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렉서스 프론트 그릴이 괴기스런 이유...Maximalism의 남용일까
[칼럼] 렉서스 프론트 그릴이 괴기스런 이유...Maximalism의 남용일까
  • 이준호
  • 승인 2017.09.22 07:39
  • 조회수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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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인 트렌드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장식과 화려함을 절제하는 미니멀리즘에 한 쪽에서 반기를 든 것이다. 새로운 시즌 패션 위크에선 표현의 자유로움이 넘쳐난다. 자동차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도요타 그룹을 비롯해 일본 브랜드의 디자인은 개성이 과하다. 트렌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통의 SUV 메이커 랜드로버 디자인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최근 패션 디자인의 흐름이 흥미롭다. 자동차 디자인 경향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될 듯싶다. 옷은 변화를
위한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그렇기에 트렌드 기간이 짧다. 이런 점에서 자동차 디자인과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사조(思潮)가 변하는 주기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패션 쪽에서는 1990년대에 넉넉한 품의 힙합 스타일이 유행했다. 그 후 2000년대 몸에 달라붙는 스키니 스타일로 유행이 바뀌었다. 자동차도 약 10년 주기로 직선과 곡선 스타일을 오갔다. 큰 틀이 변하는 셈이다. 현재 패션이 그런 주기의 변화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트렌드를 이룬 스타일은 뉴욕 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었다. 단순한 라인과 간결한 형태가 기본이었고, 컬러는 모노 톤이 주를 이뤘다. 보통 디자인의 변화는 싫증에서 시작된다. 주류를 부정하는 방식인 변증법(dialectic, 辨證法)은 이런 싫증을 설명하는 좋은 근거가 된다.


변증법적으로 반 미니멀리즘 무드를 주도하는 브랜드가 바로 구찌(Gucci)다. 구찌는 이탈리아 오뜨꾸뛰르(haute outure)의 불어로 고급 주문복 의상점을 의미한다. 새로운 트렌드를 밀어 붙인다. 이른바 맥시멀리즘(Maximalism)이다.

구찌의 2017 S/S 컬렉션을 예로 들어 보자. 새로운 구찌는 하이엔드 빈티지, 레트로 감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극강의 화려함을 자랑한다. 첫 번째 컬러다. 생생한 원색의 드레스는 대비가 강렬한 꽃무늬 패턴을
과시한다. 미니멀리즘의 미덕이라 할 톤온톤(tone on tone 동일 색상 내에서 배색하는 방법)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색상들은 현란할뿐더러 서로 충돌한다. 둘째 패치워크와 장식이다. 블루종과 로퍼는 도날드 덕 패치가 여백을 가득 메웠다. 다양한 변형 폰트의 레터링과 함께 말이다. 미니멀리즘에 비하면 정말 정신이 없다. 통굽 하이힐엔 비즈(beads: 여성복·수예품에 쓰는 작은 구슬이나 가짜 보석)가 빼곡하다. 불룬 소매, 레이스, 러플(ruffle 옷 가장자리나 솔기에 물결 모양으로 주름을 잡은 것), 시스루 등 많은 요소가 디테일로 여성복을 장식한다.

온라인 쇼핑몰 네타 포르테 사라 러슨 부사장은 구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알렉산드로 미켈레 구찌 수석 디자이너는 퍼스널 스타일과 개성을 옹호한다. 이로써 미니멀리즘 무드가 몇 시즌 더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중략) 컬러와 프린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합이다. 그 결과 어쩌면 우리에게 더 대담한 영감을 준다."

구찌 효과의 키워드는 유별남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대담함이다.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구찌는 잠시 동안 패션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다시 가져왔다. 바로 ‘즐거움(Joy)’이다. 맥시멀리즘은 표현의 즐거움이다. 반면 미니멀리즘은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다. 시크(chic)는 미니멀리즘의 대표적 특징이었다. 무뚝뚝하고, 표현에 인색했다. 장식은 사치이자 과장이었다. 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기에 로고리스(logoless)가 유행하기도 했다. 맥시멀리즘은 다르다. 개성을 드러내는 장식을 최대화한다. 화려하고 과장할 수밖에 없다. 밝고 풍부한 표현으로 재미를 추구하고, 개성을 자랑한다. 컨템포러리 패션은 지금 미니멀리즘에 반(反)하는 요소를 추구,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중이다.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미니멀리즘

