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530i, 상시 할인 장애물 뚫고 '왕좌의 게임' 탈환할까
[시승기] BMW 530i, 상시 할인 장애물 뚫고 '왕좌의 게임' 탈환할까
  • 이병주 에디터
  • 승인 2017.07.06 10:34
  • 조회수 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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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코리아가 벤츠 E클래스를 제압할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던 신형 5시리즈를 지난  2월 출시했다. 세단 코드명은 G30으로 7세대 모델이다.

2005∼8년 렉서스 ES, 혼다 어코드 등 일본차가 점령해오던 수입차 세단 시장에 일격을 가한  5시리즈의 신화는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으로 올라간다. 국내 첫 선보인 5시리즈는 3세대(코드명 E34) 모델로 30년 전 한국땅을 밟았다. 국내서만 4번의 진화를 거듭했고 그 동안 독일산 메커니즘의 진수를 선사해왔다.



BMW가 선보인 E세그먼트 비즈니스 세단은 당시 고급차 시장을 선도한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에 일격을 가했다. BMW  3시리즈와 더불어 ‘스포츠 세단’  장르를 개척했다. 후발주자가 앞서 달리던 벤츠라는 거인을 제압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동안 검증된 5시리즈의 성능과 첨단 기능은 수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올해 수입 중형 세단은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가 장악했다. 이 두 차종의 월간 판매량은 각각 3000대 이상이다. E클래스의 경우 지난 2월 3776대를 기록하며 국내서 팔리는 전 차종 순위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월 E클래스의 판매량은 3851대로 9위를 차지한 쌍용 티볼리와 75대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티볼리와 E클래스의 가격은 3배 넘게 차이난다.



국내 소비자들이 처음부터 유별나게 독일차를 선호해 온 것은 아니다. 디젤보다 가솔린이 인기있던 시절, 혼다 어코드를 필두로 한 일본차의 파워는 막강했다. 당시 어코드는 연간  1만대가 팔리며 수입차 시장 1위를 질주했다.   BMW 코리아는 반격을 가한다. 2007년 8월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528i의 가격을  1900만원 낮추고 곧바로 1위에 등극했다.  평균 100대 정도 팔리던 모델이 단숨에  695대나 팔려 나갔다.



당시 소비자들은  "그동안 BMW코리아가 얼마를 남겼길래 이 만큼 가격을 인하할까?"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일단 인하된 가격에 만족하기도 했다.  단숨에 판매 1위 등극에다  '강남의 쏘나타'로 불릴 만큼 길거리에 많이 보이면서 수입차를 대표하는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걱정거리도 생겨났다. 판매가 늘면서 BMW 딜러 간에 경쟁이 심화하면서 BMW=프리미엄' 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갉아 먹는 할인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00만원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의 긍정적인 면이 사라지면서 이후 "BMW는 제 값 다 주고 사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528i 에 이어 연비가 좋은 디젤 모델 520d가 저렴한 유지비를 앞세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BMW는 528i, 520d 쌍두 마차로 수입차 1위를 질주한다. 아울러 BMW 오너를 중심으로 한 여러 동호회도 BMW코리아의 간접적인 지원속에 급성장한다. 회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얼마를 할인 받고 차를 구입했는지' 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졌다.



10년이 지난 2017년,  3000만원대 중후반 가격인  1시리즈를 20%가 넘는 1000만원씩 할인하는 게 보통이 됐다. 비정상이 정상이 된 셈이다.  1억원이 넘는 M시리즈 혹은 PHEV 스포츠카 i8는 수 천만원까지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다.이는  BMW 뿐만 아니다. 미니, 재규어랜드로버 등 공격적인 할인 판매에 동참하는 수입차 업체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신형 5시리즈는 온전한 판매가 이뤄진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6188대가 출고됐다. 520d와 530i의 판매 대수다. 라이벌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는 같은 기간 E220d와 E300을 합해 9116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6월 22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E클래스는 이미 신차효과가 끝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대를 모았던 신형 5시리즈가 예상 밖의 판매 부진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1000만원대 할인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현재 진행되는 프로모션에 성이 차지 않는 모양새"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신형 5시리즈의 상위 트림 ‘M스포츠 패키지 플러스’는 단 한 푼도 깎아주지 않는다. 기본 모델만 250만원 프로모션이 적용된다.기존  6세대의 경우 더 많은 옵션이 탑재됐지만 1000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었다. BMW 5시리즈를 구입할 소비자는  1000만원 정도 할인을 받는 데 익숙해져서다.



경쟁 모델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도 할인이 거의 없다. E클래스는 모든 모델에 210만원의 프로모션을 적용하고 있다. 출시 된지 1년이 지난 E클래스가신차 출시 다섯 달이 채 안된 5시리즈보다 덜 깎아준다. 그럼에도 E클래스가 더 많이 팔린다. 5시리즈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혁신적으로 변신했지만 파격 프로모션이 상시화하면서  5시리즈는 브랜드 이미지까지 추락한 셈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국내서 5시리즈의 위상은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5시리즈들이 그랬듯이 7세대 5시리즈는 상품성 만큼은 제 실력을 보여준다. 시승한 차량은 530i로 528i의 새로운 네이밍이다.

