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 전기차 르노 트위지와 보낸 3일...미래를 보다
600만원 전기차 르노 트위지와 보낸 3일...미래를 보다
  • 신홍재 에디터
  • 승인 2017.10.19 09:00
  • 조회수 8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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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 뭔 타임머신?

르노의 2인승 전기차 '트위지'의 첫 인상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춘 나라다. 인구밀집 지역인 서울과 수도권에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철과 철도망이 대표적이다. 이런 대중교통망이 발달해 커뮤터가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1인가구와 혼족이 많아지고 있는 트렌드에서 트위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적의 운송수단이 아닐까 한다. 트위지와 2박3일 동행했다.


르노 트위지는 깜찍하지만 도로위의 존재감도 커 모든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트위지의 컨셉은 간단하다. 작고 가볍다. 유지비도 적다. 이런 컨셉이 처음은 아니다.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이런 컨셉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세계적인 자동차 제작사가 한 번도 제대로 나선 적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까지다. 어쨌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르노가 이런 도전에 나선 점에 나는 크게 놀랐다.


트위지는 컨셉에 충실한 진정한 컨셉카다. 쓸데없는 기교를 전혀 부리지 않아 군더더기가 없다.


트위지는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컨셉카로 등장했다. 디자이너는 프랑스와 레보앙과 루치아노 보베다. 2011년 르노는 트위지 양산계획을 발표했고 예약을 시작했다. 2012년 3월 프랑스 출시를 이어 다음 달에는 영국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트위지는 별도로 배터리를 살 수 없다는 점이다. 배터리는 팔지 않고 임대만 가능하다. 매달 배터리 사용 비용을 내야 하며 여기에 교체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배터리 임대료는 영국을 기준으로 대략 월 7만원 정도다. 앞으로 전기차 사업을 자동차 메이저 업체들이 어떻게 운영할 지 엿볼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트위지는 유러피언을 염두에 두고 만든 차인 만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작년 12월까지 집계된 판매 대수는 2만대에 가깝다.

제주도와도 잘 어울리는 트위지의 모습.



국내에는 르노삼성이 올해 전기차 겸 경차로 수입해 판매했다. 국내에 소개되는데 무려 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관련 법규가 까다로운 만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적은 수량에도 트위지를 들여온 르노삼성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차는 미래고 진정한 수익성보다 이미지를 높이는  헤일로(HALO)카 이기 때문에 마케팅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차다. 트위지의 큰 메리트는 가격이다. 트위지는 구매 시 578만원의 정부 보조금과 작게는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울산, 서울: 350만원)의 지차체 보조금까지 더해지면 서울에서는 622만원(트위지 어반 익스텐션, 판매 가격: 1,550만원)에 트위지를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보조금이 소진돼 판매가 끝났다는 게 매우 아쉽다. 디자인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것만 같다. 미래지향적이다. 80년대 인기 만화였던 드래곤 볼에서 본 캡슐 사의 운송수단과 흡사하다.  깜찍한 맛도 있다. 정차시에는 뜨거운 시선과 주변 차에서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그거 차에요? 그거 뭐에요? 그거 파는 거에요"라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승하차시 위로 열리는 걸윙 도어는 마치 슈퍼카를 연상시킨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숨을 멈추고 쳐다 본다. 마치 페라리의 짝퉁 버전을 보는 느낌이하고 할까!


트위지의 깜찍한 걸윙 도어와 군더더기없는 운전석(등각 조정은 안되지만 충분히 편안하다)


스펙을 살펴보면 자동차 환자들은 군침을 흘릴 정도로 흥미롭다. 무게는 450kg, 후륜구동이다. 게다가 배터리 팩도 뒤에 달려 있다.

서스펜션 또한 모두 노출되어 있다. 드라이브 트레인의 배치와 서스펜션만 보면 고성능 레이싱머신을 보는 것 같아 흥분을 자아낸다. 자세히보면 알루미늄 부품을 많이 사용해 기대감도 고조된다. 스티어링은 보조적 동력이 달린 파워스티어링이 아니지만 차가 가볍다 보니 핸들이 무겁지 않다.  지금껏 사양만 본다면 완벽한 달리기 머신이다.

반듯한 노면에서는 핸들링도 훌륭하다. 이유는 섀시 조율을 잘하기로 소문난 르노 스포츠에서 만졌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가속력은 스포츠카와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그렇게 부족하지도 않다. 딱 적당하다. 전반적인 주행 질감은 흥미롭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45km까지 6.1초 만에 주파하니 일상 주행시 부족함이 없다. 또 오토바이와 달리 루프가 있다. 비를 훌륭하게 막아준다.