그럼 자동차 디자인은 어떨까? 요즘 맥시멀리즘이 자동차 디자인에서 새로운 사조로 부상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강조되고, 화려한 장식이 늘어간다.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취향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맥시멀리즘은 그러나 전체를 대변하진 않는다. 미니멀리즘도 진보한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 미니멀리즘은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산파였다. 장식은 억제됐고, 직선의 각진 스타일은 시크했다. 21세기에 들어 에어로다이내믹과 안전이란 기능적 요소가 강조돼 대대적 디자인 변화가 이뤄졌지만, 미니멀리즘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당대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한 브랜드 아우디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대표다. 프런트 범퍼를 없애고 하나의 프레임으로 전면부를 간결하게 꾸미는 방식이 좋은 예다. 미니멀리즘의 성지 아우디에서 기아차로 이적한 피터 슈라이어는 레퍼런스마다 ‘절제와 정제미’를 강조했다. 이전 트렌드를 부정하는 변증법적 대입은패션이나 자동차 디자인 모두 똑같다.

가장 먼저 탈 미니멀리즘을 선포한 브랜드는 렉서스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트렌드를 선도하기엔 부담이 크다.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고가 소비층은 흔히 보수적이다. 그렇기에 렉서스 최초 모델 LS(1989)의 디자인은 트렌드를 충실히 따랐다. 개성보다는 보편성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2011년 뉴욕 모터쇼에서 데뷔한 LF-Gh 콘셉트는 파격 그 자체였다.

아우디 식 싱글프레임 그릴을 채택했지만 표현은 과장됐다. 스핀들 그릴이라 이름붙인 형태는 기계의 축, 회전심봉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원류(源流)에는 L-Finesse가 있다. 알파벳 'L'자를 형태적 기본 조형 요소로 선택해 응용했다. 4개의 'L'로 이뤄진 스핀들 그릴은 날카롭고 웅장했다. 개성이 강했지만 그만큼 반발도 컸다. 과한 표현에 대중은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듬해 LS 디자인에 렉서스의 새로운 아이덴티티가 반영됐다. 그리고 올해 5번째 LS 디자인이 공개됐다. 흥미로운 점은 렉서스 파격의 전신이라 할 LF-Gh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렉서스는 파격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변화를 밟아 나갔다.

그 후 렉서스 디자인에 긍정적인 공감을 보내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충격 완화요법 덕에 소비자가 브랜드에 설득을 당한 것이다. 렉서스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브랜드도 디자인을 바꿀 때마다 충격 완화요법을 적용했다. 그것이 바로 페이스 리프트다. 풀체인지를 하기 전에 몇몇 변화 요소를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 반영한다. 4세대 LS는 5세대를 위한 페이스 리프트인 셈이다.

5세대 LS가 스터디 모델 격인 LF-Gh 콘셉트를 닮았다는 건, 스터디 모델의 수명이 다했다는 의미다. 다음 세대를 위한 더 진보한 스타일의 컨셉트가 필요하단 뜻이기도 하다. 5세대 LS는 렉서스가 지향하는 초대 맥시멀리즘의 완성본이다. LS에 반영된 맥시멀리즘의 특징은 총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이런 특징이 새로운 LS에 최초로 등장한 건 아니다.

5세대 렉서스 LS는 맥시멈리즘의 표본이다


1. 장식성

크롬 - 번쩍거리는 크롬 가니쉬는 맥시멀리즘 시대에 복고적으로 환생한 디테일이다. 싱글 프레임 그릴을
시작으로 에이프런, 사이드 스커트, 리어램프에 이르는 방대한 크롬의 띠가 전체를 장식한다.

