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미래를 꿈꾸는 당신에게...테슬라 모델S 90D
[시승기]미래를 꿈꾸는 당신에게...테슬라 모델S 90D
  • 최정필 에디터
  • 승인 2017.07.30 12:38
  • 조회수 2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역사에서 테슬라는 혁명가다. 먼 미래로 느껴지던 전기차를 한순간에 현실로 끌어왔다. 마치 도라에몽 마법 주머니와 같다. 테슬라의 등장 이후 여러 제조사가 앞 다투어 전기차 모델을 내어놓았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테슬라와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테슬라의 모델S는 고급스럽고, 공격적이며 이기적이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테슬라 모델S 90D이다. 테슬라의 세부 모델은 퍼포먼스·배터리 용량·모터방식의 순서로 나열된다. 모델S 90D 모델이라는 것은 모델S의 넌 퍼포먼스(non-perfomance)·87.5kWh·듀얼모터 버전을 뜻한다. 퍼포먼스 옵션이 들어가면 모델명에 P가 붙게 된다. 이 경우 0-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을 2.9초까지 단축할 수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의 성능을 한 단계 폭발시키는 미친 상태(Insane Mode)를 기본 제공한다. 하지만 P 모델은 이보다 강력한 루디클로스 모드(Ludicrous Mode)의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75D, 90D, 100D 3가지 모델만 인증되어 해당 옵션은 선택이 불가능하다.



모델S 90D 모델은 상시 사륜 구동의 프레임 바디를 채용하고 있다. 전륜과 후륜에 193kwh의 모터가 하나씩 부착된 듀얼 모터 방식이다. 66kg.m의 최대토크의 원천이다. 모터의 최고 출력은 306.7kw다. 마력으로 환산할 경우 약 409마력에 최고속도는 250km/h다. 마력과 토크는 어느 차와 비교해도 주눅 들지 않을 수치다.



모델S의 디자인은 이기적이다. 얼핏 보기엔 그저 조금 긴 패스트백 형태의 세단처럼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기 구멍이 없다. 거대한 구멍이 필요 없어지면서 전면부의 디자인은 간결해졌다.

이런 간결함은 사이드뷰에서도 느껴진다. 반짝이는 은색이 ‘여기 손잡이가 있어요’라며 존재를 드러내고 있지만 평소엔 문 안쪽에 들어가 있다. 현행법상 없애지 못하는 사이드미러가 야속하다.

후면부에서는 전면·측면만큼의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후면부 중간에 수평의 크롬 라인을 배치해 넓어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었을 뿐이다.



실내의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지만 조금은 휑하게 보일 정도다. 물리버튼은 비상등과 글러브박스 버튼 두 개 뿐이다. 모든 인포테인먼트는 중앙의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담겨있다. 네비게이션과 주행 가능거리, 인근의 테슬라 충전소, 차량의 설정까지 모두 한 화면에서 가능하다. 아직까지 물리버튼을 선호하는 기자지만, 빠른 반응속도와 높은 수준의 한글화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네비게이션의 수준은 여느 수입차보다 양호하다.



테슬라 모델S는 5m에 달하는 전장(길이)를 갖고 있다. 정확히는 4979mm다. 공차중량은 2108kg이다. 제네시스 G80보다 조금 짧고 더 무겁다. 이 중 배터리가 800kg을 차지한다. 고급스러움과 주행 거리 증가를 위해 배터리 용량을 확보하면서 감수한 부분이다. 하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색다른 세상이 다가온다. 우선 시동버튼이 없다. ‘전기차는 전자제품처럼’ 사용해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생각난다. 순수전기차는 ‘시동을 건다’가 아닌 ‘전원을 켠다’는 개념이다.



문을 엶과 동시에 전원이 들어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의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깊게 밟으면 된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생소하다. 모델S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칼럼식 기어노브를 그대로 사용한다. 칼럼을 D로 한번 내려서 변속을 하고 출발한다.

