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경상용차(LCV) 시장 열릴까…
척박한 경상용차(LCV) 시장 열릴까…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17 19:06
  • 조회수 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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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ㆍ회장님 차에서 레저용 캠핑까지 다용도 장점 

국산차 중에는 전혀 없던 차종이 새로 생겼다. 현대 쏠라티는 국내에서 1억원대 수입차 대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편안하고 넉넉하고 거주성이 장점인 현대 쏠라티. 5000만원대 이하 가격이 관건이다
한국에서 경상용차(LCV: Light Commercial Vehicle)는 ‘연예인의 차’로 알려져 있다. 소형 트럭 크기의 차체에 실내는 6,7인승으로 만들고 고급스런 치장을 한다. 유리창은 검게 선팅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주로 수입 픽업트럭의 차체를 개조해 사용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맹주인 현대자동차가 이 시장을 놓칠 이유가 없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 첫 선을 보인 ’쏠라티‘가 국산 첫 LCV다. 쏠라티는 국내에서 없던 차종의 등장이라 의미가 크다. 경상용차는 유럽이 본고장이다. 현대 쏠라티는 내수 시장보다는 유럽 시장이 타깃이다. 기아 자동차 카니발보다 차체가 훨씬 크다. 미니 버스 차체에다 카니발 같은 인테리어를 한다. 한국에서 경상용차 시장이 뜰 수 있을까?

국산차는 차종이 적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언제 현대차가 컨버터블을 만들지?” 하는 관심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있어왔다. 스포츠카도 마찬가지다. 500마력이 넘는 출력에 최고 시속 300㎞에 달하는 진정한 스포츠카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미국에서 인기인 픽업 트럭(이하 픽업)이나 미니밴 같은 차종도 더 나와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차종이 다양해지는 게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꼭 필요한 차가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국산 컨버터블이 나와도 수요는 연간 수 천대 정도로 미미할 것이다. 스포츠카 역시 마니아 외에는 관심 가질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게다. 반대로 픽업이나 미니밴, 1톤 트럭 같은 실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차들은 더 늘어야 한다. 현재 모델을 놓고 보면 픽업은 쌍용 코란도 스포츠, 미니밴은 기아 카니발이 독점한다. 상용으로 가면 더 심각하다. 1톤 트럭은 현대 포터, 기아 봉고 뿐이다. 그나마 이런 차종이 있는 게 다행이다. 아예 없는 차종은 살 기회가 없다.

해외에는 널리 퍼져 있지만, 국내에는 없는 대표적인 차종이 경상용차다. LCV는 유럽 자동차 등급 분류에 따르면 총 중량이 1.305~3.5톤 미만인 상용차다. LCV는 클래스I(소형, 1305kg 미만), 클래스II(중형, 1305∼1760kg), 클래스III(대형, 1760∼3500kg 미만)으로 나뉜다. 주로 픽업이나 밴 같은 차가 LCV에 속한다. 국산차에 전혀 없는 차가 바로 ‘대형 LCV’(이하 LCV)다. 기아 카니발 또는 현대 스타렉스 같은 형태지만 크기는 1.5배 더 크다. 국내에는 다임러트럭코리아가 들여오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가 유일하다. 그나마 이 차도 수입된 게 3~4년 전 부터다. 스프린터는 우선 가격이 1억원이 넘는다. 연예인이나 회장님차 같은 특수한 용도 이외에는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다. 사실상 대중적인 LCV는 없다고 봐야 한다.

유럽은 LCV만 150만대 시장





▎그동안 한국 LCV 시장을 독점해 온 다임러트럭코리아의 벤츠 스프린터
유럽에는 LCV가 엄청나게 많다. 운전석 뒤를 막아 짐을 싣는 ‘카고 밴’ 등 다양한 형태의 LCV가 도로를 누빈다. 오히려 한국에 인기 있는 1톤 트럭이 별로 없다. LCV를 만드는 회사도 다양하다. 유럽을 대표하는 폴크스바겐을 비롯, 르노·푸조·피아트·다임러가 유럽 업체다. 도요타·닛산·포드 같은 대형 자동차 업체들도 대부분 LCV를 제작한다.

현대가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쏠라티는 LCV 시장이 발달한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다. 독일에 위치한 유럽 디자인센터와 한국의 현대 남양연구소가 함께 개발했다. 승객 수송용(약 15인승) 미니버스와 화물 적재용 카고 밴이 먼저 나왔다. 유럽 시장 판매를 늘리고자 하는 현대로서는 승용 시장만으로는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달했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LCV 각축장인 유럽의 경우 시장 규모만 연간 150만 대가 넘는다. 한국 내수 시장 크기만한 규모의 LCV 시장에서 유럽 업체와 미국 자동차 회사의 유럽 법인에서 만든 차가 치열한 경쟁을 한다.

스타렉스와 쏠라티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이다. 실내 높이가 2m에 달해 서서 실내에서 이동할 수 있다. 쏠라티 이름도 라틴어로 ‘편안함’을 뜻한다. 승차 인원으로 보면 쏠라티는 12인승인 스타렉스와 중형버스인 25인승 카운티 버스의 중간이다. 용도는 다양하다. 현재 스타렉스가 하고 있는 일을 거의 쏠라티가 대신할 수 있다. 학원 등 교육 시설, 종교시설, 회사, 식당, 관공서, 개인사업자, 관광객 수송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더구나 ‘1종 보통’ 면허로 몰 수 있어서 대형 버스 면허를 따지 않아도 된다.

대기업 고위층용 리무진 가능성

쏠라티는 우리나라 현실에 꼭 필요한 차다. 문제는 가격이다. 아직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략 5000만~6000만 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타렉스 가격은 12인승이 2000만 원 초반에서 2900만 원이다. 거주성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과연 2~4명 더 태우기 위해 쏠라티를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스타렉스 같은 차는 영업용도가 크기 때문에 비용에 민감하다. 중형버스 카운티는 25~29인승이고 가격은 5670만~7031만 원 선이다. 쏠라티를 살 가격이면 인원을 두 배 정도 태울 수 있는 중형버스를 살 수도 있다.

결국 쏠라티는 국내에서 기존 스타렉스의 시장을 대체하기보다는 특수 계층을 위한 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연예인·스포츠 스타의 장거리 이동용이나 대기업 고위층용 리무진이 그렇다. 이외에 웨딩용이나 호텔의 고급 손님을 모시는 차, 고급 캠핑카 같은 레저용 차가 그렇다.

쏠라티는 생산을 이원화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전주 공장에서 생산한다. 유럽 시장용은 터키의 상용차 제조사인 카르산이 반조립제품생산(CKD) 한다. 부품을 그대로 수출해서 현지에서 조립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가 후발주자인 만큼 현지 생산으로 차 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쏠라티는 경상용차이지만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우선 국산차 중에는 전혀 없던 차종이 새로 생겼다. 인원수송이나 화물운송에 있어서도 변화를 줄 수 있는 파급력을 지녔다. LCV 전문인 유럽 업체와 직접적인 경쟁에 뛰어든다. 국내에서는 1억원이 넘는 수입 LCV 대체재 역할을 한다. 가격도 수입차의 절반 정도라 시장이 커질 것이다.

쏠라티가 국내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로 하는 사람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보편성과 대중성을 지녀야 한다. 새로 생긴 차종인 만큼 대량생산이 되기 전까지는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5000만 원이 넘으면 수요는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스타렉스의 승차감과 크기에 불편했던 수요를 감당해내 경상용차 시장의 주력 모델로 떠오를지, 소수 계층만을 위한 명목상의 경상용차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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