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차로 전이된 모터스포츠 하이테크
양산차로 전이된 모터스포츠 하이테크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3.25 14:40
  • 조회수 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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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은 자동차 기술을 키우는 거대한 인큐 베이터다. 모터스포츠를 위해 개발한 새 기술이 양산차 발전에 공헌한다는 사실은 지극히 명백하다. 자동차는 처음 등장했을 때 마차를 대체하는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초기 자동차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발명품이 말보다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서킷은 자동차 기술을 키우는 거대한 인큐 베이터다. 모터스포츠를 위해 개발한 새 기술이 양산차 발전에 공헌한다는 사실은 지극히 명백하다. 자동차는 처음 등장했을 때 마차를 대체하는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초기 자동차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발명품이 말보다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유럽의 강호들이 앞 다퉈 자동차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을 때, 이들은 쇼윈도 안에 차를 전시하기보다는 서킷에서 속도를 겨루는 레이스를 통해 성능을 입증하고자 했다.

승용차의 원조는 레이스카였다는 얘기다. 엔진·서스펜션·디자인 등 오늘날 양산차의 뼈대를 이룬 핵심기술의 상당부분은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오늘날에도 레이싱 엔지니어링은 양산차 개발을 위한 직간접적 시험대로 쓰인다. 레이스 의 현장은 어떤 프루빙 그라운드보다 극한의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대표적인 모터스 포츠인 F1 그랑프리의 경우 2주 간격으로 다른 경기장에서 새로운 머신을 투입해야 할 만큼 순발력 있게 개선이 진행된다. 경쟁자보다 0.001초라도 빨라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기술자들의 탄력 있는 사고방식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레이싱을 경험한 엔지니어들이 양산차 개발로 돌아갔을 때 그들은 매우 빠르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지난 100여년의 모터스포츠 역사 가운데 양산차 개발에 크게 영향을 미친 기술개발 사례들을 소개한다.

1. 하이테크 엔진
DOHC란 더블 오버헤드 캠샤프트(Double Overhead Camshaft)를 말한다. 캠샤프트는 밸 브를 여닫는 축이다. 오버헤드 방식은 밸브와 캠샤프트가 실린더 위쪽인 헤드 부분에 위치한다. 지난 1990년대만 해도 DOHC는 새로운 기 술처럼 여겨졌다. 한국 업체들이 이 무렵에 비로소 DOHC 엔진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방식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10년대다. 이탈리아 업체 알파 로메오의 전성기를 이끈 전 설의 엔지니어 비토리오 야노는 레이싱에 출전 하는 차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두 가지 신기술 을 개발했다. 바로 DOHC와 슈퍼차저다.

이 기술들은 모두 현재 양산차에 고스란히 전승됐다. DOHC 기술의 경우 기본 원리는 1910년대 당시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슈퍼차저는 비 등의 이유로 잘 쓰이지 않지만 비토리오 야노가 창안한 과급 방식의 원리를 활용한 터보차 저는 오늘날에도 인기 있는 기술이다. 엔진 밸브의 개폐를 코일 스프링 대신 캠으로 제어하는 기술도 레이싱에서 먼저 등장했다. 벤츠가 1954년 이 기술을 처음 썼다. 벤츠는 직접 연료 분사 방식도 레이싱카에 시험했다. 덕분에 훗날 모든 도로용 자동차 엔진에서 불 편한 캬브레터가 사라졌다.

2. 모노코크
오늘날 거의 모든 자동차는 모노코크 만든다. 프레임에 비해 가볍고 안전하고 생산효율이 높다.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방식도 알고 보면 모터스포츠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지난 1960년대에 F1에 참가하던 로터스팀은 신형 로터스 25 크라이맥스 머신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모노코크 보디를 채용했다. 자동차 기술사를 뒤바꾼 순간이었다.

F1의 섀시 기술은 이후 빠른 발전을 거듭해 1976년에는 영국팀 맥라렌이 알루미늄 벌집구조 모노코크를 개발해 차 무게는 절반, 강성은 두 배로 키우는 일대 혁신에 성공했다. 알루미늄 섀시는 1990년대 혼다와 아우디가 양산차에 처음 도입했다. 오늘날에도 아우디 등 고급차 메이커들이 알루미늄 섀시를 쓴다.

3. 에어로다이내믹
공기역학이 자동차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들은 바로 레이싱 엔지니어들이었다. 양산차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속 도인 시속 300km가 넘는 고속에 도달한 모터스포츠팀들은 이미 40여년 전에 현재 기술보다 앞서는 에어로다이내믹 하이테크 경주차를 만들었다.