과거 5세대까지 5시리즈 가솔린 라인업은 250마력 언저리 파워를 발휘하는 530i와 528i 두 버전으로 나뉜다. 530i와 528i는 동일한 3.0L 직렬 6기통 엔진을 달았지만 파워와 옵션에 차별을 뒀다. 그랬던 것이 6세대에서 직렬 4기통으로 다운 사이징하면서 530i는 없어졌다.  528i만 남게 됐다. 530i 네이밍은 한 세대를 걸러 다시 부활하게 된 것. 엔진 배기량은 작아졌지만 과거 직렬 6기통에 견줄 만큼 파워를 발휘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5시리즈는 2.0L 직렬 4기통 싱글터보 사양의 가솔린 및 디젤 모델 그리고 3.0L 직렬 6기통 싱글터보 디젤 모델까지 총 세 가지다. 모두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돼 뒷바퀴 혹은 네바퀴를 모두 굴린다. 가솔린 모델 530i는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과거 직렬 6기통 엔진이 탑재됐던 530i 대비 20마력 하향됐지만 토크는 3.6kg.m 상승했다. 마력만 줄었을 뿐 가속력은 더욱 빨라졌다. 신형 530i는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 약 6초 정도 소요된다.



개량된 엔진의 효율성 증가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량화다. 초고장력강판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신형 5시리즈의 뼈대는 6세대 대비 약 115kg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보다 단단해 졌다. 실린더를 감싸고 있는 엔진 블록은 순수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기본적인 플랫폼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차체 곳곳에서 무게를 줄였다. 4개 문짝 6kg, 계기판을 포함한 데쉬보드 2kg, 파킹 브레이크 시스템 3kg, 휠 ·타이어 9kg, 트렁크 도어 4.2kg 등 어느 부위 하나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다.



군살을 뺏지만 차체는 더욱 커졌다. 신형 5시리즈는 길이 4936mm, 넓이 1868mm, 높이 1479mm, 휠베이스 2975mm로 6세대 보다 각각 29mm, 8mm, 15mm, 8mm 늘어났다. 액티브 에어 스트림 키드니 그릴, 범퍼 양쪽 에어커튼, 앞도어 쪽에 설치된 에어 브리더 등을 통해 공기역학까지 개선했다. BMW에 따르면 공기저항계수 0.22cd를 달성했다. 도요타 프리우스 0.24cd보다 낮다. 양산차 최고 수치다.



기본기 뿐만 아니라 옵션까지 신기술의 향연이다. 7시리즈를 통해 전세계 최초로 선보였던 제스처 컨트롤이 탑재됐다. 플래그십 7시리즈에 탑재된 것보다 더욱 진보된 시스템이다. 제스처 컨트롤은 과거 BMW가 최초 선보였던 차체통합시스템 i드라이브 혹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처럼 혁신적이다. 아직은 인식 정도가 100% 정확하진 않지만 오디오 볼륨을 조작하거나, 네비게이션의 지도를 확대 혹은 축소할 때 매우 편리하다. i드라이브와 HUD 처럼 경쟁사가 탐낼 물건 임에 틀림없다.



디스플레이 키도 매우 혁신적이다.  차에 탑승하지 않아도 차량을 전진하거나 후진 시킬 수 있다. 워낙 신선한 기술인 탓에 국내서는 향후 사용 가능하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이용해 주차된 차 주변을 감시할 수 있고, 차량 문이 잡겼는지, 창문이 열렸는지 확인도 가능하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 뿐만 아니라 차량에 탑재된 스테레오 카메라와 레이더,초음파 센서 등을 통해 보다 완벽한 반 자율주행 기능까지 선사한다.



일부 경쟁 모델은 차선을 벗어나려 하면 그제야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 차량을 차선 안쪽으로 집어 넣는다. 신형 5시리즈는 위에 언급된 각종 센서와 장비를 이용해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차선 중앙을 유지시키는 모습이 일품이다. 앞 차와의 차간거리를 유지하는 크루즈 컨트롤도 기본이다. 시속 210km/h까지 작동된다. 해외의 경우 차선 변경까지 가능하다. 단순히 주행을 보조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 ·후 ·측방 그리고 사각지대까지 실시간으로 감지해 충돌에 대한 대비를 한다.



신형 5시리즈의 가격은 520d 6630만~6670만원, 530d 8790만원, 530i 6990만~7130만원이다. 520d와 530i는 350만원의 추가금으로 ‘M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외관을 M시리즈처럼 보이게 하는 ‘M스포츠 패키지’와 디스플레이 키 등이 기본 제공된다.



BMW는 지난해 8월, 공식 실명 견적서를 도입했다. 판매 사원간의 할인 경쟁을 막고 획일화된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함이었다. 해당 제도는 1년도 채 안돼 조용히 사라졌다.

소비자들은 또다시 더 많은 할인을 제공하는 판매 사원을 찾아 나서고,  영업맨들은 개인 역량에 맞춰 재각각 다른 할인가를 제공한다. 현재 할인이 거의 없는 신형 5시리즈는 오히려 기회일지 모르겠다. 정정당당히 상품성으로 E클래스와 대적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할인정책 때문에 더 이상의 이미지 할인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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