뉴욕 맨하탄과도 잘 어울리는 트위지



충실한 와이퍼는 전면 시야를 우천 시에 뚜렷하게 확보해준다. 배터리를 완충할 경우 계기반에 55km주행이 가능하다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80km가량 주행이 가능하다. 최고 장점은 220V 콘센트만 있으면 아무 데나 꽂아 충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3일 동안 서울 시내와 회사를 오가며 콘센트를 찾는 것은 쉬웠으나 직접 사용하기에는 관리실과 해결할 부분이 아직 많았다. 한 주차장에서는 전력계를 연결해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빌딩에 다른 트위지가 있어 쉽게 받아들이는 부분이었다. 이 때 50%를 충전했는 데 3kw정도가 필요했다. 수납 공간은 적절하다. 대시보드 좌우로 깊은 공간이 있다.  뒤시트 등받이 뒤에도 숨은 공간이 있다. 컵홀더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변속은 버튼으로 이뤄진다.  전진, 후진 그리고 두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중립이 된다. 스티어링 컬럼 아래에는 핸드 브레이크가 자리 잡고 있다.  안전을 위해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핸드 브레이크 내리고 밀고 훔쳐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최고 속도는 제원상 시속 80km라고 하지만 85km까지 가능해 주행하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

물론 단점도 있다. 주행거리는 도심용으로 적당하지만 그래도 이틀 연속으로 충전을 못할 경우 큰 부담이다. 콘센트 찾는 것 또한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용도 불편하다. 창문이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국내에서 트위지는 유럽에서는 50만원 짜리 옵션으로 추가로 사야 하는 인 비닐막이 기본이다.  다행이지만 밀폐는 안된다. 밀폐가 되었으면 비가 올 때나 겨울에 편리하겠다.  버스나 트럭 뒤에 서있을 경우 매연에 그대로 노출되어 아쉽다. 에어콘이나 공조 시스템도 없다. 여름이나 추운 겨울 다소 주행이 힘들 수 있다. 오디오 시스템의 부재. 주행이 심심할 수 있다. 대신 이건 별도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연동해 해결한다.


필자와 3일 동안 서울 시내를 주행했던  트위지와 계기반. 완충시 50km남짓의 주행거리가 뜬다.



르노 트위지는 장점과 장점을 동시에 갖췄지만 가격과 유지비를 따져보면 굉장히 매력적이다. 유럽에서는 트위지를 차로 분류하지 않고 4륜 오토바이로 분류한다. 즉 오토바이를 경쟁 대상으로 본다면 위에 언급된 단점들은 모두 의미가 없고 장점만 있다는 것이다.

트위지는 앞으로 양산될 자동차의 미래를 앞당겨 보여준다. 2030년부터 파리에는 전기차 이외에 내연기관 차량의  주행이 불가능하다. 배기가스를 내뿜는 지금은 지극히 당연스런 행위가 범죄가 된다. 영국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즉 전기차가 아니면 앞으로 인구 밀집된 도시의 도로를 누비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매우 흥미로운 데이터가 일본에서 공개됐다. 최근 22년간 일본 내 주유소 개수가 6만421개에서 3만1467개로 50%가량 줄었다는 것이다. 주유소 수익성 저하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일본 시골에는 주유소가 없어 전기차를 살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농부들이 많아진다.

전기차는 충전이 불편하다고 대부분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막상 집에서 충전하고 용무를 볼 수 있다. 주유소 갈 시간도 절약돼 더욱 편리하다고 한다. 앞으로 주차 시설에 콘센트를 볼 일은 매우 흔해질 것이다. 이런 날이 온다면 주유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에는 클래식카 애호가들이 무연이 아닌 내연휘발류를 구하기 힘들어 클래식카를 매일 탈 수 없다는 것과 비슷하다.

웃을 일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모든 디젤차와 가솔린차 모두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이런 골동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했다. 포르쉐는 미국 애틀란타에 새로운 영업 시스템을 파일럿 테스트 하기로 했다. 이는 포르쉐 패스포트 즉 여권이라는 제도다. 가입할 때 $500불을 내고 매달 $2,000 혹은 $3,000 을 내면 내가 원할 때 프로그램에 해당되는 포르쉐를 언제든지 탈 수 있다.

주행거리 제한도 없고 차를 집까지 배달해준다. 즉 주말에는 준중형 SUV 마칸을 타고 주중에는 스포츠카 박스터나 케이맨을 타도 된다는 말이다. 미국의 한 미디어는 포르쉐가 넷플릭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헤드라인을 썼다. 매달 $2,000로 내가 원하는 포르쉐를 마음대로 바꿔가면서 탄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 흥분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기차 시대, 생각보다 빨리 올 것만 같다.

그리고 소비자는 넷플릭스나 핸드폰 요금처럼 매달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된다면 브랜드 파워가 없는 자동차 브랜드는 굉장히 빠른 시일 내에 소비자의 장바구니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위지는 조금 비싼 장난감, 아니 미래를 만나 볼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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