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CADILLAC CTS - 유럽식 미국차의 본을 보이다
2015 CADILLAC CTS - 유럽식 미국차의 본을 보이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17 12:00
  • 조회수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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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디자인의 완결판 2015 CTS 

프리미엄 세단은 유럽차가 대세다. 여타 프리미엄 세단들도 유럽차 따라하기에 바쁘다. 캐딜락 CTS는 국적은 미국이지만, 프리미엄 세단의 대세를 따라 유럽 감각을 주입했다. 겉은 미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캐딜락이지만 속은 유럽차나 다름없다. ‘겉 다르고 속은 같은’ 생존방식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차가 CTS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대륙의 구분은 명확했다. 유럽ㆍ미국ㆍ일본을 축으로 자동차의 성능이나 개성이 확연히 구분됐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경계가 허물어졌다. 예전부터 유럽(그 중에서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영향력은 컸지만, 최근 들어 그 힘이 더욱 막강해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주류를 따르는 수밖에 없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정숙함과 부드러움을 최고의 가치로 삼던 렉서스는 얼마전부터 역동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캐딜락과 링컨 같은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는 유럽 브랜드 수준으로 인테리어의 고급성을 높였다. 운동 성능 또한 유럽 감각을 주입했다. 모양은 다르지만 속은 비슷해지는 현상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겉이 다른 면에 있어서 캐딜락은 확실한 개성을 드러낸다. 특히 CTS는 21세기 캐딜락 디자인의 원조이자 핵심으로 꼽힌다. 캐딜락 CTS는 2002년 세상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2002년은 캐딜락 브랜드 100주년이 되던 해다. 캐딜락이 작심하고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첫 작품이 CTS다. 100주년을 기념해 나온 CTS는 ‘환골탈태’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바뀌었다.

‘아트&사이언스’로 무장한 칼날처럼 날카로운 스타일로 단번에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개성을 확립했다. 한층 젊어진 분위기 덕분에 노년이 타는 차라는 선입견을 깨고 구매층의 평균 연령도 낮아졌다. 신형 CTS는 3세대다. 13년 동안 세 번의 세대 변화를 겪으면서 스타일도 다듬어졌다. 1세대 CTS는 날카로운 선과 미래적인 분위기가 충만했다. 2세대는 날카로움은 유지하면서 전통적인 색채를 입혔다. 3세대는 캐딜락의 아이덴티티인 ‘아트&사이언스’에 세밀한 디테일을 더했다. 고유의 분위기는 간직하지만, 날카로운 모서리를 다듬어 분위기는 다소 부드러워졌다. 여태것 CTS는 스텔스 전투기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정도로 미래적인 느낌이 들었다.

신형 CTS는 파격이 줄어든 대신 보수적인 색채가 더해져 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등 ‘수직’을 근간으로 하는 전통적인 디자인의 핵심요소는 여전히 그대로다. 특히 헤드램프와 범퍼를 타고 수직으로 이어지는 LED 주간등은 신형 CTS 디자인의 백미다. 요즘 LED 주간등은 흔한 소재다. 캐딜락식으로 표현하니 참신하고 색달라졌다. 2015년형은 새로운 엠블럼을 달았다. 방패를 둘러싼 나무가지가 사라져 깔끔하고 눈에 잘 띈다. 작은 변화지만 느낌이 매우 새롭다.

뒷좌석 넉넉해진 중형 세단으로 변신





▎각은 살아있지만 이전 세대보다 좀 더 부드러워졌다.
외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이전보다 다소 부드럽고 차분해졌지만, 실루엣의 역동성은 한층 강렬해졌다. 요즘 뜨는 장르인 4도어 쿠페라 불러도 될 정도로 쿠페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더해 정통 스포츠 쿠페의 긴 보닛과 짧은 트렁크(롱노즈 숏 데크) 스타일을 살렸다. 긴 보닛과 극도로 짧은 트렁크 리드가 역동적인 비율을 완성한다. 1세대 CTS는 ‘가만히 서 있어도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런 이미지는 신형 3

세대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2 세대까지만 해도 CTS는 준중형급과 중형급을 동시에 공략했다. 아래급인 ATS가 선보이면서 라인업에 정리가 이뤄져, 신형 CTS는 중형 세단으로 올라섰다. 차체도 커졌다. 길이는 이전보다 약 12㎝ 늘었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3.1㎝ 길어졌다. 차체카 커진 만큼 실내 공간에도 여유가 생겼다. 이전 세대에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였던 뒷좌석 공간도 이제는 여유롭게 성인 둘이 앉을 수 있다. 다만,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바닥이 솟아 오른 뒷바퀴굴림 차의 특성상 편하게 앉기에는 무리가 있다.





▎독일 경쟁차 못지 않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실내는 가장 큰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터치와 전자화에 열심인 캐딜락의 최신 트렌드가 잘 반영돼 있다. 계기반은 12.3인치 풀 LCD로 바뀌어 마치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것 같다. 이미 여러 브랜드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지만, 캐딜락만의 구성이 돋보여 새롭게 느껴진다. 레이아웃은 주행 성능을 고려한 4개의 모드로 나뉘어져 있다. 속도계를 가운데로 놓은 세 개의 원형 구성이나, 타코미터와 속도계를 동등하게 배치한 두개의 원형 구성 등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표시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다. 제대로 익히려면 꼼곰하게 오랜 시간 살펴야 한다. 일단 익숙해지면 스티어링 휠 스위치로 수월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다루는 듯한 방식과 비슷해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라면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대시보드 역시 터치로 작동한다. 손가락을 갖다 대었을 때 제대로 작동한다는 확신감은 덜하다. 매끈하고 정확하게 작동하는 스마트폰의 그 느낌과는 거리가 좀 있다. 고전적인 버튼 스위치에 익숙한 사람은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터치는 실내를 아우르는 핵심 컨셉트다. 센터 모니터는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가기만 해도 화면에 메뉴가 뜬다. 글로브박스와 컵홀더 덮개도 터치로 작동한다. 실내 디테일과 품질은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특히 색상과 트림의 조화가 눈에 띈다. 가죽ㆍ알루미늄ㆍ크롬ㆍ플라스틱ㆍ 나무 같은 다양한 소재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276마력 터보의 역동적인 성능





