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 캠리, 현대 쏘나타 대신 그랜저와 맞짱뜨는 이유
[시승기] 도요타 캠리, 현대 쏘나타 대신 그랜저와 맞짱뜨는 이유
  • 홍성국 인턴
  • 승인 2017.10.25 08:30
  • 조회수 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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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혹은 쏘나타라는 강한 적수가 버티고 있어서일까, 십수 년간 북미 베스트 셀링카 자리를 지켜온 캠리는 유독 한국시장에서는 그 기세를 펼치지 못했다. 8세대로의 진화를 끝낸 도요타 캠리는 지난 19일 미국에서의 영예를 꿈꾸며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도요타 코리아는 지난 23일 롯데월드몰 내에 있는 도요타 브랜드 전시장인 ‘CONNECT TO’에서 미디어 시승회를 가졌다. 런칭행사에서 ‘와일드 하이브리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운동성능의 강화를 예고한 만큼 캠리의 운동성능이 기대됐다.

한껏 고급스러워진 구성, 넓어진 실내

고급스럽고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 구성을 갖추고 있다.


시승은 2인 1조로 진행됐다. 다른 기자에게 운전석을 양보하고, 조수석에 앉아 실내를 이곳저곳 둘러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센터페시아를 광활하게 차지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이다. 하이그로시를 이용하여 세련된 느낌을 전해준다. 그 아래 있는 공조장치 컨트롤러 또한 부드럽고 사용하기 편하다. 그러나 버튼의 생김새가 참 촌스럽고 생뚱맞다. 공조기 장치를 조작하는 버튼들이 대충 만든 듯 네모나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넓은 센터 디스플레이와 공조기의 LCD 표시창, 그리고 그를 둘러싼 하이그로시 패널이 이 못생긴 버튼을 잘 보이지 않게 숨긴다. 그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실내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센터페시아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우연히 손에 닿는 감촉들이 매우 좋다. 전체적으로 소재 선택에 신경을 쓴 모양이다. 도어 패널을 가죽 감촉의 소프트 패드로 폭신하게 마감했고, 손이 잘 닿지 않는 대시보드 상판까지도 우레탄을 써서 부드러움을 한껏 자랑한다.

이전 모델보다 길어진 휠베이스로 넓은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다.


실내도 상당히 넓어졌다. 휠베이스가 50mm 늘어난 만큼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변수가 있었다. 2열 하단으로 배터리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이런 변화는 트렁크의 용량을 증가시키고 뒷좌석의 무릎 공간을 늘릴 수는 있어도 머리 공간에선 손해를 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2열 좌석을 이전 모델보다 30mm나 내려 머리 공간을 확보해냈다. 결과적으로 캠리는 8세대로 넘어오며 훨씬 넓어졌고, 상당히 고급스러워졌다.

정제된 단단함, 갈고 닦은 부드러움

낮은 무게중심을 강조하기 위해 프론트 그릴을 넓게 좌우로 벌려놓았다.


회차지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운전대를 잡았다. 편안하고 푹신한 시트가 몸을 폭 끌어안았다. 잠시 후에 출발하라는 인솔 차량의 무전이 들렸고 엑셀러레이터 페달에 발을 살포시 올렸다(페달이 조금 무거운 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저속에서는 엔진을 재워 둔 채 모터만으로 발진을 시작한다. 운전석∙조수석 이중접합유리의 소음 차단능력과 조용한 EV 모드의 만남은 대단할 정도로 정숙한 실내를 만들어냈다. 그저 ‘위잉’ 하며 돌아가는 모터 소리가 그 적막을 부드럽게 적실 뿐이다.

출발한 지 몇 분쯤 지났을까, 노면이 점점 나빠졌다. 제멋대로 튀어나온 맨홀이 이곳저곳에 마구 흩뿌려져 있었다. 그러자 인솔자가 한마디 한다. “좋지 않은 노면에서 캠리의 뛰어난 서스펜션을 느껴보세요.” 그 말을 듣고 피할 수 있는 노면의 요철을 일부러 밟으며 지나갔다. 나름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댐퍼가 이번엔 부드럽게 요철을 넘어간다.

이어서 높은 과속방지턱이 나온다. ‘턱’ 하며 과속방지턱을 타고 오는 충격이 실내로 유입된다. ‘역시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설정했구나’ 싶었다. 그러자 뒷바퀴가 부드럽게 방지턱을 넘는다. 하지만 이내 차는 출렁임을 강하게 제어한다. 승차감을 위한 부드러움과 주행성능을 위한 단단함을 정말 교묘하게 섞어 놓은 듯했다.

후륜에 적용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의 주행 질감은 발군이다.


