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칼럼]물로 만든 가솔린 독일 E-Fuel,제2의 클린 디젤 사기?
[이경섭칼럼]물로 만든 가솔린 독일 E-Fuel,제2의 클린 디젤 사기?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7.11.02 07:50
  • 조회수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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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독일 폴크스바겐 발 '디젤 게이트' 이후 전기차가 차세대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갈 주자로 급격히 떠 올랐다. 아직까지 내연기관 제작비에 비해 30% 이상 비싼 2차전지 배터리 생산 단가로 시장점유율을 미미하다. 2020년 이후에는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너도 나도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는다. 바야흐로 지금은 전기차 전성시대의 전야제다.

아직도 디젤 및 가솔린 내연기관의 자동차시장 퇴출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한창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블루크루드 같은 친환경 합성석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블루크루드는 이산화탄소와 수소(물)를 결합해 만드는 인공 석유다.<블루크루드 칼럼 참조>어떤 연료가 득세를 하더라도 기존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 승용차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맞출 수 없어서다.

디젤 후처리 기술 중 하나인 EGR의 작동 방식.


과연 어느 쪽이 먼저 친환경과 경제성을 확보해 시장을 장악할지 지금으로서는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블루크루드는 기존 유통산업시스템과 교통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다. 반면 전기자동차는 높은 자동차가격, 충전시스템과 배터리 재활용 등 새로운 교통 인프라와 전기에너지 시스템 공급 및 수요의 구조여부에 따라 경제성과 친환경의 기준이 달라진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며 시장을 장악할지가 관건이다.

다만 앞으로 걱정되는 것은 벤치마킹해 쫒아 가야만 하는 후발주자 업체나 자동차 메이커다.

시시각각 혁명적으로 또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선진 자동차 시장 변화에 적절하고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자칫 급격한 변화의 격랑 속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침몰할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SUV 개발에 등한시해서 중국과 미국에서 죽을 쑤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작은 상품군 전략이 틀려 기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것처럼 블루크루드의 파급 효과는 여기에 비교할 대상도 아니다.

블루크루드가 상용화되면 예상되는 첫 번째 변화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몰락과 함께 두 번째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저먼 블루(German Blue)'의 귀환이다. 독일제 물로 만든 석유가 세계 에너지 시장과 자동차 업계를 장악한다는 가설이다. 이럴 경우 블루크루드가 21세기 독일발 희대의 사기 사건인 ‘클린 디젤’과 비슷한 경로를 걸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벤츠의 '블루 이피션시'와 폴크스바겐의 '블루 모션'에 이은 독일의 블루크루드. 이 모든 블루는 모두 친환경 디젤 엔진과 관련이 있다.

블루 이피션시와 블루 모션이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매연 등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배기가스 후처리시스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블루크루드는 오염물질의 원천인 질소나 황 같은 기타 불순물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인공 합성 연료다.

내연기관의 단점은 석유 속에 들어있는 불순물을 오염물질로 배출한다는데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매연과 질소산화물, 그리고 탄화수소와 이산화탄소다.

디젤엔진은 그 중에서도 초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과 매연 배출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에 일정 이상으로 농도가 짙어지면 폐기종과 각종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자 1급 발암불질로 규정돼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다.

지금의 디젤게이트는 배출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각국 정부이 배기가스 인증을 받을 때는 질소산화물을 적게 나오게 해 규정치를 맞추고 실제 주행에서는 규정치를 넘게 배출하면서 커진 사건이다.

디젤 엔진의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정화기술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정화장치를 임의로 정한 온도에 따라 혹은 외부조건에 따라 작동하도록 조작했다는 게 문제였다.

블루크루드 덕분에 디젤엔진이 다시 상승세를 회복한다면 후처리시스템 업체들도 다시 전성기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유로 6를 충족하는 디젤엔진의 저감 시스템, 이미지 출처 : http://www.factsaboutscr.com/scr/


인구 밀집이 심한 대도시내에서의 내연기관 엔진의 퇴출을 법적으로 정하자는 좀 성급해 보이지만 혁명적이면서 진보적인 주장도 있다. 이런 극단적인 주장에 맞서 기존 시스템들을 보완해 나가면서 온고이지신으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자는 '블루(크루드)에볼루션'이 고개를 들고 있다.

어쩌면 이제부터 진짜 퇴출을 고려해야 할 것은 디젤엔진이라기보다 매연과 미세먼지 내뿜는 불순물이 뒤섞인 화석연료 석유일지도 모른다.

작금의 오랜 경험기술 축적의 발현에 따른 급격한 변화는 진화라기보다는 혁명에 가까울 만큼 격렬하고 빠르다.

축적된 시행착오와 경험이 없이 단순한 벤치마킹으로는 이젠 따라가기도 벅찬 시대다.

빠르게 벤치마킹을 통해 따라잡는 추격자(fest fellower)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는 프론티어(frontier)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로 만든 가솔린'으로 인식되는 독일이 만든 블루크루드 E-Fuel이 제2의 클린 디젤 사기극으로 변질될 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이경섭 카가이 베를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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