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3.20 13:23
  • 조회수 9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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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자타공인 자동차 마니아. 그것도 스포츠카보다 미니밴이 갖고 싶다는 조금 특이한 취향의 소유자다. 다른 한 명은 자동차보단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소위 말하는 '차알못'이다.

두 사람이 탄 차는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평범한 패밀리 카지만 어떤 차와도 닮지 않은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다. 차 좀 안다는 사람은 만듦새와 주행성능에 집중했고 모든 차를 평등하게 바라보는 다른 한 사람은 디자인과 특이한 구성에 빠져들었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2013년 출시된 시트로엥의 7인승 MPV다. 독일·영국 등지에서 유력한 상들을 휩쓸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유럽에서 제법 인기있는 모델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4년 출시됐다.

한국에서 시트로엥 브랜드의 인지도는 매우 낮지만, 지난해 C4 칵투스가 이슈몰이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다. 남다른 발상과 디자인이 양산차에 그대로 적용돼 미래적이고 톡톡 튀는 개성이 특징이다. 푸조, 르노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시트로엥은 가장 프랑스적인 아방가르드함을 오롯이 담고 있다.


모카빵같은 외모와 탁월한 개방감의 소유자



누군가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데에는 1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는 않았다. 하물며 사람도 아닌 자동차라면 더더욱! 그랬던 내가 그랜드 C4 피카소와 사랑에 빠지는데에는 0.3초면 충분했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예쁘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평범하지 않다는 데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얼마나 비범하면 그 이름도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에서 따 왔을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개성이 가득하다.



기존 모델은 5인승 C4 피카소와 7인승 그랜드 C4 피카소의 디자인이 달랐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두 모델의 앞모습이 통일됐다. 하지만 강렬한 인상은 여전하다. LED 주간주행등과 분리된 헤드라이트는 미래지향적이고 시트로엥 엠블렘이 양 옆으로 길게 이어진 듯한 라디에이터 그릴도 독특하다.

민둥민둥했던 구형과 달리 앞 범퍼 가운데와 하단을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마감했다. C4 칵투스, C3 등 동생들과의 패밀리 룩이다. 동글동글한 차체와 어우러지니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를 연상시킨다.



뒷모습도 평범함을 거부한다. 클리어 타입이었던 구형과 달리 붉은 색 테일램프가 적용됐는데, 오히려 후면부 인상을 또렷하게 만들어 준다. 'ㄷ'자 테일램프와 절개선이 테일램프 바깥쪽으로 이어진 테일게이트마저 특이하다.



미니밴 시장의 리더인 기아 카니발과 비교하면 전장은 515mm나 짧지만 휠베이스는 220mm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아반떼만한 크기지만 실내는 훨씬 넓다는 뜻이다. 뛰어난 개방감 덕분에 실내가 더 넓게 느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 개방감. 그랜드 C4 피카소를 타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정수리 너머까지 쭉 뻗은 윈드실드와 두 갈래로 갈라진 A-필러,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까지 갖춰 탁 트인 시야가 압권이다. 유리 면적은 무려 5.7㎡에 달한다.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시스루 룩이 떠올라 조금은 민망하기도.

압도적인 개방감 덕분에 마치 컨버터블을 탄 기분이다. 벚꽃 핀 가로수길을 달린다면 잘 어울리겠다. 만약 햇빛이 너무 강해 부담스럽다면 레일형 차단막을 내릴 수도 있다.



시원한 시야 외에 독특하면서 실용적인 인테리어도 썩 마음에 든다. 곳곳에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고, 2열에 세 명이 타도 편안하다. 2열 좌석은 각각 독립적으로 슬라이딩과 틸팅, 폴딩을 지원해 오랫동안 타도 피곤하지 않다. 접이식 테이블과 2열 송풍구도 마련돼 있다.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열고 3열의 간이 좌석을 접으면 기본 645L의 수납공간이 생긴다. 2열 시트를 바짝 앞으로 당기면 700L 이상으로 늘어나고, 아예 폴딩하면 1843L가 된다. 냉장고도 실을 수 있다.

차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비슷비슷한 차들 중 나중에라도 갖고 싶은 차는 없었다. 하지만 그랜드 C4 피카소에는 '심쿵'할 수밖에 없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사랑스러운 디자인과 컨버터블 뺨치는 개방감은 타 봐야 아는 매력이다. (이채연 에디터)


힘 좋고 연비 좋은 디젤 엔진과 탄탄한 주행감각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운전하기 편한 차다. 시야도 좋은 데다 몸집이 작아 둔하지 않다. 비좁은 지하주차장에서도 기둥에 닿을까 불안하지 않다. 그럼에도 RV의 덕목인 '뛰어난 실용성' 부분에선 흠잡을 곳이 없다.

