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500X, 이탈리안 페페론치노
피아트 500X, 이탈리안 페페론치노
  • 임 유신
  • 승인 2016.05.02 11:03
  • 조회수 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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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500X는 이탈리안 작은 고추(페페론치노)의 뜨거운 맛을 보여준다. 개성 넘치고 아담한 외모와 달리 힘차게 달리고 주행 안정성도 뛰어나다. 편하게 타고자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할 정도로 다루기가 만만치 않다.
피아트 500X는 이탈리안 작은 고추(페페론치노)의 뜨거운 맛을 보여준다. 개성 넘치고 아담한 외모와 달리 힘차게 달리고 주행 안정성도 뛰어나다. 편하게 타고자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할 정도로 다루기가 만만치 않다.





재력이나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면 오판하기 쉽고 진가를 발견하기 힘들다. 자동차도 크기와 외모만 가지고는 성격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피아트 500X는 경차급 소형차인 500의 SUV 또는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귀엽고 톡톡 튀는 외모를 지닌 패션카 계열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녀 도심에서 편하게 타고 다니면 될 법한 인상을 풍긴다. 첫인상만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더 어울리는 차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유약한 이미지를 지녔지만 막상 타고 나면 역시 차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500X는 만만하게 볼 차가 절대 아니다.


500X는 이미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지프 레니게이드가 나왔을 때 형제차인 500X의 등장이 예고됐다. 레니게이드가 워낙 개성이 강한 차라서 그 차를 다른 모습으로 만든 500X는 어떤 차일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오프로드 특성을 강조한 레니게이드와는 반대로 도심형에 어울리는 차라는 섣부른 선입견이 들기도 했다.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수십 가지 정보가 표시된다.



500X는 지프 레니게이드와 형제차다. 브랜드와 모양이 다르지만 기본 재료는 같다. 500X의 길이는 4.25m로 소형 SUV이다. 레니게이드는 각진 사각형 차체와 껑충한 차체로 정통 SUV 스타일을 추구한다. 500X는 둥글둥글한 디자인과 레니게이드보다 10cm 정도 작은 키 때문에 크로스오버처럼 보인다. 전체 디자인은 500을 뻥튀기한 모습이다. 개성은 강하지만 덩치가 커서 그런지 500만큼 귀여운 맛은 덜하다. 500이 유치원생이라면 500X는 아이 티를 벗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된다고 할까.


도심형 SUV로만 생각해서 매끈하고 군더더기 없는 차체를 생각했는데 은근히 터프한 면모를 풍긴다. 범퍼 앞뒤로는 플라스틱 보호대를 달아서 마치 오프로드용 차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니 시승차는 500X 크로스 플러스 모델이다. 500X는 팝스타와 크로스로 나뉜다. 팝스타는 도심형 외모에 2.4L 가솔린 엔진을 얹고 앞바퀴를 굴린다. 크로스는 오프로드 특성을 강조한 스타일에 디젤 엔진을 쓰는 네바퀴굴림이다.


뒷좌석은 성인이 앉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실내는 기대와 달리 아기자기한 맛은 덜하다. 500보다 차가 커져서 그런지 넓은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500과 같은 잡아 당기는 방식의 도어 손잡이, 동그란 헤드레스트, 컬러를 달리한 시트 등으로 특색을 주려 했지만 전체 분위기는 튀는 겉모양과는 달리 무난하다. 품질감은 보통 수준. 대시보드에는 6.5인치 디스플레이를 달았고 그 밑으로 송풍구와 공조장치 다이얼을 배치했다. 네비게이션은 자체 맵이 들어 있는데 해상도도 떨어지고 사용환경이 그리 편하지 않다. 계기판은 세 개의 클러스터로 구성했다. 가운데 클러스터에는 디스플레이가 달려있다. 수십 개에 이르는 정보가 표시되고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숫자와 그래픽을 적절히 활용해 만지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장에는 파노라마 루프를 달아 시야가 훤하다.


개성파 외모에 비해 실내는 무난하고 단정하다.



앞좌석 공간은 여유 있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서 시야도 좋다. 뒷좌석은 둘이 앉기에 적당하다.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빠듯하다. 키 크고 체격 건장 한 어른이 앉기에는 좁은 편이다. 트렁크 공간은 적당하다. 바닥판을 들어 올리면 꽤 깊은 빈 공간이 추가로 나온다. 2열까지 접으면 큰 짐도 문제없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 트랙션 · 오토로 나뉜다.



