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기본 옵션이나 인테리어 재질, 디자인에서 이미 중국 토종 브랜드가 더 우세해 중국 소비자들이 현대기아 대신 본토 자동차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현대·기아차의 가장 큰 고민은 지금 판매수치가 바닥을 확인했다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추가로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승승장구할 때 칭찬을 받던 현지화 전략과 상품전략이 ‘현대차 속도(现代速度)’라는 별명답게 개선된다면 반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가장 늦었을 때가 제일 빠를 때라는 중국 고사가 지금의 현대기아에 꼭 필요한 약이다.

 

방대연 에디터 carguy@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