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코나와 스토닉, 한국만 수동변속기 없는 이유
[칼럼]코나와 스토닉, 한국만 수동변속기 없는 이유
  • 최정필 에디터
  • 승인 2017.06.30 14:33
  • 조회수 6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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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시장이 과열이 아닌가 싶은 정도로 치열하다. 전쟁터를 방불시킨다. 이 시장에 소극적이던 현대와 기아마저 6,7월 코나와 스토닉을 잇따라 출시했다.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가 이끌고 한국지엠 트랙스가 뒤쫓아가던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이내 현대기아의 가세로  소형 SUV 2차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토닉 수동 변속기 모델


소형차의 장점 중 한가지는 저렴한 가격이다. 엔트리 모델의 비중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운전의 묘수를 보여주거나 소위 ‘깡통차’라 불리는 수동변속기 모델은 찾을 수 없다. 유럽과 북미 시장에 수동모델을 출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판매중인 일부 소형, 준중형 모델에 수동이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의아한 부분이다.

이유는 코나와 스토닉을 비롯한 소형차가 가진 포지션에서 찾을 수 있다. 소형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다수는 생애 첫 차를 구매하는 경우다. 소형 SUV의 경우 넓은 시야를 확보 할 수 있어 여성 운전자에게 인기가 높다. 신차 판매에서 여성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실제 운전자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갓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가 수동변속기를 능숙하게 다루기란 쉽지 않다. 수동변속기 모델로 면허를 취득한 1종 보통 면허 소지자 역시 수동변속기 모델을 운전하지 않으면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면허 취득 비율은 2015년 기준 1종 보통이 57%, 2종 보통이 34%다. 하지만 수동변속기 모델을 운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차가 1988년 미쯔비시의 자동변속기 도면을 수입,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자동변속기 비율은 꾸준히 늘어났다. 국내 구매 고객 중 95% 이상이 자동변속기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수동 변속기 모델의 수요가 없는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수동변속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변속기 개발이 진행되면서 수동변속기보다 자동변속기와 듀얼클러치(DCT) 변속기의 연비와 동력 성능이 더 향상됐다. 그러면서 수동변속기는 점점 잊혀졌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수동변속기 모델을 생산하면 대부분 재고로 남는다. 그러다보니 이번에 코나· 스토닉은 아예 수동변속기 옵션을 빼버린 셈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1800만원대 엔트리급 소형 SUV라면 수동변속기를 달면 가격은 1600만원대까지 저렴해진다. 이럴 경우 경차 최고급 옵션 가격대랑 맞물린다. 가격뿐 아니라 수동변속기는 연비도 나쁘지 않게 나온다. 여기에 소형 SUV의 특성에 맞게 운전의 즐거움도 배가시킨다. 소위 자동차를 꿈에서 만나는 마니아 급이라면 수동변속기 모델 한 대 정도는 기본으로 갖춰야 할 장비(?)로 여긴다.

운전의 달인이 많은 유럽의 상황은 한국과 다르다. 지난 몇 년간 많이 줄었지만, 수동변속기의 비율은 여전히 60%에 달한다. 여행을 위해 렌터카를 알아보아도 자동변속기 모델은 찾아보기 힘들다. 있어도 동급의 수동변속기 모델보다 가격이 비싸다.유럽에 이처럼 수동변속기가 인기인 것은 바로 가성비 때문이다. 저렴한 구입가격에 유지비용, 일거양득인 셈이다.

수동변속기 모델을 찾는 사람들은 자동변속기가 지닌 단점인 운전의 재미, 연비, 전자장비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꼽는다. 자동변속기 가운데 직결감이 좋은 DCT는 이런 단점을 상당히 해소해 뛰어난 직결감과 수동변속기 맞먹는 뛰어난 연비를 이뤄냈다. 전자장비 불신은 일부 논란이 있지만 후속 모델이 나오면서 해결되는 추세다.

한국 역시 유럽처럼 꼬불꼬불한 산간도로가 많다. 이런 도로에는 자동보다 수동이 더 효율적이다. 뻥 뚫린 미국과 다른 환경이다.

국내 시장에서 코나와 스토닉의 수동 모델이 아예 없는 것은 어쩌면 후진국(?) 자동차 문화의 작은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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