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니 컨트리맨 쿠퍼 D ALL4: 촌놈, 도시 남자 되다
[시승기] 미니 컨트리맨 쿠퍼 D ALL4: 촌놈, 도시 남자 되다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4.19 21:00
  • 조회수 3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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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강력한 브랜드다.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온갖 자동차를 만들어 낼 때, 미니는 개성 강한 소형 라인업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형차 브랜드로 거듭났다. 무기력했던 영국의 소형차 메이커가 불과 20년도 안 돼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미니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지는 열렬하다. 미니를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은 있어도 미니를 한 번만 타본 사람은 없단다. 깜찍한 외관은 물론 클래식 미니의 헤리티지를 이어받으면서도 시종일관 위트가 넘치는 인테리어, 명쾌한 드라이빙 감각까지 오롯이 미니만의 캐릭터가 살아있어 두터운 팬덤을 지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소형차의 무덤'이라는 한국이지만 미니만은 예외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8632대가 팔렸다. 수입차 중 9번째로 많은 판매다. 튀는 색이 싫어 은색 차를 제일 많이 산다는, 얌전한 한국 소비자들이 미니처럼 개성 강한 차를 선택하는 건 신기한 일이다.



컨트리맨은 이런 미니의 성장을 견인하는 모델이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하는 미니 집안 출신에, 요즘 가장 핫하다는 소형 SUV기도 하다. 게다가 풀체인지를 거쳐 만듦새를 대폭 끌어올렸다. 2017년 미니 브랜드의 볼륨을 키워 줄 기대주로 꼽힌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컨트리맨은 SUV로 익숙하겠지만, 클래식 미니에도 컨트리맨이 있었다. 최초의 컨트리맨은 미니 해치백의 뒤를 늘려 실용성을 더한 모델로, 족보를 따지자면 오늘날 클럽맨의 선조 격이다. 초대 컨트리맨이 단종된 뒤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름이 SUV로 부활한 셈.



그렇다고 미니가 오프로더를 만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영국 공수부대를 위해 만들었던 '미니 모크'라는 지프형 미니가 있었다. 별 반향을 불러오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어쨌거나 미니의 핏줄에도 오래 전부터 오프로드의 DNA가 조금이나마 담겨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때 모든 제조사들이 물샐틈없이 촘촘하게 라인업을 확충할 때, 미니도 그런 흐름에 동참했었다. 해치백과 클럽맨, 카브리올레, 클럽맨 외에 2인승 쿠페와 로드스터, 3도어 SUV인 페이스맨까지 더해져 라인업이 8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새로 추가된 모델들은 시장에서 외면받자 영리한 미니는 수익성 떨어지는 모델들을 가차없이 단종시켜 수익성을 높였다.



대신 모델들의 캐릭터는 이전보다 훨씬 명확해졌다. 운전재미를 극대화한 해치백에 기존 클럽맨의 '넓은 미니' 포지션을 대체하는 5도어가 추가됐고, 클럽맨은 몸집을 한껏 불려 '럭셔리한 미니'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존에 패밀리 미니를 자처했던 컨트리맨은 5도어와 신형 클럽맨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보다 SUV다운, 남자다운 미니로 탈바꿈했다.

기존 컨트리맨은 듬직한 돌쇠같았다. 남성미를 살렸지만 그러면서도 가족을 위한 따뜻함이 담겨있었다. 유일한 5도어 미니였던 컨트리맨의 디자인에 담긴 고민이 새삼 느껴졌다. 하지만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컨트리맨은 오롯이 운전자의 개성에 포커스를 맞춘다. 섹시한 근육이 도드라진 남자 운동선수를 연상시킨다. 새삼 설레인다.



미니라고 하면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헤드라이트와 웃는 상의 LED DRL이 떠오르지만, 신형 컨트리맨은 뚜렷하게 각진 헤드라이트를 장착한다. 헤드라이트를 한 바퀴 감싸는 DRL도 다른 라인업들과는 차별화된다. 이전세대까지만 해도 제법 둥그스름했던 보닛 라인은 이제 각진 근육질 라인으로 바뀌었다.