엔진은 2.0L 터보로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잘 따른다. 직분사 터보 엔진의 최고 출력은 276마력, 최대토크는 40.7kgㆍm로 1700~5500rpm 사이에서 고르게 토크를 발산한다. 최대토크의 경우 오히려 같은 모델 3.6L 자연흡기 엔진보다도 높다. 전반적인 파워는 2.0L급 중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수치상으로 따지면 경쟁모델인 BMW 528i의 245마력, 35.7kgㆍm보다 한단계 위다. 굴림방식은 뒷바퀴 또는 네바퀴굴림으로 구분되고 6단 자동변속기가 올라간다. 요즘 프리미엄 세단은 대부분 7단 이상을 채택하는 추세다. 6단의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마케팅 면에서 불리한 부분이다. CTS의 경우 3.6L V6 모델에 8단이 올라간다. ‘4기통+8단’ 조합이 있었으면 좋을 뻔했다.

가속은 힘차고 매끈하다. 엑셀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타코미터 바늘이 레드존을 향해 신속하고 부드럽게 치솟는다. 터보가 작동하면 박력있게 치고 나간다. 배기량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균치 이상 되는 힘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엑셀을 밟으면 차가 멈칫 했다가 반응이 나타나는 터보랙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거슬릴 정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가속할 때 들려오는 사운드도 경쾌하다. 스티어링 휠 패들을 누르거나, 시프트레버 상단 M버튼을 누르면 수동모드로 접어든다. 변속과 엔진 반응 모두 빠른 편이라 의도한 대로 차체를 다룰 수 있다. 수동모드에서는 레드존에 도달해도 변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직접변속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좀더 긴장하고 집중해야 한다. 스포츠 세단의 본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이자, 능동적으로 차와 일체가 되어 즐기라는 배려다.

하체는 탄탄하다. 요즘은 스포츠 세단을 자처하던 독일 프리미엄 세단들도 대중화를 염두에 두고 과거에 비해 부드럽게 세팅한다. CTS는 반대의 길을 간다. 다소 물렁거린 과거와 달리 오히려 독일 세단들보다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튀거나 쿵쾅거릴 정도는 아니라서 평상시에는 패밀리 세단의 승차감을 만족시킨다.

코너나 와인딩에 접어들면 스포츠 세단의 본성을 살아나 하체에 긴장감이 더해지고,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머리를 튼다. 핸들링은 예리하고, 뒷바퀴굴림이지만 움직임은 중립에 가깝다. 스티어링을 감아 돌리는대로 방향을 틀고, 앞뒤는 시차를 최소화하며 일체화된 몸놀림을 보인다. 코너 공략에 있어서는 독일 세단과 겨루는 데 부족함 없는 수준이다. 구조적인 안정성도 뛰어나다.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지 않고도 한계 상황을 잘 버텨낸다. 고속에서도 단단한 하체의 안정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앞바퀴에 브렘보 브레이크를 써서 제동력도 나무랄 데 없다. 주행모드는 기본모드인 투어와 역동성을 살린 스포츠모드 두 가지. 투어에서도 기본 이상의 역동성은 갖추고 있는데, 스포츠 모드로 돌입하면 더 예민하고 역동적인 감성을 분출한다.

복합연비는 10.0km/L로 아슬아슬하게 두 자릿수를 맞췄다. 효율성에 있어서는 만족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연비는 13㎞/L 이상 나왔지만 시내에서는 내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한다. 디젤 세단에 비교하면 연비 만족도는 낮아진다. 대신 정숙성이나 순발력 같은 가솔린 차의 장점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더불어 3.5L급 가솔린 엔진의 파워를 그보다 높은 연비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희망적인 요소다. 가격은 5450만~6900만원으로 동급 라이벌에 비해 1000만원 정도 낮게 책정되어 있다.





▎2015년형은 각종 안전·편의 장비가 추가되었다.
고급장비는 꽤 많이 들어 있다. 각종 경고를 진동으로 알려주는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자동주차 보조장치, 사각지대 경고장치, 충돌 경고 장치, 냉난방 통풍시트, 스티어링 휠 열선, 파노라마 선루프 등 어지간한 안전ㆍ편의장비는 다 갖추고 있다.

2015년형은 차선 유지, 차선 변경 경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T자형 자동 주차 등 더욱 많은 안전·편의장비가 추가 됐다. 기본으로 들어가는 장비가 많아서 가격 대비 가치는 높다. 3세대를 거치며 CTS는 성능이나 품질 면에서는 독일 프리미엄 세단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예전에 비해서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도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가격이면 조금 더 보태 독일차를 산다’는 소비자의 선택이 우세하다. 아직까지 캐딜락 브랜드의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 개선은 캐딜락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다.

신형 CTS는 유럽 프리미엄 세단이라 해도 될 정도로 고급스럽고, 퍼포먼스나 주행감성도 유럽차 그대로다. 반면에 스타일은 여전히 캐딜락만의 개성이 강하다. 미국 국적을 지닌 독일차나 다름없다. ‘겉 다르고 속은 같은’ 이 전략이 얼마나 유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판매 수치에서는 이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신형 CTS는 캐딜락 브랜드를 대표하는 세단으로 역할은 100% 해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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