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 QM6: 도시 멋쟁이, 오지 캠핑 떠나다
[시승기] 르노삼성 QM6: 도시 멋쟁이, 오지 캠핑 떠나다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5.29 19:34
  • 조회수 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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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QM6는 멋쟁이다. 으레 SUV라면 떠오를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 아닌, 세련미 넘치는 도시의 패셔니스트다. 독보적인 스타일과 풍요로운 인테리어에 힘입어 역대 르노삼성 SUV 중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SUV라면 응당 산길도 내달릴 수 있어야 하는 법. 말쑥한 정장 차림의 QM6를 타고 오지로 떠났다. QM6는 거친 산길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지난해 르노삼성에서 출시한 SM6는 점차적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단기간에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지난 4월 기준, 전년대비 1.9% 늘어난 2만2444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시승 전 차량을 둘러보며 실내외에서 주는 세련된 요소들이 과하지 않았다. 오래 타왔던 것처럼 친숙함이 느껴졌다. 그럼 어떠한 친숙함이 느껴지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첫 마주한 QM6의 외관은 SM6에서 봐왔던 최신 르노삼성 특유의 패밀리 룩을 Ctrl+C, Ctrl+V한 것만 같았다. SM6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호감이 QM6까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 패밀리 룩으로 인한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차체 크기와 같은 세그먼트 차이로 두 차량의 외관은 확연히 다르게 다가왔다.

그럼 왜 SM6처럼 호감이 가지 않은 것일까. 작은 고민은 차차 시간이라는 계기를 갖으며 조금씩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대면하는 횟수가 늘어나며 QM6의 어색함과 이질감이 서서히 녹아내린 것.



관점이 바뀌다보니 SM6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요소가 눈에 띄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일체화된 LED 헤드 램프는 통일감을 중시하는 트렌드를 따르고, 상단으로 자리를 옮긴 LED 주간 주행등은 전면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야간의 모습은 당차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하다.

차량 곳곳 디자인의 상당부분 차지하는 직선과 곡선은 적절히 배합돼 실제 차량 크기보다 체감하는 크기가 더 크게 다가왔다. 현 경쟁 모델들 중 제원상 조금 더 큰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에 견주어 봐도 실제 체감은 별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차량 크기에 민감한 국내 시장의 강점이 될 수 있는 디자인의 역량이다. 게다가 범퍼와 펜더 하단의 플라스틱 마감과 헤드 램프에서 앞 도어로 이어지는 독특한 캐릭터 라인은 QM6만의 디테일을 나타낸다. 모두 SM6와 확연히 차별화하는 부분이다.



실내 디자인 또한 SM6를 따르고 있다. 하단을 다듬은 D컷 스티어링 휠이나 다양한 정보전달을 가능케 하는 7인치 LCD 컬러 계기판, 가죽 스티칭 마감 등으로 장식됐다. 그럼 뒷 열 공간 공간은 어떨까. 실물을 접하기 전까진 앞서 말했던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에 비해 체구가 작아 좁을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괜한 노파심이었다. 쾌적한 공간은 물론 몸을 감싸는 시트가 흠잡을 데 없는 높은 만족도를 보여줬다. 유럽차에서 느끼던 보편적인 착좌감이다. 더 깊숙이 트렁크로 가봤다. SUV라면 응당 적재 공간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매직 테일 게이트 기능이 탑재된 트렁크의 적재량은 기본 550리터, 원터치 이지 레버가 장착된 뒷 열은 폴딩 시 최대 1,690리터까지 지원한다.

다만 또렷한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또렷하다. 먼저 눈에 띈 건 뒷 열의 공간 활용도다. 넉넉한 실내 공간에 비해 2열 시트를 전후로 움직이거나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 없어 아이러니하다. 소소하지만 센터 암레스트에 배치된 열선 스위치 버튼이 구식이다. 오래 전부터 사용된 것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풀 모델 체인지라는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가벼운 차체와 동급 유일의 CVT, 새로운 SUV를 만들다



SUV는 으레 뻔하다. 전형적인 디젤 엔진에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껑충한 차체를 끌고 나간다. 그래서 SUV를 타 보는 건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QM6를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지난해 9월 출시되고 지금까지 몇 번의 시승 기회가 있었다. 여러 번 만나본 QM6의 매력이라면 단연 기성 SUV와는 다른 주행질감이다.