이내 잘 가꿔진 가속 구간이 나오고 속도를 붙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눌러 밟았다. 그러자 적막을 강하게 뚫고 엔진이 포효했다. 2.5L의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일어나자마자 회전수를 높이며 열심히 동력을 보태기 시작했다. 분명히 도요타 측에서는 “캠리의 소음∙진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라고 호기롭게 발표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엔진이 내는 소음∙진동이 상당하다. 게다가 문 쪽에서 알 수 없는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여타 자동차에서 나는 풍절음과는 다른 공기 새는 소리가 실내로 유입된다. 그렇다 보니 안타깝게도 고속주행에서는 이 차는 다소 시끄럽다.

도요타에서 말한 것처럼 이 차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공력성능을 향상한 듯 보였다. 고속주행에서도 바닥에 가라앉은 듯한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가족용 세단이기 때문에 잘 달리는 만큼 조용한 것도 중요하다. 여러모로 신경을 쓴 것 같지만 옥에 티 같아 아쉽다.

막히는 구간에서 적극적으로 EV 모드로 진입한다. 결국, 시승차는 고속도로 17.2km/l, 시내 18.1km/l의 경이로운 연비를 끌어낸다. 공인연비를 가뿐히 넘어서는 경이로운 연비다. 시승 중엔 급가속과 강한 제동을 반복하기에 연비에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일반 주행 상황에는 더 높은 연비를 가볍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일드 하이브리드

날렵하고 볼륨감있게 차량의 뒷부분을 디자인했다.


이 차의 슬로건은 '와일드 하이브리드'이다. 직접 타보니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향상된 운동성능이다.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승차감을 지녔다. 단단해야 할 상황에서는 단단하고, 부드러워야 할 상황에서는 부드럽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 승차감을 망치는 일도 없고, 운동성능을 저하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가족용 세단이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와일드한 편의장비를 갖추고 있다. 차선 이탈 경보∙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전방 추돌 경보 및 방지 장치∙10개의 SRS 에어백 등 안전장비에선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4천만 원을 호가하는 차에 편의 장비가 부족하다. 통풍 시트나 열선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계기판의 한글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랜저가 경쟁상대?



현대자동차는 캠리를 쏘나타의 경쟁상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도요타의 입장은 좀 다르다. 콕 집어 그랜저를 경쟁상대로 점 찍었다. 신차 출시회장에서 캠리를 봤을 땐 그랜저를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승을 해보고, 자료를 살펴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우선 그랜저와 쏘나타가 연비, 출력, 운동성능, 적재공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면에서 캠리를 앞선다. 에어백 개수가 그랜저 9개 쏘나타 7개로 캠리에 각각 1개와 3개 부족하지만, 후측방 경고 시스템 ∙ 능동형 조향 보조 시스템 등 추가적인 안전사양을 대거 채용(옵션 사항)했다. 게다가 그랜저의 시트는 하위 트림부터 천연가죽을 사용해서 마감한다.

물론 그랜저는 옵션을 전부 추가하면 5천만 원에 근접하지만, 캠리와 같은 옵션 사항으로 구성했을 때엔 4백만 원가량 저렴하다. 심지어 쏘나타는 풀옵션 사항이 3914만 원으로 캠리보다 저렴한 데다가 파노라마 선루프를 비롯한 편의 장비와 내장재 구성에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동급에서 가장 넓은 트렁크 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캠리는 그랜저나 쏘나타보다 확실히 좋은 운동성능을 가진다. 연비도 뛰어나고 출력도 대단히 높다. 고속에서도 안정감 있는 주행성능을 뽐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캠리가 8세대로 진화하며 새롭게 다듬은 주행 질감은 정말 발군이다. 게다가 배터리 위치 변경으로 엄청나게 넓은 적재공간을 뽑아냈다. 1L 남짓한 차이이지만 그랜저에는 배터리가 비치된 트렁크 하단에 스페어타이어가 비치된 점을 고려하면 도요타의 압승이다. 이 장점들은 다른 모든 걸 차치하고서라도 이 차를 사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운동성능보다 내장재와 편의 장비의 구성 그리고 가격이 중요하다. 그 점에서 그랜저와 쏘나타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알찬 구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물론 캠리 입장에서는 7%의 관세∙운송비∙딜러마진을 고려했을 때 비싼 편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최종가격을 기준으로 차량 구매를 고려하기 때문에 그랜저 혹은 쏘나타가 버티고 있는 이상 쉬운 게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캠리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이용해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차량이다. 하지만 배기량이 2000cc를 넘어가기 때문에 100만 원의 보조금 혜택은 받지 못한다. 다만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 세제 혜택 130만 원과 취등록세  140만 원 감면으로 약 270만 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홍성국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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