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뺌+허위보고'로 확대하는 세타2엔진 리콜, 흉기차 오명
'발뺌+허위보고'로 확대하는 세타2엔진 리콜, 흉기차 오명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04.11 16:10
  • 조회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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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의 주력 엔진인  2.0L 가솔린 세타2의 리콜이 확산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리콜한 대수만 무려 136만여 대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리콜이 올해 3월 국내로 번진데 이어 캐나다 등 글로벌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사드보복으로 인한 중국 판매 감소까지 겹쳐 악재가 더해졌다.

한국에서는 모양새까지 구겼다.  "국내에서 생산한 세타2엔진은 미국 공장과 달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뺌하다 강제 리콜위기에 처하자 자발적 리콜을 실시해 소비자의 빈축까지 샀다.

현대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탑재한 119만 160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초  5개 차종 17만 1438대에 결함 시정을 실시한다. 이어 10일에는 캐나다에서도 11만여 대가 대상이 됐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국내에서 생산한 세타2 엔진 차량도 리콜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 리콜은 엔진공장 청정도 문제로 이물질이 들어가 문제가 생겼다”며 “국내 판매 차량은 생산공정이 달라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안심해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반년만에 태도를 바꿨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차량 결함을 은폐하다가 국토부의 검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리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국토부는 “세타2에서 발생한 문제가 안전운전에 지장을 주는 제작결함일 가능성이 높아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 리콜조치 여부를 상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현대기아차는 슬쩍 발을 뺐다. 제작결함을 인정하고 자발적 리콜계획을 제출하면서 '쉬쉬'하는 분이기다.  결함에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다 마지못해 보증기간을 연장하고, 강제 리콜 가능성이 높아지자 결함을 인정하는 모습에 '현대기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기차(현대기아차의 약어)=흉기차'로 부르는 네티즌이 급증한다.

결함이 발견된 세타2 GDI 엔진, 우) Turbo-GDI


이물질로 인한 세타2엔진 소착상태


그간 결함을 부인해 온 현대차는 미국발 리콜과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대상 엔진이 세타2엔진이라는 것만 같을 뿐, 리콜 원인과 사유가 다르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둘 다 커넥팅 로드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이유라고 분석한다. 커넥팅 로드는 피스톤과 크랭크축을 연결한 막대다. 베어링과의 마찰을 위해 크랭크축에 오일을 공급하는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발생한 것이 리콜의 주 사유다. 이물질은 검댕이로 바뀌면서 마찰을 일으킨다. 주행 중 시동꺼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크랭크 축에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나왔다.  미국은 커넥팅 로드 베어링 세척 과정에서 이물질이 발생했다.  결국 이물질이 들어가 오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차량 소음이 발생하거나 시동이 꺼진다는 결과도 같다.

국토부는 국내 리콜 역시 미국과 같은 원인이라고 추정한다.  현대차가 의도적으로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증거가 있는지 별도로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도 술렁인다. 정몽구 회장이 내세운 품질 경영이 송두리채 흔들려서다. 줄곧 문제가 없다고 부인하다 국토부 조사에서 리콜로 확정되면서 현대기아차 임직원의 발뺌식 허위 보고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품질 분야 이외에 이런 안이한 조직문화에 경종을 울려야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국내 리콜대상은 2010년 12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그랜저HG(2.4GDi) 11만 2670대 ▲2009년 7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YF쏘나타(2.4GDi, 2.0 터보GDi) 6092대 ▲2011년 2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K7(2.4GDi) 3만 4153대 ▲2010년 5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K5(2.4GDi, 2.0 터보GDi) 1만 3032대 ▲2011년 3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스포티지(2.0 터보GDi) 5401대다. 2013년 현대차 아반떼 등 19개 차종(82만5000대·2013년), 2015년 르노삼성 SM5·SM3(39만2000대) 리콜에 이어 국내 단일 리콜로 역대 세 번째 규모다.


2013 그랜저 HG


2012 K7


리콜은 전체 대상 차량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를 검사하고, 문제가 발견된 차량에 한해 기존 엔진을 새 것으로 교체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리콜 대상 엔진을 모두 교체하면 6853억 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전망하고 있된다. 미국 리콜에서 전체 판매 차량 중 3%가량만 엔진을 교체한 것을 감안해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리콜이 이루어진다면 당장 들어가는 비용은 200억 가량이다.


다만 미국의 대상차량은 2011년식부터, 한국은 2009년부터다. 그만큼 연식이 오래됐고 주행거리도 길어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커넥팅로드는 주행거리가 길어지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엔진교체 비율이 늘어날 수 있다. 리콜은 준비기간을 감안해 5월 22일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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