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순실 득실' 현대차의 리콜 무시...회장님만 있고 고객은 없다?
[칼럼] '최순실 득실' 현대차의 리콜 무시...회장님만 있고 고객은 없다?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4.26 18:59
  • 조회수 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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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현대차에 자발적 리콜을 요구했으나 현대차가 이의를 제기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겉으로는 SNS 소통을 통해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더니 이면에서는 소비자의 안전을 무시하는 현대차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이런 대응 방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소위 "회장님만 있고 고객은 없는 책임 추구와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의 폐해"라는 것이다.  내부 고발자로 시작된 일련의 현대차 품질 불만 문제에 대해 어느 경영진도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제대로 보고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조직에서 일탈한 일개 부장의 사건으로 희화할 뿐 현대차에 뿌리 깊은 한국 소비자 경시 풍조와 소비자의 '흉기차'  반응에 대해 정 회장에게 어떤 보고서도 들이 밀지 못한다. 보고 즉시 책임 추궁으로 이어지면서 부회장, 사장, 부사장 급 상당수 목이 잘리는 게 예측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정 회장의 측근 가운데는 한국 정치사를 얼룩지게 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비슷한 현상도 발견된다.



최순실 국정 농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내 것만 챙기면 되지 국가야 망하든 말든  박 대통령의 책임이지..."라는 전형적인 기득권 향유 계층의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됐다.  양재동 21층으로 대표되는 현대차 지배구조도 이와 닮은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정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김승년 비서실장의 갑작스런 심장마비 사망으로 여러  측근을 중용해온 정 회장의 인사 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다.  이후 양재동 본사는 '떠오르는 태양은 하나' 라는 1인 측근 체계가 자리 잡았다.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과정과도 연관이 생기면서다.

그러면서 양재동에는 최순실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측근 부류가 상당수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회장님의 비위에 맞는 말을 잘 하면 오래 다니고 수십억 연봉을 챙길 수 있는데 굳이 제대로 보고할 필요가 있냐"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의 근간인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 경영 시스템은 모양새만 갖춰 놓고 1인 의사결정 체계를 고수한  구시대적 인사시스템에서 비롯됐다고 증권업계와 경영학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의 고유 권한인 리콜에 '맞짱'을 뜨는 현대차 대관 책임장의 이번 대응은 최순실 국정 농단을 연상케 한다. 대관 조직은 김용환 부회장의 측근 라인인 박광식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번 리콜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 김 모 부장은 자사 차량에 여러 결함이 있음에도 현대차가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하고 있다며 언론에 제보했고, 이런 내용들이 확산되며 국토교통부도 32건의 결함 사례 중 5건에 대해 제작결함 심사평가위원회를 열어 이를 검토했다.

그 결과 LF 쏘나타·제네시스 등 일부 차종의 주차브레이크 경고등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운전자가 주차 브레이크를 풀지 않고 주행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주차브레이크 경고등 결함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요구했다. 나머지 4개 안건(제네시스·에쿠스 캐니스터 결함, 모하비 허브 너트 풀림, 아반떼 등 3종 진공파이프 손상, 쏘렌토·카니발·싼타페 등 5종 R-엔진 연료 호스 손상)에 대해서는 2건 사실 조회 후 리콜여부 결정, 1건 지속적 모니터링, 1건 공개 무상수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주차브레이크 경고등 결함이 "안전과 직접 연관된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발적 리콜 요구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따라 청문 절차를 밟게 됐다. 자동차 제조사가 국토부의 자발적 리콜 요구에 이의를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가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해당 사항이 강제 리콜이 이뤄질 만한 문제인 지 국회 청문회까지 열어 다시 한 번 심사를 받게 된다.



이런 현대차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주차브레이크 경고등 결함이 안전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부터가 문제다. 주차브레이크는 운전자가 차를 정차한 뒤 마지막으로 작동하는 안전장치다. 특히 비탈길에 주차를 할 경우 핵심적인 차량 고정 역할을 맡는다. 주차브레이크의 작동 여부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면 주차한 차가 비탈길을 따라 미끄러질 수 있다. 또 주차브레이크가 풀리지 않은 채 주행하면 마찰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것이 명백한 안전 문제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설령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사 제품에서 발생한 결함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정조치를 하기는 커녕, 리콜을 무마하기 위해 국회 청문절차까지 끌고 가는 대응은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현대차의 평판에 더욱 악영향을 줄 뿐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회사의 제품을 사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번 하나의 결함으로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지녔다. 연간 800만 대 이상을 생산해 세계에서 다섯 번 째로 큰 완성차 업체다. 그러나 기업 규모에 못 미치는 무책임한 태도를 일관해 왔다.

큰 이슈가 됐던 세타 엔진 결함 문제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한국과 미국 생산분은 다르다"고 해명하더니, 이내 "고객의 신뢰를 위해 한국에서도 보증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나섰고, 결국에는 "한국에서도 같은 결함이 발견됐다"며 리콜을 실시했다. 이런 식으로 불량 또는 결함에 대해 발뺌한 사례가 수년 간 한두 건이 아니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 노트 7에서 화재 결함이 발견되자 전량 회수했던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자동차는 단순히 고장나면 고치고 바꾸면 그만인 물건이 아니다. 사소한 결함과 고장 만으로도 탑승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설계 상 하자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문제가 있다면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시정하는 게 제조사의 도리다. 그러나 현대차는 그간 제기돼 온 수많은 불만에도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겉으로 SNS 채널을 운영하며 소통을 외치고, 뒤로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현대차의 이런 대응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이미 네티즌 사이에서 불매 운동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조차 이번에는 청문절차를 통해 강제 리콜을 실시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국토부 자동차 담당 국실장에  '국민의 안위보다 수출 기업 현대차를 위하는  속칭 현대차 장학생' 이 포진해 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지 지켜볼 부분이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등 일부 업체가 인증서류를 위조해 인증이 취소되고 판매 정지 처분을 받았다. 정부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 제대로 된 대응이었다. 자동차 인증 절차는 환경, 소음 뿐 아니라 안전 법규를 준수했는 지 여부도 포함된다. 현대차는 안전과 직결된 결함조차 안전 문제가 아니라며 시정을 거부하고 있다. 차를 출시하면서 약속한 안전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차에 대한 인증을 유지해야 할지는 초등학생도 대답을 명확히 아는 질문이다.

국토부는 안전 성능에 대해 발뺌하는 현대차에 대해 인증 취소나 판매 정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난해 폴크스바겐 판매 정지 처분이 '손은 안으로 굽은 것'이라는 오해를 벗어날 수 있다. 한국은 유럽 대부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OECD 국가다.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제조사는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아야 한다.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된 소비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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