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닮은꼴 코나와 스토닉, 사실은 배다른 형제?
[이슈 추적] 닮은꼴 코나와 스토닉, 사실은 배다른 형제?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6.28 09:00
  • 조회수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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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현대 코나의 출시에 이어 기아 스토닉도 출격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두 브랜드에서 한 달 터울로 출시된 두 형제, 코나와 스토닉이 사실은 전혀 다른 뿌리를 둔 '배다른 형제'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두 글자 알파벳으로 개발 중인 차량의 개발 코드명을 붙인다. 우리가 흔히 각 세대 현대차를 부를 때 앞에 붙이는 알파벳이 바로 세대 별 코드명이다. 가령 쏘나타는 1998년 출시된 EF 쏘나타부터 이런 명명체계를 사용해 EF-NF-YF-LF 순으로 코드명을 붙였고, 아반떼 역시 XD-HD-MD-AD 순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이 코드명은 단순히 세대를 구분하는 것 뿐 아니라 알파벳으로 해당 차종의 '혈통'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지닌다. 즉, 같은 알파벳 돌림자를 사용하면 비슷한 크기에 같은 플랫폼 구조를 공유하는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아반떼의 코드명은 AD이고 형제차인 2세대 i30의 코드명은 PD인 식이다.

알파벳 돌림자에 따라 차급도 알 수 있다. 경차는 *A, 소형차는 *B, 준중형 세단은 *D, 중형세단은 *F다. 대형차와 SUV 등 모든 모델이 이런 명명체계를 공유하고, 현지전략형 모델은 맨 뒤에 소문자 알파벳으로 국가 이니셜(러시아=r, 중국=c, 유럽=e)을 붙여 현지형 모델임을 표시해 준다.



그러면 코나와 스토닉은 어떨까? 두 차는 소형 SUV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코드명이 전혀 다르다. 스토닉의 코드명은 YB CUV다. YB는 올 초 유럽에서 공개된 신형 프라이드(현지명 리오)의 코드명이다. 즉, 스토닉은 프라이드의 CUV 버전이라는 뜻이다.

반면 코나는 OS라는 코드명을 부여받아 완전히 다른 설계를 지닌다. 오히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현대 2세대 벨로스터(코드명 JS)와 핏줄을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코나는 소형차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신모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휠 허브를 살펴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코나는 5홀 허브를 지닌 반면 스토닉은 프라이드와 같은 4홀 허브다. 4홀 허브는 상대적으로 하중이 적은 소형차에 주로 적용된다. 스토닉이 프라이드의 소형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수용 엔진 역시 코나는 출력이 높은 1.6 터보와 1.6 디젤을 얹었고 스토닉은 110마력으로 출력을 낮춘 1.6 디젤 한 종류만 탑재된다.

무조건 전용 설계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용 부품이 많으면 생산단가가 높아진다. 차주 입장에서는 오래될 수록 부품을 수급하기 어려워진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호환 부품이 많으면 단가가 낮아지고 유지하기도 쉽다. 스토닉이 코나보다 동급 트림에서 200만원가량 저렴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신 차체 구조의 한계로 라인업 확장이 어렵다.

스토닉의 한계는 친환경차 계획에서 나타난다. 현대차는 코나를 출시하면서 내년 코나 EV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수소연료전지차 역시 코나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애초부터 배터리 탑재를 고려해 개발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일반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공유하는 스토닉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출시 계획이 없다. 단순히 계획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봐야 한다.



결국 소비자에게는 똑같은 소형 SUV 경쟁차종으로 여겨지지만, 현대차그룹이 두 모델에게 맡긴 임무는 다르다. 코나는 유럽과 북미, 중동 등 선진 시장에서 개성 강한 소형 SUV이자 친환경차 가지치기 모델로서 활약할 글로벌 전략 모델이다. 한편 스토닉은 소형차 판매가 많은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중저가 소형차 시장을 공략하는 실속형 볼륨 모델이다. 코나에는 더 많은 야망을 담았고 스토닉은 볼륨을 책임진다. 프리미엄과 볼륨 마켓을 동시에 잡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식의 역할 분담을 계속해서 시도 중이다. 기아 스팅어와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G70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스팅어는 스포티함을, G70은 럭셔리함을 강조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아차가 스포티한 볼륨 대중차를 맡고 현대차를 폴크스바겐같은 프리미엄 대중차로,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로 포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동급에서 아예 다른 플랫폼으로 차별화에 나선 코나와 스토닉이 그 첫 시험무대다. 과연 시장에서의 반응은 어떨 지,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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