보닛 높이를 낮추고 차체 곳곳의 군살을 뺐다. 후면부에서도 번호판 위치를 테일게이트로 옮기고 테일램프 면적을 대폭 넓히는 등 디자인 변화가 크다. 이런 변화들은 전보다 차가 작고 민첩해 보이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장이 200mm 가까이 길어졌고 전폭과 전고도 늘어났다. 휠베이스도 75mm 길어진 2670mm나 된다. 차체 사이즈가 한 급 위인 현대 투싼과 같은 수치다.



인테리어는 미니 라인업의 공통된 디자인 큐를 따른다. 클래식 미니에서 유래한 원형 센터페시아와 토글 타입 버튼들, 계기판 배열까지 다른 미니와 똑같다. 그러면서도 컨트리맨만의 디자인 요소들이 숨어있다.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꼴의 에어벤트, 대쉬보드를 하나의 선으로 가로질러 실내를 더 넓어보이게 만든 트림 디자인 등이다. 가장 마지막에 나온 만큼 최신 미니 중에서도 가장 세련된 인테리어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디스플레이에는 흥미로운 기능이 많다. 기본 레이아웃은 BMW iDrive와 비슷하지만 훨씬 감각적인 컬러로 꾸며졌다. 그리고 BMW 그룹의 최신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터치를 지원한다. 오프로더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 오프로드 주행을 인식하면 주행 빈도와 시간 데이터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점이 재미있다. 미니 카브리올레의 오픈 에어링 시간이 기록되는 것과 비슷한 기능이다.



전반적으로 실내 소재감이 구형 대비 대폭 개선됐다. BMW 그룹에 인수된 후 2세대(R56 해치백)까지만 해도 미니의 인테리어는 예쁘지만 저렴한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부위를 엠보싱 소재와 가죽으로 대체해 마감 품질을 끌어올렸다. 이제야 몸값에 맞는 품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급스러워졌지만 위트를 놓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 메뉴나 여러 디테일에 미니만의 유머가 녹아있다. 미니 하면 떠오르는 재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미니 오너가 이런 가벼움을 원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가령 디스플레이 레이아웃을 평범한 스타일과 유머러스한 스타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



2열 공간은 꽤 놀랍다. 컨트리맨의 뒷좌석은 이전보다 훨씬 아늑해졌다. 커진 차체와 길어진 휠베이스 덕이다. 게다가 2열 슬라이딩과 틸팅까지 지원한다. 시트를 뒤로 한껏 밀면 중형 세단 못지 않은 레그룸이 확보된다. 키 180cm의 성인 남성에게도 충분한 공간이다. 이 컴팩트한 차체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어낸 게 신기할 정도.

트렁크 용량도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450L에 달하고, 40:20:40 폴딩을 지원해 짐을 싣기 편하다. 공간활용도는 클럽맨 못지 않다. 이제 "미니는 실용적이지 않다"고 단정지을 사람은 거의 없다. 1~2인 가구는 물론 어린 자녀가 있더라도 충분히 퍼스트 카로 쓸 수 있다.



이번에 출시된 컨트리맨에는 아직 가솔린 모델이 없다. 쿠퍼 D과 쿠퍼 SD 등 디젤만 2종류다. 그렇다고 아쉬워하지 말 것, 이들의 퍼포먼스는 가솔린 못지 않다. 둘 다 2.0L 직렬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하지만 구형대비 성능이 크게 높아졌다. 기존 쿠퍼D와 쿠퍼 SD가 각각 112마력·143마력이었던 것이 이제는 150마력·190마력으로 높아졌다. 변속기도 6속에서 8속으로 변경돼 더 강력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미니만의 ALL4 전자제어식 4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된다. BMW xDrive와 마찬가지로 주행환경에 따라 구동력이 앞·뒷바퀴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해외에서는 클럽맨에도 ALL4가 조합되지만 국내에서는 오직 컨트리맨에만 탑재된다.

