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스즈키 허슬러 한국서 인기 이유...CUV 모범답안
[시승기]스즈키 허슬러 한국서 인기 이유...CUV 모범답안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09.15 10:32
  • 조회수 176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동훈에디터 carguy@globalmsk.com

스즈키 허슬러는 '경차왕국'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다. 2014년 데뷔한 이래 200만엔이 넘는 럭셔리 경차 시장에서 줄곧 1위를 달리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겉모습은 딱 SUV다. 실내공간이 넓고 적재효율도 좋다. 파스텔 톤의 색상과 아기자기한 디자인 요소는 고급 경차가 필요로 하는 여성에게 어필했다. 이 작은 차는 예쁘기만 한 게 아니다. 20 km/L가 넘는 실연비로 경차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고속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선보인다. 게다가 가벼운 험로 주행도 가능하다. 가격도 착하다.


일본은 ‘경차왕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경차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50~70종에 달한다. 기아차 모닝·레이와 쉐 보레 스파크 단 3종 뿐인 국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스즈키 허슬러는 외관만 보면 “어, 저거 경차 맞아?”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덩치가 커 보인다. 하지만 이 차는 1998년 개정된 일본 경차의 규격을 준수한다.



전장 3395 mm, 전폭 1475 mm, 전고 1665 mm로 국산 경차와 비교해 조금 작다. 허슬러 의 공차중량은 770~850kg로 기아차 모닝보다 60~120kg 가량 가볍다. 엔진 배기량은 658cc 다. 모든 일본 경차가 엔진 규격인 660cc 미만 을 준수한다. 국내 경차는 1000cc 미만이다. 대부분 998~999cc 배기량을 사용한다.

허슬러 일반 모델은 최고출력 52마력, 최대토크 6.4kg.m 를 낸다. 제원상 76마력과 9.7kg.m를 발휘하는 기아 모닝 에 못 미친다. 주행성능은 도심 주행에서는 모닝·스파크보 다 답답하다. 레이와는 비슷하다. 고속주행에서는 엔진 성 능의 차이를 뛰어넘는다.

일본 경차는 엔진 내구성과 안전상 문제로 최고 시속을 140km로 제한한다. 실제 시속 100~140Km로 달려보면 전혀 답답하지 않다. 시속 제한은 안전을 위한 ‘잠금장치’ 역할만 할 뿐이다. 최고 속도가 더 높은 국산 경차가 이 구간에서 보 여주는 모습과는 다르다. 아울러 일상 주행에서 답답함이 싫으면 터보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최고 64마력, 최대토크 9.7kg.m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작지만 강한 힘, 기술력의 차이

허슬러가 국내 경차보다 엔진 배기량이 작지만 더 잘 달리는 이유는 파워트레인의 효율성과 연관이 있다. 다른 일본 경차처럼 허슬러도 무단변속기(CVT)를 사용한다. 일본제 CVT의 동력 효율성은 정평이 나 있다. 또 엔진 구동력이 변속기로 전달되는 과정과 변속기에서 구동축으 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저항을 최소화했다.

일본 국내 기준 25 km/L가 넘는 연비는 작은 차 체는 물론이고 동력계 효율이 높은 데에서 기인 한다. 일본 연비에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국산 경차의 공인 연비가 15 km/L 수준에 머무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아차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 역시 차체 강성이 좋아지면서 주행성과 안정성이 개선됐다. 소형차 수준에 가깝다. 일본 경차에 비하면 덩치가 너무 커 경차라고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다.

고속주행 중 가벼운 무게로 인한 진동과 바람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예상보다 안정성이 좋다고 해도 물리적인 차이에서 오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허슬러는 일본 내수용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국제 기준 에 따른 안전 테스트를 받지 않는다. 국내에는 개별 차 단 위로 수입되면서 일본 인증 내용을 준용한다.

일본 경차의 대중적 디자인은 ‘박스’다. 1949년 정해진 일본 의 경차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제조사의 입장을 고려해 배 기량을 기준을 완화하고 무게 제한을 풀어둔 우리와는 다 르다. 반면 높이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많은 일본 경차 가 실내 공간 확보 문제를 차고를 높여 해결했다. 기아차가 레이를 개발하면서 참고한 다이하쓰 탄토의 실내는 초등 학생이 서 있어도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을 정도다. 형제차 웨이크는 마운틴 바이크, 서핑보드 등을 세워 적재하기 위 해 차고를 더욱 높였다. 덕분에 웨이크의 측면 패널은 2L급 SUV와 비교할 정도로 커졌다.

차고가 높은 경차는 주행 중 롤링이 크다. 탄토 는 경형 승용차임에도 승합차를 넘어 고속버스 를 운전하는 느낌에 가깝다. 최저 지상고가 탄토보다 높은 허슬러의 롤링이 덜한 것은 그만 큼 허슬러의 차체가 특별하다는 방증이다.



