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30년 승용 디젤 퇴출 문대통령 공약, '현대차공화국'이 발목
[칼럼] 2030년 승용 디젤 퇴출 문대통령 공약, '현대차공화국'이 발목
  • 김태진 편집장
  • 승인 2017.05.18 17:16
  • 조회수 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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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잰 걸음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 분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문 대통령의 2030년 경유차 퇴출 공약이다.

최근 일부 보수 언론은 경유차 퇴출 공약에 대해 국민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건강권보다는 현대기아차 입장을 옹호하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사실에 입각한 분석보다는 무언가 구린 냄새가 난다. 정경유착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언론-산업 재벌 유착의 핵심 고리를 들여다 볼 만한 케이스다.  명확치 않은 전문가의 코멘트를 처리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을 다 죽인다”는 논조로 접근한다. 정말 그럴까? 제대로 따져보자.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온 국민의 관심사이자 대체가 불가능한 공공재인 공기의 질과 관련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놨다. 이날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 지시를  했다. 그는 후보 시절 미세먼지와 관련해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를 완전히 퇴출하겠다"고 대선 공약을 한 바 있다.



2016년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 차량(2180만대) 가운데 경유차 비중은 42% (917만대)다.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판매가 줄고 있는 경유차가 한국만 나홀로 증가했다.  증가한 이유는 트럭이나 버스 같은 산업용 차량이 아니다.  자가용 경유차가 증가분의  90% 이상이다.  요즘 인기 있는 SUV와 RV 차량 판매의 90% 이상이 경유차다.

그럼 경유차는 정말로 미세먼지의 주범일까? 적어도 주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특별대책’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사업장(41%)이었다. 건설기계를 포함한 경유차(28%)는 두 번째였다. 물론 경유차 가운데 노후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이다. 여하를 막론하고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 원인이라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중국 등 해외에서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부분은 외교적 노력이 아닌 이상 우리 국민의 힘으로 해결할 방도가 없다. 대기권에 차단막을 치지 않고서야 말이다.

그렇다면 2030년까지 출퇴근이나 레저로 쓰이는 개인용 경유차를 모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까. 필자는 문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산업용이 아닌 자가용으로 쓰는 경유차는 정부가 일정 감가된 액을 산정해 점진적으로 보상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2026년부터 매년 10년 넘은 경유차를 폐차시키고 적정 보상비를 지급하면 된다. 그러려면 2020년 초에는 경유차 자가용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일부 언론은 앞다퉈 이 문제를 현대기아 입장에서 바라본다. 언론사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광고주인데다 담당 기자부터 편집인까지 현대기아의 로비(?)를 받지 않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민의 이익과 건강을 대변해야 하는 공익성 기능은 어딘가 사라진 셈이다. 전문가를 등장시켜 “한국 자동차 산업이 다 죽는다”는 식의 논리를 강조한다.

2014년 경유차에서 나오는 분진이 1급 폐암물질로 밝혀진 뒤 디젤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조차 자가용 경유차 등록을 금지하거나 운행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더구나 자동차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에서 이런 보도가 속속 나온다. 이들 정부와 언론은 자동차 산업을 다 죽이려고 하는 걸까? 해당 국가의 메이저 언론은 한결 같이 “자가용 경유차를 퇴출하면 자동차 산업이 고사한다”는 논리를 내세울까?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 언론과는 다르다. 자동차가 국가 근간 산업인 독일이 가장 앞장서 경유차 대신 전기차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언론과 정부, 산업 분석가들의 진단 아래서다.

한국에서 2020년 초 자가용 경유차를 판매금지하면 현대기아차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한국의 유력 언론은 논조를 편다. 이는 근시안적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5년 동안 시간을 주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최고의 인재를 독식하는 현대기아차가 디젤차를 팔지 못해 망할리 없다.

친환경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정몽구 회장부터 모든 경영층이 여러 번 언급했다. 홍보실이 내놓는 보도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면 전기차로 방향을 바꾸면 된다. 한국이 OECD 국가 가운데 자가용 경유차 비중이 가장 높은 선두 국가라는 오명도 벗어날 수 있다. 이미 유럽도 자가용 경유차 비중이 줄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서는 자가용 경유차 비중이 1% 전후다.

전기차 개발과 맞물려 자율주행차 개발에 전력하면 2030년 이후에는 현대기아차 같은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이 한국에서 여러 개가 나올 수 있다. 물론 가능성이다. 이런 가능성을 현실화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산업용 상용차가 아닌 자가용 경유차에 그동안 친환경을 운운하면서 판매를 늘려온 것은 '언론-정부-현대기아차의 결탁'이라 가능했다. 이 패러다임 속에 유럽 수입차 업체들이 알토란 같은 과실을 따먹었다.

한국에 판매한 BMW 7∙5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S∙E클래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같은 대형 세단이나 SUV는 90% 이상이 디젤이다. 해외 어느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치다. 일부 디젤 차종은 한국이 세계 판매 1위다.  기가 찬 것은 이들 본사는 한국 덕분에 디젤차 생산 가동률을 끌어 올린다. 한국이라는 자가용 디젤차 판매처가 없었다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클린 디젤'이라는 마케팅 전략 아래 한국의 미세먼지 악화에 공헌(?)을 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한 셈이다.

한국은 어떤 경쟁 국가보다도 대응력이 빠른 DNA를 갖고 있다. 자가용 경유차 판매 금지 정책이 가시화하면 친환경차 개발 및 생산으로 신속히 체제를 바꿀 수 있다. 일부 언론의 우려대로 경유차 판매가 금지되면 자동차 산업이 죽는 것인지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한다.

삼성-현대차 공화국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한국에 테슬라 같은 스타트업 기업 여럿이 이들 반열에 올라야 할 것이다. 삼성-현대차도 잘 나가지만 이들 이외에 잘 나가는 글로벌 스타트업이 20,30년 후에는 한국에서 여럿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문대통령의 2030년 자가용 디젤차 판매금지 공약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디젤차 보상책만 제대로 나와 준다면 어떤 국민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세계적인 전기차, 자율주행차 기업이 태동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 공기는 부자든 가난하든 누구나 마실 수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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