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영리한 지각생 기아 스토닉, 코나에 뒤지는 세가지
[시승기] 영리한 지각생 기아 스토닉, 코나에 뒤지는 세가지
  • 홍성국 인턴
  • 승인 2017.10.15 09:16
  • 조회수 3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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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지금 바야흐로 소형 SUV 전성 시대

수년 전 시작된 SUV의 세계적 호황은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계절 변화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도 전천후성을 등에 업고 그 위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차량에 비해 너무 큰 차체는 일부 운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런 소비자들을 겨냥하여 만들어진 돌연변이가 바로 B세그먼트 (소형) SUV 이다.

우리나라는 르노삼성의 QM3와 쌍용 티볼리가 이 시장의 열풍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차체로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소형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달궈 놓았다. 한참 뜨거운 판에 현대∙기아가 올해 느지막하게 코나와 스토닉을 연달아 출시했다.

동급 기준 가장 많은 편의장비를 탑재한 현대의 코나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졌다. 그에 반해 스토닉은 알짜배기 구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 평균 2000만원대인 이 시장에서 기아는 스토닉 엔트리 모델을 2000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출시하면서 영리하게 시장에 진출했다.

싼 게 비지떡일까?


실제로 만져보면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조잡한 느낌의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었다.


‘싼 게 비지떡일까’  석 달째 판매 수치를 보면 스토닉은 거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코나가 월 5000대 이상 대박을 치고 있지만 스토닉은 지난 9월 절반은커녕 2000대를 넘기지  못했다. 첫 한달간 반짝 2500여대를 팔았을 뿐이다.

판매에서 현대 코나에 뒤지는 이유는 세 가지다. 일단 이 시장에서 주 고객은 젊은 여성이 상당수다. 코나에 비해 스토닉의 앞모습이 못생겼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둘째는 코나에 비해 100만원 정도 저렴하지만 스토닉에서 느껴지는 실내 인테리어는 훨씬 더 싸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좁은 뒷좌석과 적재공간이다. 경쟁자인 코나, 쌍용 티볼리에 비해 가격이 100만원 정도 저렴하지만 이런 가격차가 장점으로 다가오기에는 위의 세가지 단점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문제는 이를 극복할만한 개성을 갖고 있는가 여부다. 이런 점에 주목해 시승을 해봤다.

직접 시승을 해본 결과 스토닉은 이런 이유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듯했다. 처음 차 문을 열고 시트에 앉았다. 나름 푹신하고 몸이 미끄러지지 않게 마찰력도 충분하다. 의자를 몸에 맞게 조절한 뒤 스티어링 휠을 양손으로 휘감았다. 두툼하고 적당히 말랑거린다. 나름 D컷으로 잘라내어 스포티한 감각도 선사한다. 운전석의 리모컨들도 자기 자리를 잘 찾아서 앉아있다. 누르는 느낌도 직관적이다. 이어 차근 차근 실내를 톺아보았다. 센터페시아의 상하를 가르는 원색의 라인이 과감하게 그어져있다.

자칫 밋밋할 뻔한 스토닉의 실내에 강하게 개성을 각인시킨다. 이 라인을 크게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은 과하지 않게 부드럽다. 센터페시아 정중앙의 내비게이션은 직관적이며 사용하기 편리하다. 양쪽의 각종 버튼도 과하지 않게 배치했다. 또한 그것을 조작하는 감각이 썩 괜찮다. 시선을 조금 내렸다. 공조장치가 쓰기 좋게 큼직하며 배치도 잘 되어있다.

그러나 이내 ‘옛 말 틀린 것 하나 없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눈치없게 딱딱한 플라스틱이 기세좋게 대시보드 상판을 넓게 차지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원가절감의 흔적, 아니 대놓고 원가절감을 시도했다. 가격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그래도 속은 편치 않다. 시트를 만져보니 스타렉스 인조가죽 시트를 만지는 듯하다. 도어패널의 플라스틱도 대시보드 상판과 같은 재질이다. 하지만 가격이 가격인만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건 조립품질이다. 일부 버튼이 뭔가 걸린듯 잘 눌리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바로 옆의 버튼은 부드럽게 누를 수 있다. 신경을 쓴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이다. 그래서 아쉽고, 더 밉게 보인다.

기아의 기분 좋은 변화


이제는 브랜드컬러로 안착한 기아의 붉은색의 클러스터 계기판이 운전자를 반겨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시동버튼에 손을 올렸다. 국산 브랜드 답게 운전자를 맞이하는 문구가 부드럽고 보기에 좋다. 붉은 빛이 감돌더니 이내 잠자던 1.6리터 디젤엔진이 부드럽게 기지개를 켠다. 직렬 4기통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절제된 소리가 실내로 조심스레 유입된다. 이어 잡고있던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려보았다. 정지상태에서 스티어링휠의 답력은 산뜻하다. 기어 레버를 옮기고 부드럽게 차량을 출발시켰다. 주차장에서 큰 도로로 합류하기 위해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눌러밟았다. 이 차에 장착된 7단의 DCT는 3750rpm 부근까지 버티다가 빠르게 다음 단을 체결한다. 시속 40km/h 에서 추월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엑셀레이터를 급격히 전개시켰다. 빠르게 다운쉬프트를 진행하여 차량의 가속을 최대한 끌어낸다. 매뉴얼 모드에서는 약 4200rpm까지 변속기가 물려있다. 그동안 미션 보호를 위해 보수적으로 변속을 강행했던 것과는 달리 엔진회전수를 꽤 높게 사용 할 수 있게 했다.

