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굿우드 5신] '주차장이 모터쇼' 굿우드 관객들은 어떤 차를 타나?
[단독: 굿우드 5신] '주차장이 모터쇼' 굿우드 관객들은 어떤 차를 타나?
  • 이재욱 에디터
  • 승인 2017.07.04 03:41
  • 조회수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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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우드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축제 중 하나다. 게다가 행사 기간도 나흘에 불과해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이 축제를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매년 굿우드를 찾는 사람만 자그마치 15만 명에 달하고, 그나마도 표가 매진돼 오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니 그 규모를 알 만 하다.

런던에서 2시간 떨어진 작은 시골마을에 자동차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은 보통이 아니다. 소위 '환자'라고 하는, 엄청난 자동차 마니아들이다. 심지어 영국해협 건너 유럽 본토에서 자기 차를 끌고 오는 사람까지 있다. 그렇다보니 굿우드 페스티벌은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 주차장부터 모터쇼를 방불케 한다.

굿우드 페스티벌에서는 아예 희소성 있는 차나 고성능 스포츠카, 슈퍼카 오너들의 차도 전시의 일부로 활용하기 위해 '퍼포먼스 파킹(Performance Parking)'이라는 전시 주차공간을 제공한다. 슈퍼카 오너들은 멀리 주차한 뒤 걷지 않아도 되고 관객들은 본행사만큼이나 눈요깃거리가 생기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셈이다.

주차장에 있는 차들만으로도 하루종일 구경할 수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차 10대만 골라 소개한다. 기억할 것, 이 차들은 출품차량이 아닌 '주차된' 차들이다. 굿우드 페스티벌의 인기와 명성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슈퍼카는 아니지만 반가운 차(?)들도 번외편으로 준비했으니 기대해도 좋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



918 스파이더는 뉘르부르크링 서킷 개수 이전 가장 빠른 서킷 레코드를 지닌 양산 완성차다. 모터스포츠 기술력으로 완벽하게 다듬어진 밸런스와 강력한 엔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페스티벌 행사장의 포르쉐 파빌리온에 가면 전시돼 있는 918 스파이더를 볼 수 있지만, 주차장에서도 918을 만날 수 있다. 주차된 918 스파이더는 번호판마저 '918S'로 맞춰 차주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 로드스터



행사장에 걸어 들어갈 때 굉음을 내며 함께 들어온 차다. 화려한 붉은색 차체에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가 차주에게 차에 대해 묻기도 했다. 햇살이 좋았던 날인 만큼 람보르기니의 미래적인 디자인이 더욱 도드라졌다.

정식 명칭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50-4 SV 로드스터다. V12 자연흡기 엔진이 75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네 바퀴를 굴린다. 일반 아벤타도르 로드스터보다 50kg 가볍고 출력은 50마력 높다. 서스펜션과 핸들링을 더욱 예리하게 다듬었고 SV만의 거대한 윙과 레터링 데칼이 인상적이다. 미국 판매가격이 53만 달러(한화 약 6억원)에 달한다.


페라리 512 TR



우아한 영타이머 페라리도 빼놓을 수 없다. 512 TR은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단 2261대만 만들어졌다. 4.9L 수평대향 12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미드십으로 얹어 최고출력은 무려 428마력.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대단하지 않지만 당대에는 도로 위의 F1 머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대 모델인 테스타로사부터 최후기형인 512 M까지, F110 바디를 공유하는 미드십 12기통 페라리들은 비싼 가격에도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상업적인 성공도 거뒀다. 512 M을 끝으로 페라리는 수평대향 12기통 엔진도, 미드십 12기통 대량생산 모델도 더 이상 만들지 않아 그 희소성은 갈 수록 높아지고 있다.


맥라렌 에디션 SLR



"메르세데스-벤츠 SLR 맥라렌이 맞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 차는 엄연한 맥라렌의 작품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슈퍼카 SLR 맥라렌을 단종시키고 1년 뒤, 메르세데스-벤츠의 파트너였던 맥라렌이 마지막 한정판으로 추가 생산한, 이른바 '맥라렌 에디션' SLR이다.

SLR 맥라렌 722 에디션과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해 최고출력은 650마력이다. 바디 형태는 비슷하지만 전용 바디킷으로 차별화된다. 맥라렌이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과격한 스타일의 에어로 파츠를 앞뒤로 둘렀다. 2011년 오직 25대만 생산됐는데, 퍼포먼스 파킹 존에만 두 대가 주차돼 있었다.


재규어 E-타입 라이트웨이트



영국 모터스포츠와 떼 놓을 수 없는 게 재규어다. 재규어는 오랫동안 유럽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했다. 특히 오늘날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재규어'로 손꼽히는 E-타입은 우아한 비례와 강력한 퍼포먼스로 오늘날까지도 크게 사랑받는 차다.

