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율주행 현주소는? ... '레벨3' 단계
네이버 자율주행 현주소는? ... '레벨3' 단계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04.18 14:27
  • 조회수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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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이슈로 떠 오른 2017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자율주행’이다. 모터쇼뿐 아니라 가전쇼에서 자율주행 신기술 발표는 연례 행사가 됐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3월 30일 개막한 ‘2017 서울모터쇼’에서는 아쉽게도 자율주행 관련 모델이나 기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동차 업체가 아닌 국내 최대의 포털이자 IT 기업인 네이버가 자율주행 부스 ‘네이버랩스’를 공개한 것이다. 머신 러닝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자율주행 기술이다.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차를 생활환경 지능을 구현하는 도구로 활용하겠다”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의 자율주행기술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네이버랩스는 2017년 1월 자율주행을 전담하기 위해 네이버 기술연구조직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자율주행차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자율주행 기준으로 레벨3 수준이다. 완전자율주행의 직전 단계인 레벨3는 고속도로 등 정해진 구역 내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전반적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운전자는 비상 상황에서만 개입해 조작하면 되는 정도다. 네이버는 1년 안에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 수준까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네이버랩스가 연구중인 자율주행차는 도요타 프리우스 V를 기반으로 한다. 서울모터쇼에서는 외관만 공개했다.


상단에 달린 3D 스캐닝 시스템 라이다와 카메라 8대, GPS센서등이 차량 주변 정보를 수집한다


레벨 3는 현재 자율주행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테슬라와 동등한 기술 수준이다. 하지만 의문점도 여럿이다. 네이버랩스는 수집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율주행 영상 및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테슬라는 레벨3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영상으로만 공개한 것이 아니라 모델S 같은 시판 차량에 이미 탑재하고 있다. 모델S 차량을 운전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고속도로에서 운전하지 않고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는 영상이 유투브를 통해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다. 레벨3는 기술개발 수준이 아니라 상용화 단계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기술 개발 중인 네이버랩스와는 현격한 격차가 있는 셈.

그럼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네이버랩스가 국내 IT업계 최초로 국토교통부에서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차량이기 때문이다.

카메라와 라이더 센서를 이용해 전방위 물체를 탐지하고, 먼거리의 전방 장애물 탐지를 위해서는 레이더 센서를 활용한다. GPS로는 자신의 위치를 추정한다


지난 2월 20일, 국토교통부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것을 허가했다. 국내 IT업계로는 최초이며, 전체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허가로는 13번째였다. 국토부는 2016년 2월부터 자율주행차 시험·연구 목적으로 임시 운행허가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후 현재는 허가된 자율주행차만 도로를 달릴 수 있는데, 보험가입과 사전시험주행 및 안전장치 탑재(표시장치·고장감지장치·속도제한장치 등)의 요건을 갖춰야한다. 어린이보호구역 등 일부 구간은 제외된다.

그 동안은 현대자동차 같은 자동차 업체와 서울대학교와 KAIST 등 학계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왔다. 미국은 이미 구글과 애플 같은 비(非)자동차업체들이 자율주행 연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연구는 기술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딥러닝 기반으로 크기와 움직임을 파악해 차종 및 보행자를 인식하고 측후방 장애물의 속력을 측정해 차선변경 가능 판단한다


실제로 네이버랩스가 주목한 분야는 딥 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지’다. 자율주행에서 핵심적인 감각기관과 두뇌의 역할을 하는 정밀하게 측정된 위치, 사물 인식 및 분류, 상황판단을 하는 것이다.  네이버랩스 송창현 대표는 “기계 학습기반의 기술을 실제 차량 주행에 접목시키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경제적이고 정확도 높은 인지기술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간과 이동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네이버가 지향하는 ‘생활환경지능(AI: Ambient Intelligence)’ 서비스를 고도화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기존 자동차 업체와 자율주행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정보를 활용해 서비스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네이버랩스가 추구하는 기술 방향성인 생활환경지능은 우리 생활 속 다양한 상황을 인지해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송 대표는 “사용자의 발길이 닿는 무수한 공간과 이동 경로를 데이터화 하며, 그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송 대표의 설명이 아직까지 구체적이나 실증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실상 자율주행 기술 초기 단계라는 것이다.

