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연비·개성 다잡은 푸조 3008, 독일차에 없는 매력덩어리
[시승기] 연비·개성 다잡은 푸조 3008, 독일차에 없는 매력덩어리
  • 홍성국 인턴
  • 승인 2017.11.14 08:31
  • 조회수 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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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공식 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올해 4월 중형 SUV 푸조 3008을 시장에 내놓았다. 사실 푸조 3008은 다목적 차량(MPV) 모델이다. 둥글게 뭉뚱그려진 디자인은 도저히 SUV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푸조는 시장의 요구에 발맞추어 전략을 바꾸었다. MPV 모델이었던 3008을 SUV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출시 초반 3008을 향한 인기는 예상 그 이상이었다. 출시 첫 달에만 200대 가까이 팔아 치우며 푸조 전체 판매량의 54%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불모터스는 3008의 수요 예측에 실패, 계약이 넘쳐도 출고할 재고가 없어 그 다음 달인 5월 한 달간 29대 밖에 판매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까지 3008은 매달 200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다. 독일 브랜드나 국산 모델이 갖고 있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급스러워진 실내, 넘치는 편의장비

푸조 3008은 굵직한 선들을 과감하게 디자인 요소로 포함시켰다. 전후좌우 다이내믹하면서도 안정적이다.


새롭게 변한 3008에서는 이전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날카로워진 눈매와 우락부락해진 범퍼는 사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 매섭다. 뒷모습은 검은색 플라스틱 라인을 두텁게 넣고 특유의 램프로 디자인했다. 이전 모델이 둥근 선을 주로 사용해서 디자인했다면 이번 3008은 두터운 선을 큼지막하게 이곳저곳에 배치한 모양이다.

뛰어난 시인성의 i-cockpit은 4가지의 계기판 구성을 지닌다.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운전자 중심으로 오므라진 센터페시아와 푸조의 i-cockpit이 눈에 띈다. 대시보드 상판은 모두 우레탄으로 처리되어 있다.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 중앙의 길게 뻗은 부분은 직물을 가공한 새틴 재질이라 상당히 부드럽다. 도어 손잡이는 가죽으로 덧대 고급스러움을 한층 끌어올렸다. 3008의 시트는 버킷 형상이다. 가죽과 새틴으로 덮인 시트는 앉았을 때 몸을 폭신하게 끌어안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몸을 지지해주는 힘은 약해서 차량을 급격하게 거동하면 몸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운전석은 전동으로 조수석은 수동으로 시트가 움직인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에 열선이 들어간다. 아쉽게도 통풍은 불가하다.

운전자 중심의 센터페시아. 버튼 디자인이 첨단을 각인시킬 뿐만 아니라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버튼들은 비행기의 버튼을 보는 듯하다. 하이그로시와 크롬으로 꾸며져 첨단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기어 레버는 전자식을 채용했다. 크기와 조작감이 꽤 괜찮다. 그 뒤쪽에는 컵홀더가 깊게 두 개 파져 있다. 컵 홀더에 인색한 푸조였던 만큼 제대로 된 컵 홀더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양쪽으로 열리는 센터 콘솔은 그 아래 광활한 공간을 숨기고 있다. 거의 글로브 박스와 그 크기가 비슷하다.

상당히 넓게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차체 크기에 비해 트렁크 공간 또한 상당히 넓다. 기본 591L에서 풀플랫으로 1670L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하여 트렁크 양쪽에 2열을 접을 수 있는 레버를 제공한다.

3008은 하위 트림인 Allure 부터 어드밴스드 그립 컨트롤이 적용되었다. 4가지의 오프로드 노면 상황에 맞춰 앞바퀴의 구동을 효율적 분배해주는 장치이다. 또한 내리막 속도 유지 장치 또한 마련되어 있다. 단단히 SUV로 마음먹고 나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륜구동 SUV로 무슨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향상시키냐"라는 비아냥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푸조는 세계적인 랠리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만큼 오프로드 주행 데이터는 충분하다. 이를 기반으로 완성한 기능들 또한 실제로 효용가치가 있다고 푸조에서 영상으로 입증한 바 있다.