허슬러는 완벽한 박스형 실내로 탑승공간과 적재공간 효율을 높였다.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 을 위한 기능과 부품을 추가했다. 4륜구동 모델 에는 경사로 밀림 방지와 내리막길 속도 제한 장 치가 추가됐다. 허슬러의 최저 지상고는 2WD 180mm, 4WD 모델 175mm다.

파스텔 계열의 컬러와 투톤의 강렬한 배색을 채 택해 귀여운 SUV로 여성들의 관심을 끈다. 이처 럼 귀여운 외모의 차가 등장하면서 신이 난 것은 튜닝업체다. 다양한 테마의 튜닝 부품을 앞다퉈 내놨다. 허슬러는 튜닝·드레스업 부품 판매로도 재미 를 봤다. 허슬러 디자인의 특징은 가장 낮은 등급에 장착된 주철 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휠은 옵션 이 하나도 안 달린 저가 모델용이지만 흰색과 회색으 로 도색해 상위 버전의 알로이 휠보다 인기가 높다.

허슬러는 자연흡기나 터보, 2륜 또는 4륜을 조합할 수 있다. SUV 콘셉트에 CUV를 가미했지만 4륜구동 은 험로보다는 눈길에 어울린다. 남북으로 2000km 넘게 국토가 긴 일본은 북쪽 홋카이도와 남쪽 규슈 의 기후차가 심하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 에서는 4륜구동 모델의 인기가 많지만 중부 이하에 서는 판매량이 적다.

허슬러가 SUV를 지향하지만 레저용 개념이지 진짜 오프로드 용도는 아니다. 실제 임도 주행을 해봤다. 658cc 엔진에서 최고출력 52마력, 최대토크 6.4kg.m를 내는 경차로 임도 주행 이 원활 것이라 기대는 안 했다. 경사가 심해지자 속 도는 물론이고 엔진 회전수도 충분히 올리지 못한 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있다. 변속 기 하단에 위치한 저속 모드와 변속레버 오른쪽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로 전환한다. 저단 출력이 다소 증가한다. 결국 산 정상까지 올랐다.

소재 평범하지만 개성 살린 튜닝 다양



실내 디자인은 공간 확보에 집중했다. 일본 경차 대 부분이 그렇듯이 실용성 위주의 직물 시트를 사용한 다. 대신 다양한 컬러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1열 좌석은 좌우가 분리된다. 센터터널 없이 연결돼 앉은 채로 좌우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 설계는 일본과 차량 진행이 반대 방향인 국내에 서 유용하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보니 톨게이트 에서 보조석에 앉은 동승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 일 혼자 운전 중이라면 변속기를 주차모드로 바꾼 후 엉덩이를 밀어 보조석로 움직일 수 있다. 이 불편 하면서 재미있는 상황은 극단적인 예다. 실제 한국에 돌아다니는 일본 차들은 하이패스를 장착해서 이런 상황을 최소화한다. 실내 곳곳에 수납공간을 마련한 것 역시 일본 경차의 특징이다.

메인 대쉬보드 보조석 쪽에는 상하로 분리된 콘솔 이 두 개 센터페시아 중간과 하단에 각각 2개의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1열 오른쪽 보조석 바닥을 앞으로 젖히면 그 안쪽에도 수납공간이 있다. 4개의 출입문 하단에 도어 포켓도 이용할 수 있다. 2열에는 별도의 수납공간이 없다. 앞에서 언급한 탄토 같은 박스카 형태(일본에서 ‘와곤’이라 부른다)의 경차는 2열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제공한다. 차량의 용도에 따른 차이라고 보면 된다.

허슬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부품 의 공유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많은 경차를 만들어 낸다. 심지어 타사의 뱃지를 달아 납품하기도 한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취향이 다양한 일본 소비자에 맞춘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다른 차량임 에도 스티어링훨·변속레버·시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제조원가 절감과 신속 한 모델 변경에 유리한 요소다. 이런 방식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의외로 호의적이다. 자동차에 대한 시각이 합리성이 중요해서다.

대신 다양한 컬러 옵션과 내·외장의 추가 부품을 제 공한다. 부품은 똑같지만 다른 컬러 배합으로 자기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만들어진 그대로 타건 다르 게 튜닝을 하건 개인의 자유다. 제조사는 이를 지원 할 뿐이다. 대부분의 일본 경차는 소비자가 원하는 AV 시스템 을 장착할 수 있다. 허슬러도 마찬가지다. 까다롭지만 일본 경차를 한국에 수입할 수도 있다. 국내 자동차 관련 법규가 일본보다 엄격해 수입 과 정에서 일부 기능을 추가하거나 개조해야 한다. 수입 인증은 동일한 모델이라도 개별 단위로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대행하는 업체가 있지만 가격이 일본보다 최소 1000만원 이상 비싸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