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자동차 디자인
산으로 가는 자동차 디자인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4.01 15:12
  • 조회수 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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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동차 디자인은 과거 19세기 또는 20세기 차들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못생겼다.
요즘 일본차 디자인은 정체성을 파악하기 힘들다.


21세기 자동차 디자인은 과거 19세기 또는 20세기 차들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못생겼다. 원인을 분석하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 시장이 커졌다. 둘째, 일본 업체 때문이다. 셋째, 규제 탓이다. 창의적 디자인은 사라지고 경제 논리가 디자인을 지배한다.

1800년대 후반까지 인간은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다녔다.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라는 편리한 교통수단이 등장하면서 마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동차도 다르지 않다. 100년 넘게 진화하면서 크기·안전·디자인까지 많은 진화를 거듭했다. 최근에는 안전·환경규제가 자동차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쳐서 디자인에 제약을 많이 받는다. 이와는 별개도 디자이너의 창의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인간은 여유가 생기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마차도 디자인과 치장의 역사가 화려하다.


21세기 자동차 디자인은 과거 19세기 또는 20세기 차들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못생겼다. 혹시 의견이 다르다면 20세기의 아름다운 차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분명하다.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전 세계 자동차 포럼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다. 자동차 마니아들은 서로 그들의 견해를 제시하며 원인을 찾는다.

종합하면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중국 시장이 커졌다. 둘째, 일본 업체 때문이다. 셋째, 규제 탓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아시아가 문제의 근원이다. 왜 대다수의 지구촌 마니아들은 이런 생각을 할까? 심지어 일본 사람들도 20세기 유럽차에 열광하고 있으니 크게 틀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고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 신차 시장은 대수로만 봐도 유럽 전체보다 크다. 한 나라가 하나의 대륙보다 더 큰 중요한 시장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공장을 돌리기 위해 신차를 계속 팔아야 한다. 이를 위해 더욱 안전 하고 효율성 높고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소비자들 차를 바꾸지 않는다. 신차 개발 기간은 보통 5년이다.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데 몇 백억 원에서 몇 천억 원까지 쏟아 붓는다.

오늘날 모든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 신차를 팔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업체는 개발 초기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어디에 팔까?" 요즘 확실한 답은 중국이다. 2010년 이전부터 전 세계 업체의 레이더에 중국이 큰 점으로 포착됐다. 각 자동차 업체의 디자인 부서 혹은 외주 디자인 업체는 그들만의 '전쟁'을 통해 몇 가지 디자인으로 압축한 뒤 양산차를 준비한다.

전쟁 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하다. 디자인은 주관적 관점이 크다. 공기역학이 중요하다고 해도 공기저항계수 차이는 박스카가 아닌 이상 크지 않다. 연비나 주행 소음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물론 정밀하게 따지면 차이는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대다수 자동차 업체가 중국 시장 지향
한 업체의 디자인 부서에 100명의 디자이너가 있다고 가정하자. 100명이 렌더링 한 디자인 중 과연 어떤 디자인이 양산차에 채택될까? 100명 모두 유능한 디자이너이고 경력도 화려하다면 답은 없다. 디자인 부서에서 온갖 정치와 같은 학교 출신 밀어주기 등으로 경쟁에서 이긴 몇 건의 디자인 초안은 곧바로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 소비자 반응 조사에 들어간다.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이 양산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달랐다. 디자인 부서 수장의 역할이 컸다. 수장은 수십 년 동안 디자인 철학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 콘셉트를 제시하며 디자인 부서를 이끌었다. 그가 채택하고 지시한 디자인 속에는 그만의 철학과 취향이 스며 있다. 각 수장들의 능력과 감성을 반영해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태어났고 오늘날 클래식카라 불리는 걸작으로 대접 받는다.

오늘날은 어떤가? 업체 내 어떤 임원도 중국인들의 취향에는 태클을 걸 수 없다. 자신의 결정은 중요하지 않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중국인의 취향에 손을 들어주는 자기 자신만 있을 뿐이다. 그의 의견은 중국 소비자들보다 중요하지 않다.

중국 자동차는 넓은 실내와 화려한 치장에 주안점을 둔다.


이탈리아의 레이싱 혈통 브랜드인 페라리는 아름답고 빠른 차로 유명하다. 과거 페라리는 한 대 한 대가 예술작품 이라고 평가 받았다. 매일 아침이면 지하주차장에서 이웃의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를 본다. 이 차를 볼 때마다 자동차인지 로봇인지 심지어 용인지 잘 모르겠다. 오래 전부터 페라리를 디자인 해 온 파워하우스인 피닌파리나의 작품인데도 예전 모델과의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차의 성능과 현대적 감각은 최정점이다. 디자인상도 수상했다. 그렇지만 이게 진정 페라리가 추구하던 아름다움인지는 모르겠다.

