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로 돈 벌고 아이오닉으로 환경규제 피해라
제네시스로 돈 벌고 아이오닉으로 환경규제 피해라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3.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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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양산에 대한 각국의 요구는 거세다.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이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함께 각국의 요구에 맞춰 친환경 차량을 동시 생산하는 추세다. 현대차의 제네시스⋅아이오닉 투트랙 전략이 대표적이다. 도요타 역시 고급 브랜드 렉서스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고급차 전용 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였다/제공=현대자동차


업체 전체 평균 연비를 높이고 친환경성을 강화하라는 각국의 규제는 날로 심해진다. 돈을 벌기 위해 고급차를 만들면 규제를 맞추기 위해 친환경차도 내놓아야 한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와 아이오닉을 연달아 내놓은 이유다.

지난 2015년 11월 4일,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신설하면서 EQ900(구 에쿠스)를 출시했다. 3개월 후인 2016년 2월 11일, 현대차는 첫 친환경 전용차인 아이오닉을 내놓았다.

아이오닉은 현대차가 내놓은 국산차 최초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이다/제공=현대자동차


이 두 차종의 연이은 출시는 우연이 아니다.

예를 들어 EQ900의 연비는 1L에 7.3~8.7km, 아이오닉은 20.2~22.4km다. 두 차종의 평균연비는 13.8~15.6km로 2016년 미국 기업 평균 연비(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이하 CAFE)인 14.5km 범위에 들어간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아이오닉의 동시다발적인 출시는 해마다 늘어나는 친환경차 연구개발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막는다.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연비 및 매연 기준을 맞춘다.

고급브랜드 캐딜락을 운용하는 GM은 전기차 볼트를 출시하는 등 친환경차 개발에도 적극적이다/제공=GM


현대차만의 목표는 아니다. GM이 캐딜락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쉐보레 볼트(Bolt) 출시하고, 도요타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화 추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무엇이 이러한 추세를 조장할까?

지난 2012년 8월 28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완성차 업체들을 모아놓고 CAFE를 결정했다. 1L에 23.2km는 미국 연방정부의 새로운 승용차 평균 연비다. 앞으로 8년 후 미국에서 차를 팔려면, 각 업체는 모든 차종을 합한 평균 연비를 2015년 기준 2배에 달하는 1L에 23.2km를 맞춰야 한다. 유럽연합의 경우 더 심하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기준이 2015년 기준 1km에 130g에서 2020년에 95g으로 낮아진다. 26.9%라는 적지 않은 양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친환경성 강화 추세 앞에 완성차 업체들의 연구개발비용 부담은 증가 추세다.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현재 저유가 환경에서도 일관적인 친환경적인 규제는 맞춰야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연이어 신설되고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 및 친환경차 아이오닉은 이러한 시대적 도전에 맞서 현대차가 내놓은 '답안지'다.

트럭은 마진이 높지만 평균 연비를 낮추는 주범이다/제공=GM


이러한 추세를 바탕으로 현대차의 신제품 개발 추세를 예상할 수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의 '차량 평균 판매단가'(Average Selling Price, ASP)를 높여주는 첫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물론 완성차 업체 기준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트럭(포드의 경우 F-시리즈 트럭 마진이 20%대라고 알려졌다)이나 고급차만 팔면 수익성을 극대화된다.

그렇지만 트럭이나 고급차는 연비가 낮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물론 중국 등 각국에서 벌금을 부과 받는 이유가 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고급차 브랜드 신설은 현대차에게 꼭 필요한 작업이지만, 고급차의 약점인 낮은 연비는 어떻게 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오늘날 시장 환경이 그렇다.

현대차 EQ900이 연비 기준을 맞추려면 아이오닉도 함께 팔아야 한다/제공=현대자동차


싼타페를 비롯해 현존하는 대다수 현대차는 기업 평균연비의 평균치를 맴돈다. 아이오닉과 같은 친환경차가 매년 높아지는 평균연비를 달성하는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경영학에서 나오는 'loss leader'로 수익성은 좋지 않지만 고객을 끌어들이는-이 경우는 미국과 EU의 연비 상향적인 규제를 맞추기 위한-제품을 말한다. 결국 현대차는 EQ900의 경우 아이오닉과 함께 '세트'로 팔아야 미국과 EU의 연비 기준을 맞춘다.

아이오닉 같은 친환경차의 보조대상은 제네시스 브랜드만이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앞으로 5년 이내에 미국에서 경트럭을 개발·생산·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연비 친환경차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진다. 저연비·고마진 고급차 및 트럭, 그리고 이들을 받쳐주는 친환경차 개발이라는 이원적인 제품 개발은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힌다. 현대차 또한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도요타 4세대 프리우스. 도요타는 지난 26년 동안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운용해왔다/제공=도요타


도요타는 지난 26년 동안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운용해왔다. 프리우스를 통해 완성도를 높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요타뿐만 아니라 렉서스 차종까지 주력 옵션으로 내건다.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공할 경우 원가가 높아져서 자칫 가격경쟁력이 악화될 위험이 크다. 그렇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하이브리드 시스템 단가는 떨어지고 친환경성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한 훌륭한 사업 모델이다. 도요타의 이러한 제품전략은 투자가들도 잘 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동차 섹터에서 도요타 주식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반영하는 최첨단 차종은 EQ900이 아니라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다. 이 두 차종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그룹의 전체 연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에 투입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연마시키는 시험 도구다.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반영하는 최첨단 차종은 EQ900이 아니라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사진)다/제공=기아자동차


2020년부터는 별도의 하이브리드 차종만으로는 버거워질 정도로 연비 기준이 높아진다. 그 때가 현대차그룹은 물론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중저가 친환경차에서 갈고 닦은 친환경 기술을 모든 차종에 투입해야 하는 시점이다. 좁고 작아 보이는 실내를 지닌 아이오닉과 니로는 현대차그룹의 최첨단 제품이자 미래다. 오늘날 미국과 유럽을 위시한 정부의 연비 및 매연 기준이 얼마나 완성차 업체들에게 절박한 과제인지를 반영한다.

변화는 도전을 수반한다. 친환경성을 강화하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진다. 친환경차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램 라인 숫자는 항공기보다 더 많다고 한다. 시스템은 복잡해지고 내연기관은 개발은 게을리 할 수 없다. 새로운 친환경차 시스템에도 투자해야 하고 소프트웨어 인력도 모집해야 한다. 수익성 악화는 명백하다.

지난 2015년 3월,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FCA)이 글로벌 IR 회의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연간 R&D 비용이 대중 브랜드는 12%, 고급차는 10% 증가했다. 현대차도 R&D 비용 상승에 따른 이익 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고마진 고급 브랜드 신설이 불가피했다.

산유국 카르텔인 OPEC은 지난 12월, 2040년까지 전기차의 전세계 점유율은 6% 밖에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제공=르노


아이러니하게도 친환경차 개발은 필요하지만 당분간 '재미없는' 사업이다. 저유가로 인해 시장은 SUV와 고급차에 열광한다. 산유국 카르텔인 OPEC은 지난 12월, 2040년까지 전기차의 전세계 점유율은 6% 밖에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저유가 요인 중 하나가 친환경차 시대의 개막을 두려워하는 산유국들의 의도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완성차 업체들은 대외적으로는 불평 없이 이러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그들은 이러한 도전이 중국·인도·브라질 등의 신생 업체에게는 극한 도전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선두 업체와 도전자들 사이의 간격을 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한다.



지난 3개월 사이에 연달아 이뤄진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설립과 아이오닉 출시는, 현대차그룹 역사에서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그들의 첫 답안이다. 결과는 시간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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