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 지프 랭글러 루비콘...불편한건 참을 수 있다
'남자의 로망' 지프 랭글러 루비콘...불편한건 참을 수 있다
  • 최정필 에디터
  • 승인 2017.06.29 15:29
  • 조회수 20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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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느껴보려면 코스부터 다르게

지프 랭글러, 그 중에서도 가장 험로 주파 능력이 뛰어난 루비콘을 타고 미국의 산악지대인 루비콘다운 길을 다녀왔다. 오프로드 코스 정복을 위해 서울에서 영월까지 달린 길은 평범한 포장 도로였지만  영월 오프로드 코스는 '루비콘'의 성향을 정조준했다. '랭글러 루비콘'에게만 허락된 시승 코스다.

랭글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정통 오프로더로 개발된 '루비콘’,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변경한 ‘사하라’가 그것이다.

루비콘의 외관은 'old fashion' 그 자체다. 네모 반듯한 지프 정통 외관이다. 얼핏 보면 범퍼와 펜더는 물론 지붕까지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덮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랭글러 루비콘의 '탄생 목적'을 생각해보면 이런 게 당연하다.  대부분 자동차 브랜드 들이 내놓은 SUV가 도심형으로 변절했지만 랭글러 만큼은 오프로드 정통을 유지한 자부심 강한 모델이다.



  

 편의기능 '거들 뿐'... 전동시트도 없지만 매력  덩어리. 

정통을 핑계로 극단으로 치닫은 차량을 꼽으라고 하면 로터스와 지프를 바로 꼽을 수 있다. 이 둘은 정 반대의 성향이긴 하지만, 로터스는 '달리기'를 위한 극단, 지프는 '오프로드'를 위한 극단이다. 처음 루비콘에 타 보면 여러 버튼의 위치가 생소하다. 창문을 열려면 버튼을 찾기 위해 고생을 해야 한다. 센스가 좋은 사람은 5분 이내에  해결할 수 있다. 실내등은 누군가에게 듣거나 설명서를 보기 전에는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모든 '불편함'은 '편안한 오프로드'를 위해서다. 험한 산악지대를 가기 위해서는 도어도 필요 없다. 루비콘은 간단히 배선만 뽑아 내면 문짝을  떼어 낼 수 있다. (공도에서는 안전법규상 도어를 떼어내고 달리면  안 된다. 딱지 대상이다)

그것도 4개의 문 모두 말이다. 플라스틱으로 되어 여름엔 뜨겁고, 겨울엔 실내를 냉장고로 만들어버리는 플라스틱 루프는 1열 시트 윗부분은 나사를  풀고, 돌리는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떼어 낼 수 있다.

2열 시트 윗부분 루프는 전문 공구를 사용해  전체를 들어낼 수 있다. 문 4개와 루프를 모두 떼어내면 오픈 정도가 아니라 나체족이 돼 버린다.   여느 프레임바디 차량에서도 쉽게 만나기 힘든 나체 상태의 '풀 롤케이지'를 만날 수 있다. 오프로드를 즐기는 마니아에게 전동 탑은 사치다.



도심 주행은 ' 참을 수 있는 고통',  오프로드는 '바로 이 맛'

랭글러 루비콘의 엔진은 V6 3.6 가솔린이다. 크라이슬러 300C  펜타스타 엔진과 같다.  성능은 284마력에, 35.4kg.m의 토크를 낸다.변속기는 5단 자동이다. 6단을 넘어 9단 변속기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 신차와 비교해보면 한 참 아래다. 이달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올 뉴 디스커버리는 자동 8단이다. 하지만 아쉽지 않다. 랭글러의 오프로드 능력에 5단이 정답이다.

엔진의 회전 질감은 상상 그 이상으로 부드럽다. 과거 디젤 모델에서 느껴지던  '덜덜거리며 요동치는'  느낌이 아니다. 루비콘의 기어봉 왼쪽에는 구동계를 조절할 수 있는 레버가 따로 있다. 후륜 구동을 기본으로 하는 루비콘은 이 레버를 통해 강력한 기계식 사륜구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  윈터타이어가 따로 없을 정도의 멋을 자랑하는  루비콘 타이어를 감안하면 험한 산악지대 이외에  이 레버를 조작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0km/h부터 최고속도 200km/h까지 딱 반원( 180도)이다.  90도 각도의 정 중앙 100km/h가 심히 생소하다. 탄력이 붙으면 악을 쓰고 밟으면 140~160km/h까지 속도가 붙겠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며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무척 더디다. 엑셀을 깊게 밟으면 속도가 오르지만, 정말 생각보다 많이 깊게 밟아야 한다.

차체가 적당히 높으면 운전석에서 시야 확보가 용이하다. 루비콘은 순정임에도 꽤 높다. 결코 짧지 않은 후드와 더 툭 튀어나온 범퍼, 결코 짧지 않은 차제 길이 때문에 골목에 들어서면 '이 차가 이렇게 높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60km/h를 넘어서면 풍절음이 꽤 심하게 들려온다. 이 소리가 듣기 싫어서라도  도심 규정 속도를 준수해야 할 정도다.

도심에서는 한 마디로, '이 차를 왜 사지?'라고 생각이 들 끔찍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오프로드로 들어가면 반전이 시작된다. 단순하게 쪼개진 5단 미션은 각 단에서 충분한 힘을 낸다. 평소 후륜으로 구동되던 구동력은 4H, 4L을 넣으면서 완전 기계식 50:50의 배분이 이뤄져 험한  길을 손쉽게 타고 넘을 수 있다. 거기에 스웨이바까지 분리시키고 엑슬까지 모두 잠그면 루비콘은 정말 '천하무적'이라고 부를 만 하다. 취향에 따라 몬스터 튜닝을 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순정 상태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산이 깊어지고 돌길을 달릴수록 가솔린 엔진의 부드럽고 정숙함이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진다. 요동치는 엔진과 우렁찬 엔진음이 그리워진다.

강력한 프레임바디는 차체가 못 버틸 것 같은 구간에서도 잡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생각보다 편한 1열의 착좌감은 탑승자를 제대로 잡아준다. 험준한 오프로드 길에서도 운전자의 몸이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외관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이 플라스틱으로 인해 오프로드에서 발생하는 스크래치 수리에 편리하다. 웬만한 나무를 쓸고 다녀도 스크래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랭글러 루비콘에 대한 믿음이 더욱 단단해지는 순간이다.



완벽한 어른용 장난감

편의장치가 잔뜩 달린 랭글러 사하라를 사겠다고 한다면 살짝 고민해보겠지만, 루비콘이라면  심각한 고민을 추천한다. '가지고 놀기 위해서 사려고 한다'고 하면 지갑을 열어도 좋다.  별도의 튜닝 없이도 충분히 오프로드 놀이를 할 수 있는 이 차의 가격은 4790만원이다. 사하라의 가격은 5090만원이다. 이 차량의 한계치를 생각해본다면 결코 비싸지 않다.

랭글러 루비콘은 '과격한 장난감'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것을 원한다면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 그 값이면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이 넘쳐난다. 루비콘의 성향을 정확히 알고, 그 성향에 맞춰 제대로 놀고 싶다면, 망설일 시간이 없다. 곧바로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이건 정말 완벽한 어른용 장난감이다. 남자의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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