몸집을 불렸어도 어쨌든 미니는 미니다. 날개모양 뱃지는 경쾌한 주행성능에 대한 약속과도 같다. 우선 시트 포지션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한껏 낮춘 시트에 앉으면 제법 높은 SUV임에도 일반 승용차만큼이나 포지션이 낮다. 그만큼 달리기 성능에 신경썼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쿠퍼 D ALL4.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는 33.7kg.m에 이른다. BMW의 18d에 해당하는 성능이다. 이전 쿠퍼 SD보다 빨라졌으니 제법 운전하는 맛이 있다.

세팅의 발전은 더 많은 가치를 담는 데 일조했다. 기존 컨트리맨은 SUV임에도 하체가 상당히 단단했다. 작은 요철조차 느껴질 정도로 짧은 댐핑 스트로크와 무거운 스티어링 휠은 일체감을 높여줬지만, 동시에 시내에서의 일상 주행에는 피곤하게 느껴졌다. '과연 이 차로 매일 출퇴근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새로운 컨트리맨은 보다 세련된 하체를 갖췄다. 잔요철은 부드럽게 걸러주지만 경쾌한 핸들링과 탄탄한 주행안정성은 그대로다. 아무래도 롤링은 이전보다 커져 노면에 붙어가는 느낌을 좋아하는 골수팬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체급에서 이런 핸들링 솜씨를 보여주는 라이벌은 없다.

디젤 엔진의 장점을 살려 중속 영역대의 가속감도 뛰어나다. 초고속 주행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감이 있지만 고속도로 추월가속까지도 문제 없다. 아마 쿠퍼 SD라면 더 빠른 속도까지도 지치지 않겠다.



BMW 드라이빙 센터 내의 오프로드 코스에서 짤막한 오프로드 체험도 해 봤다. 신형 컨트리맨에 탑재된 ALL4 시스템은 개선을 통해 그 성능이 향상됐다. 기존에는 트랜스퍼 케이스 내 클러치가 기계식으로 작동했지만 이제는 유압식으로 바뀌어 훨씬 빠른 반응속도를 보인다. 오프로드 상황에서 바퀴가 그립을 잃을 때 재빨리 다른 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한다는 뜻이다.

오프로드 체험은 5분 가량 짤막하게 진행됐다. 비가 와서 미끄러운 상황이었지만 한 바퀴가 접지력을 잃어도 어렵지 않게 코스를 탈출했다. 낮은 무게중심으로 35도 가량 기울어진 코스를 주행해도 차가 넘어갈 것 같은 불안감이 없는 점이 재미있다. 하지만 저중심 설계는 양날의 검이다. 조금 높은 장애물을 넘을 때는 배가 걸린다.



그러니 역시 SUV라 해도 컨트리맨은 오프로드보다 도시가 어울린다. '오프로드를 위한 미니'보다는 '오프로드도 할 수 있는 미니'에 가깝다. 한글로 직역하면 '촌놈'이 되는 이름과 달리, 지극히 도시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차다.

미니 특유의 경쾌한 주행감각은 새 엔진과 함께 배가 됐고, 선이 굵고 세련된 스타일링은 남성 오너에게도 잘 어울린다. 게다가 상품성은 크게 높아지고 비포장 도로를 내달릴 수 있는 4륜구동 시스템까지 갖췄으니 이전 세대 못지 않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겠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신형 컨트리맨의 가격은 4340만~5540만원에 달해 구형 대비 크게 올랐다. 쿠퍼 SD ALL4는 무려 680만원 인상이다. 아무리 성능이 향상됐다지만 소형 SUV라는 포지션을 생각하면 쉬 납득되지 않는다. '미니'라는 브랜드 가치를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선뜻 지갑이 열릴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컨트리맨은 자신감이 있다. 어떤 라이벌도 범접할 수 없는 확고한 아이덴티티와 향상된 만듦새는 미니 브랜드를 견인하기 충분하다. 시장의 평가는 기다려 봐야겠지만, 완벽한 도시 남자로 탈바꿈한 컨트리맨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게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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