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빠진 외모에 날렵한 가속력… 흔해진 독일차 훌륭한 대안
잘빠진 외모에 날렵한 가속력… 흔해진 독일차 훌륭한 대안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4.08 13:59
  • 조회수 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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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한 독일차에 싫증난 소비자, 국산 고급차에서 느낄 수 없는 다이내믹한 성능을 찾는 사람에게 XF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재규어 신형 XF는 2008년 선보인 1세대 XF에 이어 8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한 2세대 모델이다/제공=재규어코리아


‘무엇이 좋은 차인가.’ 15년 이상 자동차 전문기자를 하면서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요즘 정답은 보편성 있는 근사치로 접근해간다. 성능을 기준으로 하면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차’다. 여기에 호감 가는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이후 고유가의 아픈 기억과 날로 엄격해지는 친환경 규제를 감안하면 연비는 좋은 차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재규어코리아가 4월부터 시판하는 럭셔리 중형 세단 ‘올 뉴 XF’를 이런 기준에 맞춰 시승했다. 이 차는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독일 프리미엄 3총사인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와 경쟁한다. 가격대 역시 6000만~8000만원에 주력 모델이 몰려 있다. 수입차의 일반적인 가격 할인(통상 5~15%)을 감안하면 엔트리 모델은 500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진다. 국산 고급차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XF는 독일 3총사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고속도로와 구불구불 코너가 반복되는 지리산 일대 300㎞ 시승길에 올랐다.

이 차는 2008년 선보인 1세대 XF에 이어 8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한 2세대 모델이다. 2세대 XF는 알루미늄 소재를 대폭 적용했다. 기존 모델 대비 차체 중량을 최대 190㎏ 줄였다. 차체 강성은 28% 이상 강화했다. 문제는 지독한 다이어트에도 불구하고 XF의 공차 중량이 BMW 5시리즈 보다 무려 200kg이나 무겁다는데 있다.

우선 디자인은 기존 모델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했다. 기존 모델의 디자인이 워낙 좋아 2세대 XF는 기존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쓰면서 미세한 부분을 더 가다듬는 ‘파인 튜닝’이 디자인 콘셉트다. 재규어의 디자인 총괄 이언 칼럼은 “XF는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차”라고 주장한다. 그럴 법한 설명이다.

첫 모습에 라디에이터 그릴과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공기 흡입구가 인상적이다. 옆모습에서 고성능차로서 이상 징후가 보인다. 타이어를 감싸는 휠하우스와 타이어 사이의 공간이 생각보다 넓다. 이 간극은 좁을수록 스포티해 보이는 게 디자인의 기본이다.

기존 모델의 디자인이 워낙 좋아 2세대 XF는 기존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쓰면서 미세한 부분을 더 가다듬는데 주력했다/제공=재규어코리아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달린 레드 컬러의 재규어 엠블럼이 눈길을 끈다. 2006년까지 모든 재규어 모델의 보닛에는 재규어가 펄쩍 뛰어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품 ‘리퍼(Leaper)’를 달았다. 그 다음해 대형 세단 XJ가 나오면서 리퍼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대신 포효하는 재규어 얼굴을 새로운 엠블럼으로 만들어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 박았다. 리퍼는 보행자와 충돌했을 때 부상 부위를 최소화하는 ‘보행자 안전 규제’로 인해 사라졌다.

XF는 엔진과 옵션에 따라 7개 모델로 나뉜다. 변속기는 모두 독일 ZF의 8단 자동이다. 준중형 세단 XE에 먼저 선을 보인 2.0ℓ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단 ‘20d 프레스티지’와 ‘20d 포트폴리오’,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적용한 ‘25t 프레스티지’와 ‘25t 포트폴리오’, 3.0ℓ V6 터보 디젤 엔진을 얹은 ‘30d 포트폴리오’, 3.0ℓ V6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단 고성능 모델 ‘35t AWD R-Sport’, 최상위 모델인 ‘S AWD’ 다. 가격은 6380만~9920만원이다.

첫 번째 시승 모델은 XF 25t 프레스티지다. 최고 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m의 힘을 내는 2.0ℓ 터보 가솔린이다. 실내 공간의 크기를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간 간거리)가 2960mm로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길다. 기존 모델의 단점이었던 좁은 뒷좌석이 넉넉해진 이유다.

계기판과 대시 보드 등 인테리어는 ‘심플’을 콘셉트로 삼았다/제공=재규어코리아


계기판과 대시 보드 등 인테리어는 ‘심플’이다.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 추세를 따랐다. 우선 기본 사양으로 달린 10.2인치 스크린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터치 방식이라 호감이 간다. 계기판은 12.3인치 풀HD 디지털이다. 스탠다드·에코·다이내믹·윈터 모드에 따라 색상이 바뀐다. 변속기는 동그란 다이얼을 돌리는 재규어만의 방식을 채택했다.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풍부한 옵션 속에 옥에 티가 있다. 국산 준중형급 고급 옵션에도 적용되는 통풍 시트가 빠졌다.

가속력은 일품이다. 터보 가솔린은 8단 변속기와 맞물려 제대로 출력을 내준다. 계기판 바늘이 순식간에 시속 200㎞를 넘어선다. 직진 성능은 수준급이다. 지리산의 유명 드라이브 코스인 오도재를 올라간다. 코너링을 테스트하기 위해 엑셀을 꾹 밟았다. 고속에서 날렵한 핸들링을 보여주던 차량의 후미가 생각보다 밀려 나간다. 타이어는 굉음을 지르며 미끄러진다. 독일 3총사에 비해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가속력은 일품이지만 후미는 생가보다 잘 미끄러진다/제공=재규어코리아


오도재를 넘어 시승차를 디젤로 바꿨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그릉그릉’ 하는 엔진음이 한결 부드럽게 다가온다. 디젤은 토크는 좋지만 순식간에 힘을 짜내는 가속력은 가솔린 터보가 한 수 우위다. XF의 날렵한 성능을 이끌어 내기엔 가솔린이 더 어울린다. 연비는 경쟁 차종 대비 100~200kg 무거운 차체로 인해 10% 이상 뒤지게 나온다.

2세대 XF는 전체적인 성능에서 독일 3총사와 어깨를 견줄 만큼의 강렬한 인상은 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야를 넓혀주는 대안 역할로는 충분하다. 너무 흔한 독일차에 싫증난 소비자, 국산 고급차에서 느낄 수 없는 다이내믹한 성능을 찾는 사람에게 XF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적어도 독일차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브리티시 디자인’이 정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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