차체의 길이와 차량의 무게는 엑셀에 발을 올리는 순간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이정도 크기와 무게는 둔하다’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다. 전기모터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지만 이질적이지 않다. 엑셀을 깊게 가져가는 순간 뒷통수를 얻어맞는다. 전자모터의 특성상 고속으로 갈수록 가속력은 떨어진다. 반면 모델S는 고속으로 밀어붙여도 가속력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417마력의 최고출력과 6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모델S는 ‘달려나간다’보다 ‘발사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모델S의 배터리는 차량의 하단에 넓게 배치됐다. 덕분에 낮은 무게중심을 갖게 됐다. 서스펜션 설정을 ‘낮게’ 설정하면 차량의 무게 중심은 더욱 낮아진다. 코너를 돌아 나감에 있어 불안감이 없다. 전기차는 재미없다는 평가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모델S는 강렬하다. 운전자가 자신과 자만의 사이에서 길을 잃지만 않는다면 통제권을 벗어나지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상 에어컨 작동유무와 주행 방식 등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가 변한다. 테슬라 모델S 90D의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378km(환경부 기준)다. 미국에서 처음 출시 됐을 당시 인증된 최대 주행거리는 512km다. 우리나라의 기준이 굉장히 가혹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테슬라 모델S의 주행 가능 거리는 다른 전기차가 따라오지 못하는 장점이다. 2013년 쉐보레 볼트EV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 320km의 주행거리를 가졌던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아무리 연비가 좋은 차도 주유를 피할 수 없는 법이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모델S 역시 충전을 피할 수 없다. 테슬라의 충전 규격은 Type2다. 우리나라에서 제공되는 충전규격(AC3 상, DC콤보, DC차데모) 중에서는 AC3 완속 충전만 가능하다. 배터리 용량이 크기 때문에 14시간 이상 충전해야 완충이 가능하다. 사실상 테슬라 전용 충전소에서만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은 세 가지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테슬라에서 제공하는 급속 충전인 슈퍼 차저와 완속 충전인 데스티네이션 차저, 홈 차저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7개의 슈퍼 차저와 72개의 데스티네이션 차저가 설치됐다.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해 사용이 다소 제한된다. 전기차의 상용화를 위해 전기차 관련 특허를 공개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최근까지 무료로 운영해온 테슬라임에도 불구 국내 충전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



이번 시승 기간 동안 어느 때 보다 많은 시선을 받았다. 모델S를 타면 어디를 가더라도 시선이 집중된다. 심지어 테슬라 슈퍼 차져가 설치된 곳을 가도 집중된다. 테슬라 충전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이 있는가 물으니 ‘잊을 만하면 한 대씩 온다’고 한다. 시선을 많이 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테슬라’라는 신생 전기차 회사에 대한 믿음이 쌓이지도 않았다. 결코 착하지 않은 가격 역시 큰 걸림돌이다.

테슬라 모델S 90D의 시작 가격은 1억1310만원이다. 현재는 제공되지 않는 오토파일럿을 나중에 추가하는 조건을 더할 경우 약 650만원이 추가된다. 별도의 조건 없이 출고 후 나중에 오토파일럿을 장착할 경우 약 770만원이 추가된다. 각종 옵션을 추가할 경우 최대 1억4370만원까지 간다. 테슬라는 모델S를 구매할 경우 5년간 유류비로 절감되는 금액을 약 800만원으로 예상한다. 전기차 세제혜택(260만원)을 받고 절감된 유류비를 감안하더라도 1억원이 넘는 가격이다. 모델S가 갖고 있는 성능과 희귀성을 생각하더라도 부담되는 금액이다.



모델S 90D는 6월까지 누적 48대가 등록됐다. 본격적인 고객 인도가 시작된 6월 등록대수가 34대다. 이런 위험과 부담에도 불구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준중형의 모델3가 본격적으로 생산, 고객 인도가 시작되면 그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모델X 역시 국내에는 아직 판매하지 않을 뿐 기대되기는 마찬가지다.

테슬라 모델S는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갖고 있다. 슈퍼카와 같이 우렁찬 엔진음은 없지만 조용히 서 있음에도 시선을 잡아당긴다. 눈길을 잡아끄는 마성을 갖고 있다. 존재감만으로도 모델 S는 강렬하다. 다양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출시되었지만 전기차라는 개념은 아직 친숙하지 않다. 모델S는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던 전기차를 현실로 끌어왔다. 자동차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뒤집은 혁명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