달라진 건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현대∙기아 차들은 외부의 모든 정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스토닉은 필요한 외부정보를 정확하게 실내로 유입시킨다. 외부 소음은 이전과 같이 차단하되 노면을 읽을 수 있도록 댐퍼를 조였다. 굽이진 길을 빠르게 진행할 때도 차량의 거동이 흐뜨러지지 않는다. 롤링을 상당히 억제한다. 곧 차량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다.


스토닉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느낌의 단단한 주행질감을 선사한다.


모든면에서 완벽할 것 같던 스토닉이 차츰 속내를 드러냈다. 스티어링의 답력이 속도와 거동에 유기적으로 반응하지 못 한다. 또 차량 성격 탓에 하체와 동떨어진 느슨한 스티어링 감각을 제공한다. 아쉽지만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차라는 것은 본래 잘 가는 만큼, 잘 서야한다. 과거와 달리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력은 일정하고 꾸준하게 증가한다. 이에 한껏 기대를 안고 브레이크 페달에 온 힘을 실었다. 마른 노면임에도 불구하고 ABS가 너무 일찍 작동하는 바람에 제동력이 채 나오지 못한다. 80%이상 페달을 밟으면 이내 타이어가 미끌리기 시작한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정말로 위험했다. 기본 장착된 타이어의 성능이 다소 아쉽다.

영리한 구성, 알찬 편의장비


차량의 편의장비가 상향평준화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B세그먼트의 주요 구매층은 값비싼 모든 편의장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기아는 그런 점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최소한의 편의장비를 구비하고 가격을 낮췄다. 우선 모든 트림에 급제동경보장치와,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후방주차보조시스템이 기본이다. 이에 더해 능동형 안전관련 편의장비를 모아놓은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85만원)를 옵션사항으로 제공한다. 차선이탈방지와 후측방충돌경고시스템은 사고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운전자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디자인 요소로 해치가 경사져있어서 트렁크 공간에서 손해를 봤다.


스토닉은 휠하우스를 넓게 디자인했다. 또한 과감한 보닛의 형상이 실제보다 커보이는 효과를 준다. 하지만 보기에만 그럴뿐 차체는 매우 작다. 최대한 끌어냈지만 트렁크 공간은 여전히 좁다. 이를 위해 2열시트를 6:4로 접어 갈증을 조금 해소했다. 풀플랫을 만들기 위해 트렁크 하단 부분에 공간을 두고 판넬을 덮었다. 또한 이 판넬을 거치할 수 있는 걸이를 제공하여 수납함으로써 사용가치를 높인다.

좁은 뒷좌석과 적재공간

뒷좌석 공간은 상당히 좁다. 무릎공간과 머리공간은 모두 손가락 두 개가 채 안들어간다. 그나마 1열시트를 높여 발을 넣을 수 있게했다. 그리고 머리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등받이 각도를 젖혔다. 그 덕에 허리가 해야할 수고를 일부 덜었다. 2열공간의 희생으로 1열공간은 어느 정도 확보 했다. 거주자 공간면에선 만족할만 하지만 수납공간은 여전히 작다. 센터콘솔은 팔걸이로만 활용할만 하다. 컵홀더는 각 도어패널에 크게 하나씪, 파킹브레이크 우측에는 두 개가 제공된다.

작은 차체에 작은 엔진이 들어간 만큼 연비또한 합리적이다. 공인연비 측면에서 코나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 복합 16.7km/l이다. 가혹한 주행상황에서도 공인연비에 근접하는 실연비를 보여주었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시속 100km 내외로 가속하면 연비는 18km/l를 훌쩍 넘어선다. 연비로 타는 차라는 인상이다.

늦게 시장에 뛰어든 만큼 현대∙기아는 시장의 동향을 충분히 파악했다. 또한 코나와 스토닉의 구성을 달리하여 폭넓게 소비자를 끌어안았다. 다른 그 누구보다 영리하게 시장에 접근했다. 스토닉은 타사 대비 탄탄한 주행성능과 알찬구성, 낮은 가격으로 중무장했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미를 당기게 하는 가장 좋은 요소로 보인다. 단 치열한 2파전(코나,티볼리)에 경쟁자로 뛰어들려면 남다른 장점과 개성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아쉬을 뿐이다.

홍성국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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