주행 인터페이스에서도 비범함이 묻어난다. 계기판은 대쉬보드 정중앙으로 자리를 옮기고 디지털 화면으로 속도를 큼지막하게 표시한다. 탑승객 누구나 계기판을 쉽게 볼 수 있어 가족을 태우고 과속은 꿈도 못 꾼다. 시선을 조금 옮겨야 하지만 속도 확인이 어렵지는 않다.



다만 디스플레이의 조작성은 꾸준한 개선이 필요하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오류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계기판 디스플레이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영 어렵다.

이 밖에 부분변경과 함께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능이 몇 가지 추가됐지만, 아쉽게도 1.6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조만간 출시될 2.0 트림에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푸조 시트로엥 차라면 여러 번 타 봤지만 이번에도 깜빡 속았다. 하루종일 운전하고 나서 당연히 2.0L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2.0L 디젤은 아직 국내에 출시도 되지 않았다. 1.6L 디젤이지만 전혀 부족함이 없다.

최고출력은 120마력, 최대토크는 30.6kg.m이다. 디젤 전문가 PSA 답게 토크감이 풍부하고 터보래그는 절제돼 있다. 무엇보다 가솔린 뺨치게 조용하고 부드러워 '공명음'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여기에 조합된 아이신제 EAT6 자동변속기는 빠른 락업클러치 연결로 구동력을 확실히 전달해 주면서도 부드럽다.



쫀득하기로 정평 난 푸조 시트로엥 치고는 제법 부드럽게 세팅돼 있다. 댐핑 스트로크가 길고 신경질적이지 않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뒷좌석의 아이가 깰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차를 몰어붙일 때 자세가 쉬 흐트러지지 않는다.

산길도 지치지 않고 오르며, 고속도로에서도 추월가속에 큰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더군다나 긴 휠베이스는 어느 속도 영역에서나 안정감을 준다. 이 만한 차에 꼭 필요충분한 성능이다.



앞서서도 얘기했지만 운전하기 편한 컴팩트한 차체가 또 하나릐 매력 포인트다. 흔히 미니밴이라 하면 크고, 둔하고, 주차하기 힘든 그런 차를 떠올린다. 고속도로에 올라 하염없이 직진할 때면 모를까, 구불구불한 시골길에서는 되려 크고 휘청거려 피곤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중형 세단보다도 전장이 짧은 그랜드 C4 피카소에게 그런 걱정은 남 일이다. 1.5톤이 조금 넘는 무게의 컴팩트한 차체는 와인딩 로드에서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돌고 선다. 시내 한복판에서도 기민하고 붐비는 마트 주차장에 들어갈 때 긴장할 필요도 없다. 도심에서나 시골에서나 운전이 즐겁고 편하다.



게다가 연비도 착하다. 공인연비는 복합 14.2km/L로 수입 7인승 이상 미니밴 중 가장 뛰어나다. 국산 모델까지 합쳐도 기아 카렌스(14.9km/L) 다음으로 좋다. 물론 공인연비와 같거나 더 뛰어난 실연비를 기록하는 것이 어렵지도 않다.



한 가지는 확실히 짚고 가자.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가 쉽게 고를 수 있는 차는 아니다. '미친 존재감'의 외관은 양날의 검이다. 당장 외모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선택하기 어렵다.

국내 소비자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직물시트만 제공되는 점이나 깔끔하지만 고급스러움은 다소 부족한 소재감 등이 그렇다. 다른 장점으로 상쇄되지만 2%의 아쉬움은 남는다.



그럼에도 이 차에 꽂혔다면 구매를 말릴 이유도 없다. 남다른 스타일과 시원시원한 인테리어,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개방감과 실용적인 설계는 경쟁 모델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가격도 3천만원대로 내려와 제법 합리적인 선이다. 기아 카니발보다 비싸지만, 저렴한 유지비를 생각하면 감내할 수 있다. 전장 5m가 넘는 '미니'하지 않은 미니밴이 부담스럽다면, 진짜 유러피언 미니밴 그랜드 C4 피카소가 탁월한 대안이다. (이재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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