엣지 - 장식적 라인이라 할 엣지는 주름이고, 면의 경계이다. LS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데 엣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핀들 그릴 모서리의 각을 날카롭게 잡아 본넷의 단차로 전환하기도 하고, 휀더의 부드러운 곡선을 우아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2. 입체성

스핀들 그릴의 패턴은 고밀도 CAD 작업과 수천 번의 수작업으로 완성됐다. 완성된 입체적 그릴은 빛의 방향에 따라 결의 느낌이 달라진다. 최근 렉서스 디자인에선 범퍼의 돌출이 두드러진다. 측면에서 바라볼 때 스핀들 그릴의 풍부한 볼륨이 이를 통해 표현됐다. 아울러 헤드라이트와 DRL(Daytime Running Light)의 입체감도 극대화됐다. 본넷 위에서 아래를 쳐다보면, 헤드라이트와 DRL의 간격이 상당히 넓다. 범퍼의 돌출된 길이만큼 DRL의 레이아웃도 돌출됐기 때문이다. 이런 3D 조형술은 밋밋한 디자인에 화려함을 선사한다. 보는 즐거움을 준다.

3. 개성

개성은 아이덴티티라고도 할 수 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하는 요소는 맥시멀리즘에서 매우 중요하다. 렉서스가 렉서스임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히 엠블럼 만을 키울 순 없다. 스핀들 그릴을 더욱 크게 하고, 라인을 대담하게 표현했다. L-Finesse의 대표적 개성인 DRL은 세 갈래로 특징을 강화했다.

개성 추구의 수단인 아이콘의 확대는 패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구찌의 예를 보자. 베이스 패턴으로 사용하는 디아만테 문양이 있다. 이어 GG슈프림 로고, 홀스빗 장식, GRG 웹이 아이콘을 형성한다. 아이덴티티를 위한 아이콘은 장식을 필수적 요소로 여기는 맥시멀리즘에 훌륭한 재료가 된다. 결론적으로 렉서스와 구찌는 서로 닮았다. 맥시멀리즘 사조를 따르기 때문이다.

프리우스의 맥시멀리즘

렉서스에서 시작한 맥시멀리즘은 도요타로 전이됐다. 대표작이 4세대 프리우스다. 4세대 프리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비틀린 형태의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다. 당신이 만약 이런 과장된 표현방식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면, 당신은 디자인계의 얼리어답터다. 프리우스 디자인은 역대 모델 중 가장 파격적이다. 미래지향적인 파워트레인이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과거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라는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미니멀리즘적 디자인을 채택해야만 했다. 파워트레인이 생소한데, 생김새마저 튀면 매출 부진은 자명하다. 지속 가능성이 화두인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이브리드를 구매 리스트에 올리는 게 당연시되는 시대다. 하이브리드는 대중적인 시스템이 됐다. 많은 브랜드가 경쟁 모델을 양산한다. 결국 도요타는 다른 식으로 프리우스가 대우 받길 원했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말이다.

도요타의 맥시멀리즘 디자인은 프리우스에서 멈추지 않는다. 소형 SUV C-HR도 맥시멀리즘 디자인이다. 모든 형태와 표현 방식이 독창적이고도 화려하다. 엣지로 입체감을 풍부하게 부각했고, 형태는 레이어드 됐다. 그 결과 볼륨은 과장됐고, 패널은 화려해졌다. 투톤 컬러와 도어 핸들을 비롯한 C필러의 레이아웃 변이는 유별나고 대담하다. 새로운 캠리는 C필러에 사선 엣지를 그었다. 미니멀리즘적 사고로는 매우 불필요한 장식성이다. 단가를 상승시키는 비효율적인 요소다.

도요타뿐 아니다. 일본 브랜드들은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닛산의 맥시마를 보자. V모션이라 명명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화려한 형태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헤드라이트에 또 한 번 과장된 형태를 추가했다. C필러에서도 마찬가지로 복잡한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시도했다. 리어 램프의 다각형 변칙성도 같은 맥락이다. 혼다도 마찬가지다. 굵은 크롬 띠를 라디에이터에 활용했다. 눈부시게 장식적이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맥시멀리즘이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푸조의 인테리어는 화려하다. 입체적인 공간감을 센터페시아를 통해 표현한다. 크롬 버튼 류들은 구찌의 패치워크와 맥을 같이한다. 다분히 장식적인 요소다. 순수한 형태를 디자인 랭귀지로 추구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원형이다. 엣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입체적 형태를 지양한다. 반면에 리어 램프는 화려하게 장식적이다. 부분적으로 맥시멀리즘을 반영한 셈이다. E클래스 쿠페의 리어 램프는 밤하늘에 수놓은 은하수 같다. 세꼭지별을 엠블럼으로 사용하는 메르세데스만의 낭만적 표현의 확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새로운 세그먼트 모델 ‘벨라(Velar)’를 발표한 레인지로버가 좋은 예다. 벨라의 전면부 디자인은 엣지리스(edgeless) 스타일이다. 대개 엣지는 캐릭터 라인과 같은 굵직한 경우가 아니면, 형태의 아웃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 예를 들면 헤드라이트 주변 패널의 윤곽에 엣지를 줘 헤드라이트를 더 입체적이게 만드는 식이다. 벨라는 그런 장식적인 엣지가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라이트는 면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평면적이고 매끄럽다. 둘 사이의 관계에 어떤 단차도 없다. 범퍼와 보닛의 경계선도 마찬가지다. 파팅라인의 용도로 쓰는 선만이 형태를 구분한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맥시멀리즘



