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에서 빚어낸 쉐보레 볼트EV, '평범한 디자인'의 특별함
[인터뷰] 한국에서 빚어낸 쉐보레 볼트EV, '평범한 디자인'의 특별함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4.05 16:19
  • 조회수 10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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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달라야 한다는 건 편견입니다. 설령 전기차라도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야 좋은 디자인 아닐까요? 가족이 함께 타기에도 거부감 없는 그런 디자인 말이죠."

쉐보레 볼트EV는 뜨거운 감자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쏠린 전기차가 없었다. 200마력이 넘는 넉넉한 출력, 383km의 항속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전계약 3시간 만에 올해 물량이 완판됐다.

그런데 볼트EV의 디자인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1년 볼트EV가 처음 구상될 때 한국GM 디자인 센터의 디자인 작업도 시작됐다. 북미는 물론 GM의 다른 브랜드를 통해 유럽에도 소개되는 글로벌 전략 모델이 한국에서 그려진 것이다.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조상연 한국GM 디자인 담당 상무는 볼트EV를 빚어낸 장본인이다. 그녀는 "유별나지 않고 실생활에 친근하게 녹아들 수 있는 전기차가 볼트EV의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처음 볼트EV를 만들 때 구상한 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전기차였습니다. 럭셔리보다는 생활밀착형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B-세그먼트만한 크기에 C-세그먼트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볼트EV는 기성 내연기관 자동차와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디자인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SUV나 MPV가 아니지만 해치백도 아니다. 배터리를 차체 아래에 깔아 바닥이 두껍지만 시트 포지션은 일반 승용차처럼 낮다. 또 엔진이 없기 때문에 윈드실드 면적을 넓혀 개방감은 웬만한 미니밴 못지 않다.

하지만 '전기차라서 디자인이 자유로울 것'이라는 일반적 견해와는 달리 조 상무는 "전기차라고 자유도가 높지는 않다"고 답했다. 엔진이 없어졌을 뿐 배터리 배치나 공기저항같은 문제들을 디자인적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



볼트EV의 디자인 디테일은 그런 고민들을 담고 있다. 그녀는 "범퍼 형태나 미묘한 후드의 엣지, 리어 스포일러 등 사소한 디테일조차 철저히 기능에 충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경쟁 친환경차들이 패스트백 비례를 채택하는 것과 달리 루프 라인을 높게 유지해 최소한의 차체에서 최대한의 공간 활용도를 끌어냈다고 덧붙였다.

실용성을 강조하면서도 스타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헤드라이트에서 C 필러까지 검게 칠한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적용해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 차체를 날렵하게 다듬었다. 근육질의 역동성을 강조하는 쉐보레 디자인 언어와도 상통한다.



실내 역시 실생활에 잘 접목되면서 동시에 친환경차만의 색을 더했다. "특별한 마감 패턴과 과감한 흰색 내장재를 통해 친환경차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습니다. 또 비대칭 구조의 좌우 시트는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꾸며져 통일감을 주고 개방감을 더하죠."

쉐보레의 디자인 언어에 대한 해석도 들을 수 있었다. 쉐보레 디자인은 다이내믹·스포티·슬릭의 세 가지 단어로 설명된다. 역동적이고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미를 잃지 않는다는 것. 막내 스파크부터 스포츠카 카마로까지 모든 쉐보레가 이런 디자인 콘셉트 하에 완성됐다. 볼트EV 역시 마찬가지.



패밀리 룩을 이루는 듀얼 포트 그릴에 대해서는 "굉장한 숙제"라고 표현했다. 쉐보레 엠블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비례를 바꾸면서 다양한 표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비례나 형태를 정하기보다는 변화하고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한 눈에 봤을 때 쉐보레라고 느껴진다면 성공한 패밀리 룩"이라는 것이 조 상무의 설명이다.

조상연 상무는 한국GM 디자인 센터의 역량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녀는 "한국GM 디자인 스튜디오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평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급성장, 거대시장 중국과의 인접성이나 우리나라의 IT 기술이 세계 최고인 점도 한국 스튜디오의 창의성과 재능을 키우는 데에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GM 디자인 센터는 GM 글로벌 모델의 디자인을 끊임없이 의뢰받고 있다. 소형차에 관한 GM 내 최고의 역량과 배터리 엔지니어링의 강점 등을 살려 앞으로도 GM 소형차와 친환경차 개발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특별하고 유별난 전기차보다는 매일 탈 수 있는 전기차야말로 미래입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볼트EV의 디자인 속에 담긴 특별한 배려, 그것이 쉐보레 디자인이 추구하는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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