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럭셔리 하이브리드 SUV는 없다
더 이상의 럭셔리 하이브리드 SUV는 없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3.31 15:05
  • 조회수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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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럭셔리 하이브리드 SUV는 없다

눈 앞에 서있는 렉서스 신형 RX는 금새 뭔가 다른 형태로 변신할 것 같다. 너무 많은 선과 면이 복잡하고 어지럽게 구겨져 있지만 인상은 또렷하다. 세 개의 차가운 눈동자. 그 사이를 메운 경차 보닛 크기만한 스핀들 그릴. 그 위에는 푸른색 렉서스 엠블럼까지 달았다. 친환경 하이브리드라는 의미. RX 450h는 알고 보면 착한 녀석이다.

동생격인 NX를 통해 이미 렉서스의 파격적 SUV 디자인이 눈에 익을 법도 한데 RX를 마주하니 다시 아노미에 빠진다. 렉서스 디자인은 어디까지 나아가려는 것일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날렵하고 잘생긴 얼굴이다. 면밀히 관찰하면 이런 형상을 어떻게 창조했는지 난해하다. SUV 중에서 가장 큰 면적이 아닐까 추정되는 RX의 그릴은 예상과 달리 액티브 플랩을 달지 않았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그릴을 줄이거나 막아 공기 저항 요소를 감소시키는 요즘 추세와 다른 길을 걷는다.

범퍼 좌우 하단 구멍도 휠하우스로 기류를 유도하는 채널이 아니라 막혀있는 장식이다. RX의 얼굴은 기능보다는 디자인적 인상을 완성하는데 주력한다. 화살촉 형태의 주간 주행등은 범퍼에 따로 빼지 않고 LED 헤드램프 아래 통합했다. 측면은 이전 세대보다 확연히 길어진 크기를 잘 강조한다.





C필러와 D필러를 잇는 쿼터글래스 처리도 독특 하다. 20인치 대구경 타이어를 감싼 휠 하우스는 사다리꼴 형태로 포인트를 줬다. 오프로드 목적 SUV는 아니지만 꺾여진 선을 따라 시선이 끌린다. 테일램프는 렉서스 패밀리룩을 따른다. 날카로운 L자 형태 미등이 차체 폭을 강조한다. 테일게이트는 렉서스 로고 앞쪽에 신체가 접근하면 전동으로 열린다. 범퍼 밑에 걸린 축구공을 빼내는 듯한 바보같은 발길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날이 서지 않은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로 날카로운 이미지.


실내는 정성껏 고급스럽게 꾸몄다. 타사 프리미엄 브랜드와 구별되는 렉서스의 특기다. 이미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많이 보아온 계기판 구성은 혁신이 부족하다. 파격적인 외관 만큼 실내 인터페이스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으면 좋을 뻔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잡은 대화면 디스플레이다. 가로로 길어서 두 가지 메뉴를 좌우에 펼쳐놓고 보기에 편하다.

기능적이고 고급스러운 실내.


렉서스가 고집하는 마우스 패드식 통합 컨트롤러는 조작이 직관적이고 간편하다. 하지만 선택을 누를 때마다 마우스 위치가 조금씩 움직여 엉뚱한 기능을 클릭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마우스가 이동할 때마다 조금 더 강력한 저항감으로 고정되면 좋겠다.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컵홀더는 간단하지만 실용적이다. 센터페시아 하단은 우측으로 가면서 호를 그리며 말린 형태로 이전 RX의 디자인 테마를 보다 입체감 있게 재현해냈다.

