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못난이 3총사’ 데자뷰?현대차 코나 출시,티볼리 비상!
쌍용 ‘못난이 3총사’ 데자뷰?현대차 코나 출시,티볼리 비상!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17.05.08 11:53
  • 조회수 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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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잇따라 소형 SUV 시장를 출시한다. 현대차는 6월 코나를, 기아차는 7월 스토닉을 발표하고 판매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소형(B세그먼트) SUV 시장은 쌍용차 티볼리가 70% 이상을 점유하며 독주했다. 이어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가 뒤를 이었다.

내수시장 평균 점유율 65%에 달하는 현대기아차의 경쟁 모델 출시로 굳건했던 티볼리 아성에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가 세그먼트별 내수 시장에서 1위를 내준 것은 경차 쉐보레 스파크(2016년), 쌍용 티볼리(2015,2016년) 뿐이다.

쌍용차로서는 10여 년 만에 '못난이 3총사' 트라우마가 재현될까 봐 노심초사다. 쌍용차는 2000년대초 렉스턴을 앞세워 SUV 시장의 선두를 질주했다. 현대기아차(이하 현기차)가 쏘나타∙그랜저 등 세단 시장에 안주하면서 SUV 시장을 등한시 해서다. 당시 현대차에는 일본 미쓰비시의 차체로 만든  ‘정몽구 회장의 꿈’으로 불린 테라칸이 있었을 뿐이다.



이런 판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현대차가 2001년 SUV 싼타페, 이어 투싼을 내놓으면서다. 이후 기아는 신형 스포티지, 쏘렌토를 출시하고 쌍용차가 장악한 SUV 시장 판세를 뒤집었다.

현기차의 반격에 놀란 쌍용차는 이후 속칭 ‘못난이 3총사’로 불린 SUV 액티언∙ 카이런, RV 로디우스를 내놓고 수성의 채비를 갖췄지만 대실패로 끝났다. 더구나 렉스턴 호황으로 중국 상하이차라는 새 주인을 만났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이들 3총사의 판매 부진으로 결국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상하이차는 '먹튀' 논란 속에 철수했다. 쌍용차의 흑역사인 셈이다.

이런 쌍용차의 부진을 딛고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차종이 바로 소형 SUV 티볼리다. 2015년  1월 출시된 티볼리는 현기차가 소형 SUV 시장에 변변한 모델이 없는 틈을 파고 들었다. 내수에서만 월 5000대 판매가 넘는 대박을 냈다. 이 급의 현기차 모델은 월 판매가 수 백대에 그친 쏘울 뿐이었다. 티볼리는 현기차 경쟁 상대가 없는 틈을 타 2년 이상 독주를 했다.

티볼리로 지난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한 쌍용차 입장에서는 현기차의 소형 SUV 출시에 ‘혀에 가시바늘’이 날 형국이다. 10여년 전 싼타페∙쏘렌토에 당한 아픈 기억이 트라우마로 재현될 지 걱정해서다.

현기차는 그 동안 티볼리급 소형 SUV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들보다 한 단계 위급인 투싼과 스포티지가 워낙 잘 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수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소형 SUV 인기가 상종가를 치자 현기차는 전략을 급선회했다.



우선 기아차는 2016년 3월 서둘러 니로를 내놓았다. 신차 발표장에서 국내영업본부 간부들이 일제히 경쟁 모델로 ‘티볼리를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가격대가 2000만원대 중후반으로 2000만원 초중반인 소형 SUV 시장과 급이 달랐다. 더구나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특징까지 더해져 티볼리 시장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국 현기차는 내수 시장에서 유일하게 1등을 내준 티볼리를 잡고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겨 코나와 스토닉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코나는 한국을 비롯, 중국∙북미∙유럽 등에 판매될 글로벌 소형 SUV다. 현대차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분리형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실내 편의장치는 티볼리보다 우위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내 공간활용이 뛰어난 티볼리를 잡기 위해 내장재를 고급화하면서 엇비슷한 공간을 뽑아냈다고 한다.  1.4L 및 1.6L 가솔린 터보, 1.6 디젤 엔진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코나와 같은 차체와 엔진을 쓰는 형제차인 스토닉도 비슷한 스펙에 기아차 디자인 유전자를 가미한다. SUV 이외에 5도어 해치백 모델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코나와 스토닉이 본격 판매가 되는 하반기에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력에서 절대 우위인 현대차가 하반기에만 코나를 5만대 이상(월 평균 4000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내부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스토닉까지 가세해 월 2000-3000대를 판매하면 티볼리 판매는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쌍용차는 지난 4월 내수 8346대로 전년 동월 대비 8.6% 감소했다. 이 가운데 티볼리만 선방했다.