선대 모델인 QM5에는 가솔린 엔진도 있었지만 QM6는 디젤에 집중하기로 했다. 2.0L 직렬4기통 dCi 엔진은 기존보다 성능을 소폭 끌어올려 177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8.7kg.m로 폭발적이지 않지만 넉넉한 성능을 낸다. 재미있는 건 여기에 조합되는 변속기가 CVT라는 것.

CVT는 높은 효율이 요구되는 하이브리드나 소형차에 주로 사용된다. 중형 SUV가 CVT를 사용하는 건 QM6가 유일하다. 직결감 떨어지고 흐느적거리는 과거의 CVT는 잊어라! QM6가 글로벌 전략모델인 만큼 이번에 탑재되는 것은 자트코제 최신 버전이다. D-스텝 기능이 마련돼 무단변속기면서도 상황에 따라 가상 기어비를 고정, 일반 변속기처럼 작동한다. 덕분에 CVT 특유의 이질감이 적고 직결감이 뛰어난 점이 매력이다.



경쟁 모델에 비하자면 눈에 띄는 파워트레인이 아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QM6의 무게다. 이번에 시승한 4WD 모델의 공차중량은 1760kg. 싼타페 2.0 디젤 4WD와 비교하면 110kg나 가볍다. 단순히 계산해 봐도 출력당 무게비는 QM6가 앞선다. 무게는 주행성능 뿐 아니라 연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최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모델들과 공유하는 차세대 CMF 플랫폼 덕택이다. 호환성이 뛰어나 개발비를 아껴줄 뿐 아니라 경량 고강도 설계로 이전보다 강성은 높이고 무게는 줄였다.

출발지는 홍대입구. 출근시간이 조금 지나 거리는 한산했지만 간선도로에는 꽤 많은 차가 있었다. 막히는 도심 환경에서도 시종일관 QM6는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특히나 변속 충격이 없는 점이 매력 포인트. 최대토크가 터져 나오는 2000~2750rpm 영역을 유지해 크루징 중 갑자기 가속 페달을 밟아도 가속에 망설임이 없다. 조금 칼칼한 회전질감을 변속기가 보완해 준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의 평가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요는 QM6가 정말 SUV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냐는 거다. 굳이 4륜구동 버전을 타고 산 속을 찾아 떠난 것도 그 때문이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구간에 들어서기 전, QM6의 4륜구동 시스템을 복습했다. 닛산이 개발한 ALL MODE 4X4-i는 전자제어식 4륜구동 시스템이다. 평소에는 앞바퀴에 100% 구동력을 전달하다 주행 환경에 따라 뒷바퀴로 50%까지 구동력을 보낸다. 노면이 나쁘다면 4WD 락 기능을 사용해 항시 50:50으로 구동력 배분을 고정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건 특이하게 2WD 고정 기능이 있는 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2WD 모드를 사용해 연비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에는 2WD 모드에 두고 달렸다.

조금씩 포장이 벗겨진 구간이 나오더니, 목적지 입구에 다다르자 곧바로 실개천이 나왔다. 이제부터는 자갈과 돌투성이의 완전한 비포장 도로. 곧장 구동 모드를 4WD 오토로 바꾸고 조심스럽게 개천을 도하했다.
이 차, 오프로드에서는 어떨까? 우여곡절 겪었지만 탁월한 4륜구동 시스템



