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에서 철수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 3가지
GM, 한국에서 철수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 3가지
  • 홍성국 인턴
  • 승인 2017.10.26 08:16
  • 조회수 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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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GM의 경영 악화와 판매 부진으로 GM의 한국 시장 철수설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한국 GM 신임 사장인 카허 카젬이 GM 철수설에 대해 명확하게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한 채 답변을 회피하면서 철수설은 더욱 증폭됐다.

철수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렇다. 첫 번째로는 지속된 적자 누적으로 인한 불가피한 철수이다. 2014년 처음 영업적자 14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적자 폭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야심차게 출시한 준중형 세단 크루즈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철수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크루즈 디젤을 제외하면 별다른 신차 출시계획 조차 없다. 이에 따라 한국 GM은 올해 역시 대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한국 GM은 최근 거듭되는 철수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 번째는 GM의 최근 행보다. 2013년부터 실적이 부진한 해외 법인을 모두 정리했다. 최근 들어서는 유럽 시장에 판매되고 있던 오펠을 PSA 그룹에 매각했다. 아울러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인도마저 사업을 정리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GM이 실적 부진에 빠진 한국 법인 또한 매각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셋째는 산업은행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는 점이다. 최근 산업은행이 제출한 ‘한국 GM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GM 지분의 17%를 가진 2대 주주 산업은행은 GM의 철수 결정을 막을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2002년 대우차 인수 당시 맺었던 경영권 유지 계약이 올해 10월로 끝났다.

마지막으로는 신임 카허 카젬 사장의 이력이다. 작년 1월부터 인도 법인의 대표를 지냈던 카젬 사장은 인도 내수시장 철수를 주도하고 수출기지로 탈바꿈을 성공적으로 마친 인물이다. 한국 GM 또한 같은 순서를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기대를 모았던 크루즈 판매가 부진하면서 군산공장의 가동률이 20%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마저 한국 GM을 대상으로 하는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3년 새 20% 수준으로 줄였다. 외상매출채권담보 대출이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과 납품거래를 하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제도이다. 물품을 구매한 기업(원청이 대기업)으로부터 받을 납품대금을 담보(외상매출채권)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제도다.

따라서 한국GM을 대상으로 하는 납품업체의 대출 승인이 어려워지는 것은 한국 GM에 대한 물품 지급 능력을 의심한다는 의미이다. 한국 GM 대상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은 3년 새 9000억 원 규모에서 1965억 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에 대한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 총액은 2015년 말 6조 3000억원 가량에서 올 2분기 말 5조 80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GM 협력사를 제외한 나머지 자동차 제조사의 대출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직 철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한국GM 협력업체들은 일찍부터 철수 이후의 상황을 맛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 GM의 철수를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GM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서 철수하지 못 할 명확한 이유가 3가지 있다.

한국 GM, 글로벌 소형차 시장의 유일한 전초기지


쉐보레의 스파크, 전세계 유일하게 한국 GM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국 GM은 중국과 한국 시장을 제외한 아시아∙중동 17개국에 소형차의 생산· 판매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비단 한국 시장의 판매량 만을 가지고 한국 GM이 철수할지 말지 결정하기엔 한국 GM이 맡은 역할이 크다. 일례로 쉐보레 스파크 차종은 아시아∙중동에서 15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지에서 판매 중이지만 유일하게 한국 창원공장에서 생산을 담당한다. 또한, 말리부∙트랙스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공장과 한국의 부평공장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내수용으로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 수출이 가능한 공장은 한국 공장이 유일하다. 이 밖에도 한국 GM은 올란도를 비롯한 기타 소형 차량 생산의 베이스 캠프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펠 매각과 인도∙러시아의 수출기지화로 한국 GM의 수출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지속되는 한국 공장의 노사 갈등을 문제 삼아 한국 시장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GM이 한국 공장을 모두 매각하고 한국 시장을 철수함과 동시에 스파크를 시작으로 가지고 있던 소형차 라인업을 모두 잃게 된다. 가뜩이나 소형차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는 GM 입장에서 소형차 라인업을 그렇게 쉽게 정리할 리 없다.

그렇다면 "소형차 물량을 다른 국가의 공장으로 넘겨 생산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에 신설한 공장뿐만 아니라 다른 공장들도 모두 공장 가동률이 적정 수준에 이르렀다. 소형차 라인업을 감당할만한 규모의 공장이 없는 것이다.

군산공장만 정리 없다


혹자는 ‘소형차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창원과 부평공장은 남기되 적자가 심한 군산공장 만 매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군산공장 만을 정리할 수는 없다. 한국 GM 생산직 노조가 공장 별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기 때문이다. 군산공장을 정리한다고 발표하는 순간, 노조의 반발은 불가피하고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따라서 한국 GM이 철수를 결정할지언정 군산공장 단일 폐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군산공장의 폐쇄가 인사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 직원의 재배치가 방법일 수 있겠으나, 이미 다른 공장들도 가동률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증원할 수는 없다. 결국, 하나의 문제로 제시되는 군산공장 단일 폐쇄는 불가능하다.

유럽시장 재진출을 위한 생산기지


현재는 PSA 그룹 산하의 기업이 된 오펠은 유럽 전략의 GM 산하 그룹이었다.


GM은 오펠을 PSA그룹에 매각하며 유럽 철수를 단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GM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을 유럽에서 철수시키지 않고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스포츠카인 카마로와 콜벳 등 쉐보레의 스포츠 차량을 캐딜락 딜러를 통해 판매하며 쉐보레 브랜드를 완전히 철수하지는 않았다. 남겨둔 차량은 주로 고급차이거나 잘 팔리지 않는 스포츠카이다. 많이 판매되는 일반 모델을 철수하고 판매량이 적은 모델로만 유럽시장을 축소한 것이다.

이러한 GM의 결정은 현재 최소한의 판매수준을 유지해 추후 유럽 시장 재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점이다.  철수한 후 다시 진출한 것이 아니라, 시장 규모를 축소했다가 다시 늘린 것이라는 구실을 위해서다. GM이 만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한국 시장은 충분히 효용 가치가 있다. 오펠 모카(국내명 쉐보레 트랙스) 모델의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고, 실용적인 소형차 플랫폼을 위주로 생산을 거듭해온 한국 공장은 유럽 수출 차량을 생산하기에 매우 적합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으로써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 GM은 매우 심각한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 만은 확실하다. 그렇기에 사측에서는 고정비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이런 사측의 생각과는 다르게 GM 생산노조가 파업을 통해 연봉 인상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서 지켜봐야 할 포인트는 GM 캐나다 공장의 파업 사례다.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지만 GM측은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결국 사측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파업을 마무리 지었던 선례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노조를 달래는 것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게 GM의 원칙이다. 이미 2009년 망했던 회사가 뼈져리게 간직한 교훈이다. GM측은 한국에도 같은 전략으로 파업을 대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래를 내다본 대타협 이외에는 임금협상의 탈출구가 없다는 것을 노사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홍성국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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