티볼리는 5011대가 팔려 4개월 평균 5000대 판매를 이어갔다. 티볼리가 쌍용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쌍용차 최종식 대표는 "G4 렉스턴이 예약 판매 일주일 만에 3500대를 넘어섰다”며 “하반기에는 렉스턴 판매 확대를 통해 이런 시장의 우려를 씻어 낼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장 큰 관건은 코나의 가격대다. 현대차가 티볼리와 같은 가격대에 코나를 배치할 경우 판도 역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기차 입장에서는 인터넷으로 급격히 퍼지는 ‘흉기차’ 닉네임과 품질 불만을 코나와 스토닉으로 잠재우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따라서 가격을 티볼리 이상으로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전 국내영업본부장은 “현대차가 그 동안 티볼리에 당한 것을 치욕으로 여기는 분위기라 가격대뿐 아니라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통해 신차 효과가 있는 3개월 동안 월 판매 5000대 이상을 가져갈 것”이라며 “이럴 경우 티볼리 판매는 반토막이 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쌍용차 입장에서도 코나의 등장은 핵탄두급 위력으로 여기고 있다.

쌍용차 국내영업본부 간부는 ”모처럼 흑자 전환 분위기에 코나가 찬물을 붓는 셈”이라며 “6월부터는 티볼리 할인 및 판촉 강화가 어쩔 수 없이 시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로디우스∙카이런∙액티언...못난이 3총사 흑역사



쌍용차 ‘못난이 3총사’의 1호 격인 로디우스는 2004년 5월에 출시된 RV다. 체어맨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돼승차감에서는 경쟁 모델인 기아 카니발보다 ‘한 수 우위’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슬라이딩 도어가 아닌 일반 세단형 스윙 도어를 채택했다. 출시 당시 국내 RV 가운데 유일하게 사륜구동을 탑재하기도 했지만 기괴(?)한 디자인으로 국내외에서 못생긴 차량 1등에 수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판매 역시 부진해 월 수백대에 그쳤다. 2014년 부분변경과 동시에 이름을 코란도 투리스모로 바꾸고 잠시 반짝했지만 올 뉴 카니발이 나오면서 다시 판매는 월 수백대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2005년 6월 선보인 카이런은 쌍용차 최대 히트 모델이었던 무쏘를 이어받은 모델이다. 결과적으로는 ‘폭망’으로 끝났다. 무쏘 이름 대신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적 용어 카이와 영어로 주자를 뜻하는 러너를 합성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SUV의 강인함이나 역동성 대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다 어색한 전후면 뒤자인으로 이름조차 알리지 못하고 했고, 결국 국내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한 채 배기가스 규제 문제로 2011년 12월 단종됐다.

카이런에 이어 2005년 10월 출시된 액티언은 ’못난이 3총사’의 방점을 찍은 모델이다. 후륜구동 기반의 프레임 바디를 사용해 카이런과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했다. 쿠페형 SUV의 원조격이지만 좋은 말로 하면 시대를 너무 앞서 갔다. 1년 후 나온 BMW X6보다 디자인 콘셉트에서는 앞선 셈이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부족한데다 후미 트렁크라인이 높아 불편하고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대실패로 끝났다. 결국 쌍용차는 이들 3총사의 출시와 판매 부진이 2009년 법정관리에 몰리는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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