예상보다 험한 길이었다. 지프나 랜드로버를 타고도 이 정도 길은 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오프로드용 타이어도 아니고, 번쩍거리는 19인치 휠에 승용 타이어의 조합.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차 빠지는 거 아냐?” 바퀴가 모래에 빠지거나 타이어에 펑크가 날까 걱정이 됐다. 휠이나 차체에 흠집이 나거나 바닥을 긁진 않을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QM6의 험지 주파 능력도 기대 이상이다. 한 바퀴가 헛돌 양이면 다른 바퀴가 힘껏 차를 밀어내고, 210mm의 지상고 덕에 불쑥 튀어나온 돌부리도 가뿐히 넘어간다. 바닥으로 푹 꺼지는 비탈길에서도 바닥에 털끝 하나 닿지 않는다. QM6의 진입각은 19도, 탈출각은 26도에 달한다. 반짝반짝 세차까지 한 도심형 SUV가 산길을 달리고 있으니 밖에서 보면 수트를 입고 등산하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어쨌거나 QM6의 오프로드 실력을 얕잡아볼 수는 없다.

위기가 찾아온 건 마지막 순간이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통과할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차를 만난 것. 그나마 우리 쪽이 조금 더 넓어 개천 한가운데에서 차를 옆으로 움직였다. 아뿔싸, 차가 휘청하더니 오른쪽 두 개의 바퀴가 개울 속 깊은 곳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끼가 잔뜩 껴 미끌거리는 물속에서 바퀴가 헛돌며 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거 견인차 불러야 돼요. 혼자 절대 못 나가.” 우리가 기껏 양보해 준 차의 운전자가 쿨하게 견인차를 부르라고 조언하더니 휙 가버렸다. 도와주기라도 하던가, 내심 야속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당장 바지를 걷고 차에서 내려 촬영팀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문득, 여기까지 오면서 한 번도 4WD 락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게 떠올랐다. 앞바퀴만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으니, 구동력을 강제로 뒷바퀴로 보내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이것조차 안 되면 이 산 속으로 견인차를 부르는 수밖에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 보기로 했다.

두 명은 뒤에서 차를 밀고, 한 명은 운전대를 잡았다.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수동 모드에서 2단을 넣고 신호에 맞춰 가속 페달을 밟으니 조금씩 차가 꿈틀거렸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가세해 몇 번이나 밀었을까, 마침내 차가 개울을 탈출해 뭍으로 올라왔다. 인간 승리라고 해야 할지, QM6의 승리라고 해야 할지...

함께 차를 밀었던 행인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디퍼렌셜 락 기능이 있는 파트타임 4륜구동 SUV들도 종종 차가 빠지는 곳에 무슨 생각으로 이 차를 끌고 왔냐며,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란다. 안 그래도 땀범벅인데 얼굴까지 화끈거렸다. 한 시간이나 지체된 탓에 최종 목적지였던 캠핑장에 도착하지 못하고 차를 돌려 나와야 했지만, 어쨌든 QM6의 오프로드 성능만큼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도심형 SUV라는 말은 역설이다. 애초에 SUV는 스테이션 왜건의 바디를 픽업 트럭의 프레임에 얹어 실용성을 확보하면서도 비포장된 길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차다. 그런데 겉모습만 그럴싸하고 조금만 길이 나빠져도 여지없이 여기저기 긁히거나 험로를 주파하지 못하는 차들이 많다. SUV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라지만, 이런 변화가 모든 이들에게 마냥 달갑기만 한 건 아니다.

QM6는 분명히 도심형 SUV를 표방한다. 무광 플라스틱으로 범퍼를 감싸지도 않고, 편평비 높은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끼우지도 않았다. 시내와 고속도로 어디에서나 편하고 여유로운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 비포장도로와는 거리가 멀다. 아무래도 오지 캠핑보다는 글램핑이 잘 어울리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할 수 있으면서 안 하는 것과 아예 못 하는 건 분명히 다른 차원이다. 막판에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QM6는 도심형 SUV면서도 정통 오프로더들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게다가 QM6의 4륜구동 시스템은 저렴하기까지 하다. QM6 10대 중 7대는 이 4륜구동 시스템을 선택한다. 도시에서는 말끔한 멋쟁이였다가도 산 속에 들어가면 남성적인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 그런 실력이야말로 QM6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반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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