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비자가 외면하면 자동차도 '탄핵'
[칼럼] 소비자가 외면하면 자동차도 '탄핵'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3.13 15:43
  • 조회수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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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이뤄졌다. 국내외 언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걸음 나아간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70년 헌정사의 변곡점을 맞은 셈이다.

이번 탄핵의 의미는 단순히 국민의 뜻에 반한 지도자를 끌어내린 것에 그치지 않는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 스스로 지도자를 심판했다는 것이 진정한 의의다.

헌법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보편적인 질서를 성문화한 것이다. 정치의 총체적 실패로 인한 절망적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가 약속한 정의가 온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게, 헌법적 절차인 탄핵을 통해 드러났다.

우리 국민은 지난 몇 달 동안 헌법에 보장된 집회권을 행사해 비폭력 촛불집회를 열었다.  여기서 드러난 국민적 염원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통해 탄핵소추로 구체화됐다. 마침내 헌법 절차에 따라, 헌법을 준수하지 않은 대통령을 심판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공화국의 대원칙을 확인했다.



이 사건은 동시에 '더 이상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라는 것을 잘 보여줬다. 맹목적인 믿음으로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이성적 판단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 자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소비 시장에서 이미 확인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수입품을 쓰는 것은 사치라는 사회적 시선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애국·신토불이 마케팅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더 이상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대통령도 바꿀 수 있는 국민이다. 지금 자동차를 구입할 때 맹목적인 브랜드 충성심이나 애국심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당장 80%를 넘봤던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60%대까지 떨어졌다. 티볼리, SM6, 말리부 등 신흥 강자가 우수한 상품성으로 시장을 주도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브랜드에 무작정 충성하지도 않는다. 불합리한 가격표가 달린 크루즈는 싸늘하게 외면당했고, 화들짝 놀란 한국GM은 발빠르게 가격을 내렸다.

수입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원할 것만 같던 BMW 코리아의 성장은 고점을 찍고 정체 상태다. 그 사이 메르세데스-벤츠, 랜드로버, 렉서스 등이 매섭게 치고 올라왔다. 소비자에게 외면 당한 차들은 가격 인하와 상품성 개선에 망설임이 없다.

자동차는 소비재 중에서도 유독 선택지가 다양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5개 국산차 업체에, 수입차 업체까지 합치면 30개 넘는 브랜드가 각축한다. 어설픈 완성도로는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쉽지 않다. 결국 소비자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탄핵에 비유할 수 있다.



이번 대통령 탄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던 시대의 종언이다. 한 번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고, 끊임없이 감시하고 필요하면 바꾸는 진정한 시민사회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도 교훈을 얻을 만하다. '대충 만들어도 사 줄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우롱하는 업체는 예외 없이 외면당한다. 국가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시장의 모든 권력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이 대통령 탄핵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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