랜드로버는 전형적인 SUV 메이커다. SUV는 험로 주파가 목적인 만큼 강한 이미지가 중시돼 왔다. 스키드 플레이트 같은 디테일이 외형을 장식했다. 굴곡지고, 덧붙여진 형태가 있어야 SUV스러웠다. 최신 랜드로버 디자인은 이런 SUV의 전형성을 깬다. SUV 디자인은 이미 맥시멀리즘이 대세라 랜드로버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신선해 보인다. 미니멀리즘의 선택으로 부족해진 장식성은 독특한 비례와 강조를 통해 보완한다. 벨라의 비례는 전혀 투박하지 않다. 뒤로 갈수록 날렵해진다. 랜드로버만의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여기에 헤드라이트와 리어 램프는 블랙 베젤이 기본이다. 블랙베젤 안 DRL과 LED 라이트가 디자인의 밀도를 높인다. 이것은 미니멀리즘을 미래지향적으로 풀고 있는 테슬라 디자인과 같은 방식이다. 미니멀리즘의 최대 약점은 단조로워 심심하다는 것이다. 블랙 베젤은 전체적인 디자인에서 포인트가 된다. 가까이서 볼 때 디테일이 오밀조밀하게 밀집돼 심심함이 제거된다.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이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패션의 무드는 맥시멀리즘으로 옮겨가고 있다.  오버핏의 넓은 바지와 재킷이 런웨이에 자주 등장한다. 기본 틀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새로움이다. 새 변화가 신선해 새로운 쪽으로 기우는 건 자연스럽다. 디자이너는 매번 새로움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매번 유혹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두 트렌드에 얽매이진 않는다. 맥시멀리즘의 트렌드가 대세라도 미니멀리즘 룩을 고수하는 브랜드가 있다. 이런 고집스런 소수는 항상 존재한다.

앞으로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는 미니멀리즘일까, 아니면 맥시멀리즘일까? 패션처럼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미니멀리즘은 고리타분한 것이고, 맥시멀리즘은 혁신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할 수도 없다. 21세기 후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다양성 추구는 트렌드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더욱이 자동차는 구매 비용이 비싸다. 그만큼 신중한 선택을 요한다. 수많은 기회비용 가운데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중고차 사이트 SK엔카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디자인을 꼽은 사람이 20.4%로 2위다.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 취향이 보수적인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주변에 현대차 그랜저의 인테리어 시계 위치가 마음에 안 든다며 구매를 하지 않는 경우도 봤다. 이렇게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자동차 디자인은 트렌드의 경계를 넘나든다.

렉서스 디자인이 과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메르세데스의 디자인은 뭔가 심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는 맥시멀리즘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렉서스의 과함은 한 세대 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이다. 그렇다고 다 똑같아 보이는 메르세데스 디자인이 촌스럽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진보된 미니멀리즘의 세련됨도 나름 매력적이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같은 트렌드를 놓고 피 터지게 싸웠다. 당시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 간에 경계가 있었다면, 아마도 풀체인지가 됐느냐 안 됐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트렌드는 신형과 구형을 구분하는 잣대로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동차도 패션이다.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으로 디자인을 해석할 수 있을뿐더러 서로 공존도 한다.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은 어느 한쪽이 비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같은 선상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릴 뿐이다. 디자인마다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를 뿐, 이런 다름이 트렌드에 뒤떨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의 풍요로운 경계에서 저마다 소비를 즐긴다. 새로운 대통령의 시대만큼 행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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