최근 독일의 카메라 명가인 라이카가 중국의 화훼이와 휴대폰 카메라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라이카는 카메라계의 롤스로이스 같은 존재다. 이런 회사가 중국 회사와 손잡는 일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오늘날은 비일비재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유수 기업들이 중국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이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부의 흐름이다. 중국을 향한 자동차 디자인은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중국은 대기오염 때문에 전기차에 관심이 많고 보급 의지도 강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을 쓰지 않기 때문에 엔진 공간이 필요 없다. 새로운 차원의 디자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화가 망쳐버린 일본차 디자인
일본 탓이라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형차를 만들었고 이후 미국과 전 세계를 공략했다. 당시 자동차들은 고장이 매우 잦았다. 심지어 갓 출고한 차도 집에 가는 길에 고장이 났다. 이때 일본차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차체와 엔진이 작아서 기름도 적게 먹었다. 일본인 특유의 꼼꼼한 특성이 녹아있어 고장이 거의 없었다. 초반에는 도시락통 같은 간단한 디자인이었지만 일본 업체들은 열심히 서구 디자인을 카피해 아름다운 차를 만들었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일본 제작사들은 막대한 자금을 쌓았고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서구 디자인을 카피하는 트렌드는 사라지고 그들만의 디자인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일본 회사의 의사결정은 하모니, 즉 조화에 기반을 둔다. 카피를 멈추고 일본인 특유의 문화가 디자인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업체의 디자인 부서는 아무리 특출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하더라도 관계자들의 수많은 의견이 반영돼 결국은 조화로운 타협점을 찾는다. 디자인이 산으로 간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해외 유학파 일본인들이 이런 문화가 싫어서 서구 업체로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일본차는 중국 시장을 노리는 건지 내수를 겨냥한 건지 주력 시장인 미국 취향을 반영한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요즘 일본의 대표 브랜드인 도요타·혼다·닛산의 디자인을 보면 총체적 난국이다. 갈피를 잡지 못한다. 중국 시장을 노리는 건지 내수를 겨냥한 건지 주력 시장인 미국 취향을 반영한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런 카오스는 국내 제작사인 현대기아자동차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자동차는 YF 쏘나타를 계기로 전 세계 디자인 스타덤에 올랐고 북미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자매 회사인 기아자동차의 디자인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위협한지 이미 오래고 어떤 모델은 더 낫다.

일본차 디자인의 혼란은 현대차 YF 쏘타나에서 시작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YF 쏘나타를 계기로 전 세계 디자인 스타덤에 올랐고 북미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렉서스나 아큐라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를 한번에 깎아먹고 있다. 디자인이나 차의 특성이 정체성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렉서스는 안락한 차를 만들어왔다. 요즘은 독일 브랜드의 역동성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렉서스도 역동성을 외쳤다. 그런지 이미 수 년이 흘렀지만 변한 건 없다. 스핀들 그릴은 그나마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잘한 일이지만 전반적인 비율이나 캐릭터 라인을 보면 도통 뭘 하려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앞과 뒤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측면 또한 마찬가지다. 동력 특성 또한 안락하지도 않고 역동적이지도 않다. 때로는 차가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잘 모르겠다. 이는 렉서스뿐만 아니다. 하루 빨리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못생긴 디자인을 위한 핑계거리가 된 각종 규제
요즘 신차가 나오면 소비자부터 미디어 관계자까지 업체에 던지는 흔한 질문이 있다. "차가 왜 이렇게 못생겼어요?" 업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규제라는 핑계를 들먹인다. 참 쉽다. 안전과 환경 규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못생긴 양산품의 핑계거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최근 차들은 보닛 라인이 도톰하다.

최신 미니는 이를 반영하듯 날렵한 영국 어린이가 비만 할아버지로 바뀌었다. 역시 변명은 규제다. 통통하고 귀여운 어린이로 만들 수는 없었을까? 참으로 실망스럽다. 벤틀리 또한 이런 문제를 의식한다. 벤틀리는 어떠한가? 도톰한 앞 모습을 더욱 우람하고 고급스럽게 포장했다. 이게 실력이다.

규제를 반영한 미니의 앞모습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최근에는 또 다른 핑계거리가 생겼는데 바로 효율성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21세기 차들의 못난 디자인에 대해 다른 의견도 많다.

국내 한 전문가는 "최근 중국인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각 업체들이 동양인 구인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비전문가 혹은 실력이 부족한 디자이너들이 프리미엄을 누린다고 한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아름다운 차가 아닌 더욱 화려하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이 또한 제작사가 요구하는 동양인의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서양과 동양이 바라보는 시각의 격차는 너무 크고 이는 자동차 디자인에도 반영된다. 서양 전문가들은 심플한 미니멀리즘을 강조하고 간결하고 조화로운 디자인에 치중한다. 반면 동양인들은 화려하고 튀고 복잡한 표현을 실력이라 생각한다. 디자인은 주관적이다. 20세기 디자인을 줄곧 봐온 사람들한테는 21세기 자동차가 못생겨 보인다. 21세기 차만 접한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는 기준은 주관적이고 사람·나라· 환경 그리고 여러 변수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중국인들의 취향도 그들만의 것이다. 다만 현재는 그들의 관점이 트렌드를 이끈다.

자동차 업체는 사공이 너무 많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소비자는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소비자 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 조사하는 환경도 여러 명의 소비자를 불러놓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눈치를 보느라 정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 조사는 각 업체 임원들의 면피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실패하면 소비자 탓으로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니까, 딜러들이 요구하니까' 이런 주장을 일삼는 임원은 필요 없다. 차라리 데이터 수집 서버가 이런 일은 더 훌륭히 해낸다. 자동차 업계에는 스티브 잡스처럼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고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인재가 필요하다. 애플 아이폰은 중국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이 아니지만 중국에서도 잘 팔린다. 자동차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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