로터스가 1970년대에 만든 로터스 78 머신은 바닥을 둥글게 하는 간단한 구조로 다운포스 효과를 경이적으로 높인 그라운드 이펙트카였다. 만약 천장이 있는 도로가 있다면 허공에 뒤집어져도 바닥에 붙어서 달릴 수 있다고 할 만큼 놀라운 에어로다이내믹 효과를 과시했다. 흔히 윙카로도 불리는 그라운드 이펙트카는 머신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이유로 레이스 출전을 금지당했다.  에어로다이내믹을 활용한 기술은 오늘날에도 레이싱팀들이 자동차 업체보다 크게 앞선다.

F1 참가팀 대부분은 자체 풍동 테스트 설비를 갖췄다. 레이싱 무대에서 숙성된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은 오늘날 승용차 디자인을 크게 바꿨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의 시작은 모터스포츠다.

4. 뒷바퀴굴림
초기 자동차들은 마차의 기능을 본따 만들었기 때문에 엔진이 앞에 놓였다. 앞에서 차를 끄는 말이 엔진으로 바뀐 셈이다. 이처럼 단조로운 구조를 단번에 뒤집어 놓은 차가 있다. 1930년대에 등장한 아우토 우니온(현재 아우디)의 유명한 경주차 타입 A는 엔진을 운전자 뒤에 놓는 배치를 처음 실현했다.

Design - the Auto Union Type D in an original drawing from 1938.


훗날 등장한 고성능 스포츠카가 대부분 이 방식을 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시대를 앞선 발상이라 할 수 있다. F1 에서는 1950년대에 활동하던 쿠퍼가 미드십(차 중앙에 엔진을 놓고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5. 세미 오토매틱 기어
요즘 웬만한 차에 흔히 달려있는 패들시프트 기어변환 장치는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많은 젊은이들에게 드림카의 기준이었다. 이 같은 세미 오토매틱 기어를 처음 개발한 것은 F1 페라리팀이다. 페라리는 지난 1989년 스타트 할때를 제외하고는 클러치가 필요 없는 세미오토를 만들어 그랑프리 무대를 누볐다. 드라이버가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 빠르게 변속을 하도록 스티어링 휠 뒤에 시프트 레버를 다는 발상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6. 전자식 서스펜션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운전자를 구하는 차체 안정장치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 중 하나가 전자식 서스펜션이다. 일부 업체들이 앞선 기술력의 표본으로 제시하는 이 방식 역시 레이싱에서 만들어졌다. 전자식 서스펜션, 즉 액티브 서스펜션 기술이 꽃을 피 운 때는 1980년대 F1이다. 천재 기술자 콜린 채프먼이 이끄는 로터스가 당시 가장 먼저 전자식 서스펜션을 레이싱카에 도입해 코너링 성능을 크게 끌어 올렸다. 비슷한 시기 브라밤팀은 차의 높이를 조절하는 전자식 차고조정 서스펜션을 사용했다.

전자식 서스펜션의 시초는 경주차다.


7. 트랙션 컨트롤
흔히 약자로 TCS로 불리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은 코너에서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를 막는 장치다. 바퀴가 헛도는 현상을 전자 센서로 감지해 구동력을 회복시킨다. 양산차에 이 장치가 쓰이기 이전 먼저 레이싱카에 도입한 주인공은 영국의 레이싱 팀 윌리엄스다. 지난 1992년 윌리엄스는 진보적인 트랙션 컨트롤을 레이싱카에 달아 출력 손실을 없애고 코너링 속도를 높이는데 활용했다. 윌리엄스의 숙적인 맥라렌팀은 1990년대 MP4/13이라는 머신을 내놓으면서 4바퀴의 브레이크 압력을 달리해 차체를 제어하는 브레이크 밸런스 장치를 처음 사용했다

8. 래디얼 타이어
레이싱용 타이어는 접지력이 뛰어나지만 빨리 닳아 버리는 문제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레이싱용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컴파운드(고무 소재)나 사이드월(타이어의 어깨부분) 의 강성구조 기술 등은 스포츠카급 승용차에 쓰이는 UHP 타이어를 만드는 원천이다. 요즘 자동차 타이어는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 하면 거의 대부분 고무 튜브가 없는 래디얼 방식이다. 이는 1977년 미쉐린이 F1용 타이어를 만들며 처음 시도한 기술이다.

9. 그 밖의 기술들
가장 현대적인 제동장치의 하나인 디스크 브레이크는 이미 1930년대에 부가티가 경주용차에 쓰던 기술이다. 새 가슴 모양을 했다고 해서 위시본이라고 부르는 서스펜션 암 구조 역시 초기 포뮬러카를 위해 고안했다. 이밖에도 양산차로 전이된 항공기 기술의 대부분이 먼저 레이싱카 를 통해 테스트를 거친 뒤 일반에게 알려졌다. 마그네슘·알루미늄·카본파이버 등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경량화 소재 역시 레이싱카에 선구적으로 도입된 대표적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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