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녹슨 차 팔고 발뺌 혼다코리아, 현기차 벤치마킹하나
[칼럼]녹슨 차 팔고 발뺌 혼다코리아, 현기차 벤치마킹하나
  • 박성민 에디터
  • 승인 2017.09.25 06:13
  • 조회수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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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를 받는 날은 밤에 잠들기 어려울 만큼 설레는 날이다. 그런 새차에 녹이 가득 하다면 기분이 어떨까?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이자 고객 만족의 상징인 혼다가 한국에서 이미지가 크게 실추하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중형 SUV 5세대 CR-V와 중형 세단 어코드(ACCORD)의 운전석 스티어링휠과 대쉬보드 아랫부분 금속 부품에서 녹이 발견된 것이다. 더 화나는 것은 혼다코리아의 태도다.  신차 품질불량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해 온 현대기아차를 네티즌들이 폄하해 부르는 '흉기차'를 벤치마킹한다는 소리가 인터넷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혼다차=흉기차2'로 불러야 한다는 소리다.  두 회사 모두 H 발음으로 시작해 흉기차로 부르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은 2005년 한국 수입차 시장에 진출한 이래 지금까지 10년 넘게 대표이사를 맡으며 줄 곧 "혼다는 판매대수 1위 보다는 고객만족 1위가 더 의미가 있다"며 고객만족을 강조해 온 회사다.

녹, 부식 알고도 '배짱 판매'인가

YMCA자동차 안전센터는 혼다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 피해내용과 사실 관계를 파악한 결과, 혼다코리아가 녹과 부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차량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는 이런 주장을 뒷 바침하는 몇가지 팩트를 내놨다. 고의 은폐의 근거로 녹·부식 발생 부위 곳곳의 매직 마킹을 한 사진이다.  센터 측은 "차량을 출고할 때 블랙박스 및 네비게이션 장착 과정에서 녹·부식을 발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녹슨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영업매장에 방문해 항의하면 이미 녹·부식이 있는 전시차를 보여주면서 (신차에) 녹이 슨건 문제되지 않는다"고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녹슨 차량을 수리하기 위해 전시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가 영업점 직원이 약품으로 전시차량의 녹·부식을 닦는 모습을 목격해 제보했다"며 "업체에서 전시차량의 녹·부식부위는 약품으로 닦아내 판매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혼다코리아의 이미지의 타격 뿐만 아니라 지난달까지 판매된 4000여대의 차량에 대한 보상 및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결함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신차를 500만원 할인 판매한 이유는

혼다코리아는 지난 6월 1750대를 팔아 2005년 한국 진출 이래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7월에는 1001대를 판매하며 연간 1만대 달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녹 파문이 확산된 8월 이후로 지난달 판매 대비 46% 감소한 541대가 팔리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에 혼다코리아는 녹 사태 이후 기존 100만~150만 원 선에서 진행한 할인 프로모션을 한 달도 안돼 500만 원 가까운 수준까지 올렸다. 하지만 좀처럼 판매는 늘지 않고 있다. 소비자에게 '혼다코리아=녹슨 차를 판매하는 흉기차"라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이로 인해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판매량  급락으로 재고 차량이 증가하면 11월부터는 연식 재고떨이 할인으로  신차 가격의  20%가 넘는 1000만원 할인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럴 경우 소비자는 많은 할인폭을 기대하며 점점 구매를 미루고 재고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진 출처: 이뉴스투데이


녹슨 차 팔고 후속 대응이 문제

혼다코리아는 지난달 19일부터 해당 부위에 녹을 제거하고 방청처리를 하는 등 고객 대응에 나섰다. 우선 혼다코리아는 이번에 출시된 CR-V의 모든 차량에 대한 부식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안전과 구동 성능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최우선적으로 안전과 구동 성능 상에 이상이 없는지를 조사했다”면서 “조사 결과 이번 부식이 차량의 안전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부식이 발생한 부위는 대시보드 내의 행거 빔”이라며 “해당 부품에 녹을 제거하고 방청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혼다코리아 딜러사 측은 "딜러 자체적으로 할인폭을 늘려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며 "녹 부식이 있는 차는 윤활제로 도장, 녹을 제거(방청작업)해서 인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현재 혼다자동차 품질문제를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당장 특별한 조치는 없다"며 "안전과 관련된 품질 문제를 발견할 경우 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우영(맨 왼쪽) 혼다코리아 사장은 올해 1월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발표하면서 판매보다 고객만족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발생한 도요타의  '녹사건'

미국에서 발생한 녹사건에 대한 일본 브랜드의 대응은 어땠을까. 도요타는 미국에서 판매한 일부 픽업 트럭과 SUV 차량에서 녹방지 미비 문제로 해당 차량의 주인에게 총 34억달러(약 3조 8573만원)를 보상해준 경우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녹사건 및 보상과 관련, 줄 곧 발뺌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혼다코리아의 태도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나서 집단 보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 일파만파 회신공문

센터의 고발직전 혼다코리아에 보낸  회신 공문에서 회사 관계자는 "해당 녹에 의해 차의 안전,성능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일절 없다 "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답변만 내놓았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와 발빠른 보상 대처다. 신차의 경우 판매를 위한 차량 작업(PDI)를 할 때 실내가 아닌 외부 공간에 적치해 일부 녹이 슬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빠른 대처와 진정한 사과를 한다면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어떠한 금전적 마케팅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피해자인 A씨는 보상도 중요한지만 우선적으로 진심어린 사과가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교환이나 환불을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게 안되더라도 진정성있는 사과와 함께 녹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혼다코리아의 본사인 일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일본 혼다는 사장부터 나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죄송하다.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소비자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장면이 연상된다. 혼다코리아는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 다니는 회사라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하루 빨리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발빠른 대처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기아차는 수 년전부터 국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어갔다. 소비자가 신차 품질 이상이나 결함을 지적하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부 소비자가 생때를 쓰면서 무언가 보상을 바라는 식'이라는 안이한 태도로 대처했다. 그런 대응이 수 십차례 반복되면서 구매력이 큰  20-40대 네티즌으로부터  '흉기차'라는 치욕스런 별명까지 보유하게 됐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 공들여 만들어온 신뢰라는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혼다코리아의 이번 대응은 '혼다=고객만족=품질'이라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아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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