크로스 모델은 디젤 엔진을 얹는다. 2.0L이고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5.7kg·m다. 변속기는 9단 자동이다. 같은 엔진을 쓰는 레니게이드의 170마력보다 출력은 작지만 이만한 크기 차 에는 여유로운 힘이다. 시동을 걸면 엔진 소리가 제법 크다. 진동도 마찬가지다. 디젤의 원초적 특성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레니게이드도 디젤 모델은 소음·진동이 컸는데 500X도 크게 다르 지 않다. 디젤의 넉넉한 토크 덕분에 치고 나가는 힘은 힘차다. 급하게 뻗어나 가기 보다는 차근차근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일상 주행이나 힘차게 속도를 올릴 때에도 갑갑하지 않게 여유를 부린다. 9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게 동력을 맺고 끊는다. 간혹 충격이 전해지기도 하고 매끄럽지 못하게 툭툭 걸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같은 변속기를 쓰는 다른 차종도 그런 것으로 보아 변속기 특성으로 판단된다.


굴림방식은 네바퀴굴림이다. 평소에는 앞바퀴를 굴리고 필요할 때 뒷바퀴를 끌어 들인다. 주행 모드는 자동·스포츠·트랙션 세 가지로 나뉜다. 센터터널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리면 모드가 바뀐다. 각 모드마다 엔진·AWD·스티어링의 상태가 변한다. 스포츠 모드는 엔진은 퍼포먼스, AWD는 액티브, 스티어링은 스포츠로 변한다. 차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스티어링도 단단해진다. 엔진 반응도 빨라져서 가속도 신속하고 힘차게 이뤄진다. 계기판에는 터보 부스트와 앞뒤좌우 중력가속도 표시 게이지가 등장한다. 트랙션 모드는 오프로드 모드다. 엔진은 퍼포먼스, AWD는 액티브, 스티어링은 콤포트로 설정된다. 네바퀴의 접지력이 커져서 험로나 미끄러운 길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레니게이드 만큼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험한 길은 다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계기판에는 앞뒤로 전달되는 구동력 상황이 표시된다. 자동 모드는 엔진은 에코, AWD는 오토, 스티어링은 콤포트다.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자동 모드에서도 도로의 상태가 느껴질 정도다.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에도 힘이 들어간다. 쉽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안정감은 뛰어나다. 도로를 움켜쥐는 접지력도 우수하고 코너를 돌거나 차선을 바꿀 때 차체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운전의 재미는 동급의 차 중에서 평균 이상이다. 예전에 미니는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운전하기 힘들고 편안하지 않은 차였다. 지금은 그런 성격이 많이 희석돼서 평범해졌다. 보편적으로 성격이 변한 미니와 달리 500X는 옛날 미니의 컨셉트를 담고 있다. 만만히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쉽고 편하게 타 는 개성 넘치는 차가 아니라 제대로 느끼고 경험하려면 도전정신이 필요한 차다. 차가 사람에 맞춘게 아니라 사람이 차에 맞춰야 한다.


디젤이지만 연비는 그리 높지 않다. 복합연비는 1L에 12.2km다. 도심은 10.7, 고속도로는 14.6km다. 고속화도로 위주로 달리고 시내 막히는 구간을 20% 비율로 달린 후 연비는 1L에 12km대를 유지한다. 크기와 성격에 비추어 기대하는 연비에는 모자란다.


2열을 접으면 넓은 짐공간이 생긴다.



FCA 그룹은 지프 레니게이드와 피아트 500X를 공동 개발했다. 뼈대가 같은 차다. 500X를 직접 타보기 전에는 두 차가 서로 다른 성격이라고 예상했다. 레니게이드가 오프로드 특화 모델이라면 500X는 도심형인 구도다. 500X가 도심형이니 부드럽고 아늑하고 편한 차라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레니게이드보다 오프로드 주파력은 살짝 아래이고 온로드 주파력은 한 수 위인 건 맞지만 타기 편한 차는 아니다. 라인업 구성도 레니게이드와 비슷하다. 모양만 다를 뿐 별개로 시장을 공략한다.


500X는 작지만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차다. 보편화를 추구하는 요즘 추세를 비켜가지만 하드코어적인 특이함을 원하는 이에게는 아주 제격이다.


힘도 좋고 주행 성능도 뛰어나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미니 컨트리맨이나 레니게이드와 비견할 수 있는 패션카 기질이 충만

하다. 기본형 모델은 가격이 2000만원대 후반이라 구입 부담도 덜하다.

임유신_ 디젤 엔진은 소음과 진동이 크다. 오프로드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가격이 저렴한 앞바퀴굴림 가솔린 모델이 적당하다.

강병휘_ 주행 안정성이 우수하다. 자세를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 오프로드

모드는 하나지만 어지간한 험한 길도 충분히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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