이전 모델의 특징을 계승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운전석 시야도 개방감이 우수하다. 특히 A필러 주변 사각지대가 적어 선회시에도 진행 궤적을 파악하기가 좋다. 뒷좌석은 앞뒤 슬라이딩은 물론이고 전동식 등받이 각도 조절까지 가능해서 장거리 여정에도 편안하다. RX는 네바퀴굴림이지만 뒷바퀴는 전기모터로만 굴리기 때문에 앞뒤를 잇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다. 덕분에 2열 바닥 중앙에 솟아오른 센터 터널이 없다. 2열 공간은 동급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차체가 커져서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공인 연비를 뛰어 넘는 높은 실연비
드라이브 모드는 총 세가지다. 노멀· 에코·스포츠 모드는 원형 다이얼을 돌리거나 눌러 선택한다. 스포츠 모드는 3.5L V6 엔진을 수시로 깨운다. 에코 모드는 반대로 엔진을 꺼두는 빈도를 높여 연비를 끌어올린다. 별도로 EV 주행 모드 스위치가 있어서 시속 55km 이하에서 전기 힘으로만 움직이고 싶을 때 사용한다. 정체가 심한 시내 구간에서 이 기능을 쓰면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사거리 몇 개를 지날 수 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연결과 작동이 매끄럽다.


시내 구간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연비를 확인했다. 30분 동안 달린 후 누적 연비는 1L에 15~16km 내외. 차의 몸집과 파워트레인의 출력 등을 감안하면 예상외로 좋다. 만약 3.0L 디젤 엔진을 얹은 동급 대형 SUV였다면 같은 주행 조건에서 1L에 10km 내외의 기록을 낼 확률이 크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충방전 현황이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되어 자연스럽게 연비 운전을 유도한다.

RX 450h의 니켈메탈 배터리는 용량이 작은 탓인지 충전과 방전이 모두 빠르다. 길게 EV를 유지하지는 못하지만 가감속이 많은 시내 주행에서는 부지런히 전기를 쓰다가 채워놓기를 반복한다. 시속 70km를 넘어서면 상당 부분 V6 엔진이 우렁차게 깨어나 연료를 소모한다.

고속 영역에선 가속 페달에서 힘을 빼도 쉽게 EV 모드로 전환하지 못한다. 대신 무단변속기는 극저속 영역에서 끈질기게 회전을 이어간다. 시속 80km 로 정속주행시 엔진회전수는 고작 1000rpm에 머문다. 시속 100km에서도 1200rpm 부근을 맴돌아 주행 질감이 고요하다. 고속화국도에서 30분 동안 점검한 고속 연비는 1L에 14km 내외.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 SUV보다 30%가량 우수하다.

디젤 SUV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조금 쳐지는 수준이다. 앞으로 EV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 할 수 있는 제어 프로그램을 더한다면 고속 연비에서도 디젤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스로틀을 깊게 열기 시작하면 엔진과 모터가 힘을 합해 호쾌한 가속력을 선보인다. 엔진이 만들어낸 구동력은 오로지 앞바퀴로만 전달하기에 마음 급한 운전자들은 예상치 못한 토크스티어 발생에 당황할지 모른다. RX 450h는 앞바퀴에서 미끄러짐이 발생하는 특수 상황에 한해 모터가 뒷바퀴를 돌리는 보조적 형태의 전기 AWD 방식이다.

0→시속 100km 가속 계측 결과 7.9초를 기록했다. 이때에도 출발 초기에만 잠시 뒷바퀴에 구동력이 걸렸다가 이내 앞바퀴로만 가속을 이어갔다. 전자 제한이 개입하는 시속 185km까지 가속은 수월하게 이뤄진다. 힘은 넘치지만 고속 주행에 적합한 섀시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나치게 부드럽게 설정한 서스펜션 특성으로 인해 흡사 차체를 푸딩 위에 얹어놓은 느낌이다. 독일산 SUV들과 지향점이 명확히 다르다.

위풍당당한 디자인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지만 역동적인 가속보다는 여유로운 크루징에 알맞다. 수많은 공사 구간과 과속방지턱, 긴 정체 구간을 통과해야 하는 출퇴근길에는 마크 레빈슨의 풍부한 사운드와 함께 안락한 주행을 약속한다.



트렁크 공간은 어지간한 짐은 다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트렁크는 골프 여행에도 충분하다. 더 큰 적재 공간이 필요하다면 원터치로 간편하게 2열 시트를 접거나 펼 수 있다.

가격표는 이그제큐티브 기준으로 8600만원이다. 유럽 프리미엄 SUV와 격차가 크지 않다. 렉서스의 정숙성, 전동 조절 2열 시트 그리고 우수한 시내 연비와 안락한 승차감이 RX 450h만의 독자적인 입지를 확고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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