언제나 기분 좋은 운전 재미

날렵한 전면 램프는 뛰어난 야간 시야를 제공한다.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 엔진의 잔 진동이 스티어링 휠을 통해 살며시 들어오기는 하나 거슬리지 않는다. 서울 나들목을 지나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즈려 밟았다. 한번 숨을 고른 엔진이 가속을 시작한다. 힘이 강력하진 못해서 매섭게 속도를 올리지는 못한다. 1.6L 디젤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자동변속기 임에도 다음 단을 체결하는 속도가 늦다. 그렇기에 그저 꾸준히 차량의 속도를 높여갈 뿐이다.

속도가 올라가며 스티어링 휠이 굉장히 단단해진다. 그리고 높은 차체임에도 안정감이 상당하다. 속도를 더 높여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소리에선 사정이 다르다. 타이어가 구르며 내는 소리와 바람을 가르며 내는 풍절음이 실내로 꽤 유입된다.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 볼륨을 많이 높였다.

푸조 특유의 리어램프 디자인과 검은 플라스틱 라인이 조화를 이룬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시내로 접어들었다. 길이 만들어진지 오래되어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설정한 덕에 노면의 잔진동이 철저히 걸러진다. 이런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높은 차체는 롤링으로 직결된다. 이 차 또한 롤링은 어느정도 허용한 모양이다. 급격히 선회할 때 차가 구심력의 반대 방향으로 꽤 기운다. 그렇다고 차가 빠른 속도로 선회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꽤 높은 속도에서 차량에 조타를 가해 선회 상황으로 만들어 봐도 예상한 라인을 벗어나지 않는다. 푸조가 자랑하는 쫀득한 느낌의 핸들링이 이 차에도 제대로 적용되어 있다.

이 차에 적용된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일상 주행에서 출렁 거림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제멋대로인 우리나라의 과속방지턱을 항상 부드럽게 넘긴다. 그리고 나서 이 차량은 남은 에너지를 상쇄하기 위해 단 한 번 상하 운동을 할 뿐이다. 그 이상의 출렁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리 준비하고 허리에 힘을 준 운전자가 당황스럽다. 다른 요철에서도 마찬가지다. 출렁임을 미리 예측한 운전자의 긴장이 머쓱하다.

가격만 조금 낮더라면...

이 차의 권장 소비자 가격은 3890만 원이다. 딜러마다 몇 백만 원 할인을 감안해도 SUV 중에서는 쏘렌토와 대적할만한 가격이다. 그러나 쏘렌토에 비해 차체는 작고 스피커의 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내장 품질은 쏘렌토가 우수하다. 그렇게 본다면 3008의 매력은 무엇일까.

1.6L의 싱글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쏘렌토의 크기가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또한 유류비가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3008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택이다. 더 작은 차체에 급을 뛰어넘는 내장 품질을 지니고 국산차에서 느낄 수 없는 쫀득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공인연비를 가뿐하게 뛰어넘는 가히 놀라울 만한 수준의 연비를 뽑아낸다. 1.6L 엔진을 사용해서 세금도 더 저렴하다. 게다가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3008은 잘 팔리고 있다. MPV에서 SUV로의 노선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푸조가 국내에서 이토록 큰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있었을까.

푸조는 자동차를 만들어온 오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실이 탄탄한 회사다. 그를 기저에 두고 디자인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낸 푸조는 달라지고 있다. 상품에 경쟁력을 함양한 것이다. 이 경쟁력은 2008과 3008을 성공시켰다. 국내에서도 그렇다 할 성적을 못 내던 푸조가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그만큼 한불모터스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소비자들이 선택을 머뭇거릴 때 푸조를 선택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 보인다.


<푸조 3008 제원표>

▲푸조 3008 제원표



홍성국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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