그 중에서도 1963년부터 2년간 생산된 라이트웨이트 버전은 가장 강력한 성능으로 콜렉터들의 수집목록 1위에 올라 있다. 바디 패널을 알루미늄으로 교체하고 300마력의 경량 알루미늄 블록 6기통 엔진을 탑재한 레이스카 버전이다. 생산량은 고작 14대에 불과하다. 이 차는 E-타입 라이트웨이트의 레플리카(복제품)지만, 레플리카조차도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포르쉐 911 R



지난해 제네바에서 소개된 포르쉐 911 R은 1967년 출시됐던 호몰로게이션 레이스카 911 R의 오마주 버전이다. 자연흡기 포르쉐의 최고봉인 911 GT3 RS의 엔진과 기술을 그대로 얹었지만 수동변속기와 전용 바디킷을 두른 게 특징이다.

911 R은 GT3 RS보다 무게를 줄이면서 동일한 500마력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6속 수동변속기가 조합되고,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와 20인치 단조 경량휠이 기본 적용된다.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리어윙이 없어 일반 911과 구분되지 않는,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점. 991대 한정 생산됐는데, 어쩌면 마지막 수동변속기 911이 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경매에서 한화 약 8억원에 낙찰된 적도 있다.


알파로메오 8C 콤페티치오네



알파로메오는 한때 엔초 페라리가 몸담았을 만큼 유서깊은 모터스포츠 브랜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만들어낸 슈퍼카가 바로 8C 콤페티치오네다. 2003년 콘셉트카가 등장했지만 양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려 2007년 출시됐다.

8C 콤페티치오네는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며, 페라리에서 생산된 4.7L V8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은 450마력, 최고속도는 292km/h에 달한다. 생산량은 전 세계 500대에 불과한데, 영국에서는 단 40대만 판매된 희소한 스포츠카다.


페라리 599 GTO



최근 페라리의 마지막 자연흡기 V12 모델인 812 슈퍼패스트가 출시됐지만, 599 GTO는 여전히 아름다운 비례와 우아함을 뽐내는 차다. 599 GTO는 599 GTB  피오라노의 튠업 버전으로, 전설적인 1962년형 250 GTO의 오마주다. 당대 하이퍼카였던 엔초 페라리보다 뛰어난 성능으로 화제를 모았다.

엔초 페라리의 V12 자연흡기 엔진을 유용해 최고출력은 670마력이며 정지 상태에서 3.3초만에 100km/h까지 가속한다. 페라리 전용 서킷인 피오라노 서킷 랩타임 1분 24초를 기록해 엔초 페라리보다 1초나 빨랐다. 생산량은 599대에 불과하다.


쉐보레 카마로 SS 컨버터블



굿우드가 영국의 축제라고 유럽차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영국인들은 유럽차 못지않게 아메리칸 머슬카를 사랑한다. 이 쉐보레 카마로 SS 역시 그 중 하나다. 게다가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SS 버전이다.

카마로는 포드 머스탱의 라이벌로 탄생한 미국의 대표적 포니카다. 작고 경쾌한 차체와 강력한 V8 엔진으로 매년 9만 대씩 팔렸다. 전시된 차는 1968년형 SS 버전 중에서도 350큐빅인치(5.7L) V8 엔진을 얹은 컨버터블이다. 30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시트로엥 H 밴



굿우드 페스티벌은 하루만에 둘러볼 수 있는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마련된 오토캠핑장에 캠핑카를 세워두거나 텐트를 치고 묵으며 며칠간 구경하는 사람이 많다. 캠프사이트에도 여러 명차가 숨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익살스런 외모로 시선을 잡아끄는 차가 있었다.

시트로엥 H 밴은 슈퍼카는 아니지만, 특유의 독특한 외관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끄는 클래식카다. 1947년부터 1981년까지, 무려 34년간 47만 대 넘게 팔렸다. 유럽에서의 인기는 폴크스바겐 마이크로버스와 쌍벽을 이룬다. 시트로엥의 전설적인 트락숑 아방, 2CV와 여러 부품을 공유하며 1.9L 엔진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10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번외편: 현대 쿠페, 쉐보레 스파크, 쌍용 투리스모



영국에서도 심심찮게 한국차를 볼 수 있다. 한국차를 타는 사람들은 굿우드에 별 관심이 없는 지 굿우드 주차장에서는 한국차를 거의 볼 수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반가운 차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빨간색 현대 쿠페(국내명 투스카니)는 깔끔한 순정 컨디션을 뽐냈다. 한국에서는 2.7 엘리사에만 장착됐던 단조휠을 장착하고 있다. 이제는 유럽에서 쉐보레가 철수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생산된 쉐보레 모델들이 유럽에 수출됐다. 이 스파크 역시 한국GM 창원공장에서 생산됐다. 마지막 차는 쌍용 투리스모(국내명 코란도 투리스모)다. 영국에서 쌍용차는 저렴하고 합리적인 4륜구동 모델로 나름의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투리스모 외에도 카이런, 코란도 스포츠같은 차들을 길거리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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