네이버랩스에서 개발한 IVI 헤드유닛 디스플레이


‘IVI(In-Vehicle Infotainment) 기술’이 그들의 방향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예시다. IVI는 차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정보 시스템을 총칭하는 용어다. 음악과 영화∙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네비게이션·모바일 기기와 연동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번 모터쇼에서 소개한 네이버랩스의 IVI는 주의분산이 최소화된 UX와 절제된 음성 인터페이스로 운전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계했다. 네이버에 로그인만 하면 사용자 정보가 연동돼 어느 차량에서도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네이버 지도와 연계된 내비게이션을 통해 저장해 놓은 목적지로 바로 길안내를 받을 수 있다. 날씨·캘린더·뮤직·라디오 등 상황에 맞는 콘텐츠 활용이 가능하다. AI기술은 운전자의 음성을 인식해, 목적지 검색과 길 안내를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M1은 스캔한 메시데이터에 촬영한 이미지를 붙여 3D 실내 정밀 지도를 제작한다


IVI와 함께 네이버만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는 M1이다. M1은 3차원 정밀지도를 구현하는 로봇이다. 이 로봇이 특별한 이유는 GPS가 끊기는 지하와 같은 곳에서도 오차없이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레이저 스캐너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3차원 실내 지도를 만들고 지도상에서 로봇의 위치를 파악 하는 Real-Time 3D를 이용한다. 스캔한 무수히 많은 점 데이터를 메시(Mesh)라 불리는 3차원 공간 데이터로 변환해 3차원 레이저 스캐너와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붙여 3차원 지도를 만들어낸다.

이 로봇은 단순히 지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차량 앞 장애물을 인지하고 피해야 할 자율주행 기술의 기본과 연결된다. 공간 정보가 축적되면 도로 공간의 실시간 정보화가 가능해진다. 지금과는 다른 서비스 모델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3D 실내정밀지도 제작과정


이 지도와 자율주행을 결합하면 단순히 지하주차장에서 주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주차하는 것까지 가능해진다. 자동차가 자율주행을 하는 1차원적 기술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운전자가 어디서 내리고 탑승하는 것이 편리할지, 자율주행차 안에서 무엇을 할지에 차별화를 두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네이버의 개발방향이다.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기술발전은 실제 도로주행을 통한 경험과 데이터를 쌓는 것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실주행거리를 늘려가며 도로정보화연구를 지속하며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해 기술 수준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네이버의 수 백km 자율주행은 사실상 걸음마 단계다. 구글이나 애플은 이미 100만km에 근접한 자율주행 주행과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피폴라가 드론 영상으로 자동 제작한 DSM(수치 표고 자료) 및 실감 3D 모델


네이버랩스는 여타 글로벌 기업처럼 인수합병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2017년 3월 27일  ‘에피폴라’ 인수로 3D지도 개발에 힘을 얻게 됐다. 2015년 설립된 에피폴라는 수준 높은 3D 분야 기술경쟁력을 가진 회사다. 서울시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에 참여, 국내 최초로 WebGL(웹 기반의 그래픽 라이브러리) 기반의 3차원 공간정보시스템을 개발했다. 3D 지도 콘텐츠 및 건물 사진 촬영으로 해당 건물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비주얼 검색 기술을 확보했다.

네이버는 수 차례 “네이버랩스를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다. 관련 서비스가 돈이 된다는 얘기다. 자동차 업계는 향후 10년 내 기존 자동차 판매가 아닌 서비스 위주 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네이버가 진행하는 자율주행 관련 연구가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과 어떻게 연관을 맺어 시너지를 낼 지, 아니면 네이버에 의해 모빌리티의 주도권이 바뀔 지 궁금해지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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