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캐딜락 기함 CT6 하이브리드, 달갑지 않은 사치일까
[리뷰] 캐딜락 기함 CT6 하이브리드, 달갑지 않은 사치일까
  • 홍성국 인턴
  • 승인 2017.11.07 08:22
  • 조회수 3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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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리칸 럭셔리 브랜드인 캐딜락의 기함급 세단 CT6의 절반형 전기차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생산이 중국 상하이 공장으로 결정됐다. 기존 가솔린 모델은 계속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생산한다. 중국 GM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CT6 2.0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친환경 자동차를 적극 배려하는 중국 상황에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이 차는 미국으로 수출된다. 가격은 무려 7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 한화로 계산하면 8300만원 정도다. 내년에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미국 내 판매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대비 가치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PHEV를 채택했지만 달갑지 않은 하이브리드라는 점이다.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완속 충전기로 4시간 반을 충전하면 겨우 50km를 더 갈 뿐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차는 하이브리드 부문에서 GM의 실패를 다시 한 번 보여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GM의 첫 실패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미국 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은 도요타가 독식하고 있었다. GM은 이를 경계했다. GM을 비롯한 BMW와 다임러 크라이슬러 그룹이 “Global Hybrid Cooperation”라는 협력체를 만든 것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였다. 결국 수년의 연구 끝에 “Two-Mode”라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등장했다.

문제는 개발 협력사인 벤츠와 BMW가 이 시스템을 자동차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부터다. 이후 GM이 독자적으로 개발을 이어갔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하지만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는 반면 GM은 아직도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2000대 초반 미국을 휩쓸었던 경제 침체와 유가 급등이다. GM은 대형 SUV인 타호 하이브리드, 에스컬레이드 하이브리드 등을 내놓았으나 오일쇼크로 거의 팔리지 않았다.

사실 GM 입장에서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은 아니었다. 연비가 워낙 좋지 않은 대형 SUV의 연비를 끌어올리는 것이 승용차의 연비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잠재적으로는 더 많은 기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승용차의 연비 12km/l를 5km/l의 향상시키면 10km 주행에 0.25L의 연료를 절약한다. 반면에 6km/l인 픽업트럭의 연비를 단 2km/l 향상시키면 10km를 주행 할 때 0.35L의 연료를 아낄 수 있다. 대형차의 연비를 향상시키는 편이 쉽게 더 많은 절약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 SUV의 “Two-Mode”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재앙에 가까운 판매량을 보여줬고, 프로젝트는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났다.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모델이 외관상 달라진 부분은 거의 없다.


GM은 이런 하이브리드 흑역사를 거론하는 것 조차 싫어한다. 그러나 캐딜락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런 “Two-Mode”의 기술을 직접 내려받았다. 물론 플러그인이 되고 더 큰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지만 기반 기술은 같다. 사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작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볼트(Volt)에 적확하게 맞아 들어간다. 더 거대하고 근육질에 뒷바퀴 굴림인 CT6에게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딜락 CT6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대 99ps의 마력을 내는 강력한 전기모터에 CVT와 같은 기능을 하도록 복잡한 유성기어 방식의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이 변속기는 전기모터와 엔진의 동력을 유기적으로 섞기도 분리하기도 한다. 상당히 큰 18.4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뒷좌석 아래에 배치했다. CT6는 전기모터 만으로도 무려 124km/h의 속도를 낸다. 그리고 2.0L 4기통 터보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사용하면 240km/h까지 도달이 가능하다. CT6 2.0E plug-in 하이브리드 시스템 총출력은 최대 330ps의 마력과 최대 59.7kg∙m의 토크를 낸다.

하지만 CT6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미국환경보호청 EPA에 따른 복합전비에서 68 MPGe를 기록했다. BMW의 i3가 139MPGe, 현대의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99MPGe, 쉐보레의 볼트 EV는 119MPGe를 기록했다. 모터의 효율이 경쟁 자동차에 비해 좋지 못하다. 게다가 전기가 모두 방전되면  형편없는 연비를 보여준다. 11km/l로 10.6km/l인 순수 가솔린 모델에 비해 겨우 0.4km/l 나은 공인연비를 기록했다.

결국 내연기관과 비교해 봤을 때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하이브리드 효율성은 무게가 200kg나 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사라진 것이다. 일반 가솔린 4기통 모델의 CT6는 1766kg으로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가볍다. 그러나 이 하이브리드 CT6는 2055kg으로 상당히 무겁다. 이러한 무게로 인해 CT6의 연비는 크게 손해를 본 모양이다. 실제 미국에서 주행 테스트 결과 약 200km를 고속도로에서만 주행하며 기록한 연비는 11.05km/l 로 형편 없었다. 4기통의 가솔린 CT6 모델이 13.2km/l의 연비를 뽑아냈던 것 보다도 낮은 수치다. 전기모터로만 주행해서 얻은 거리를 모두 합하더라도 평균연비는 12.3km/l에 불과했다.

2.0L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되어 있다.


캐딜락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속칭 제로백 가속성능을  단 5.2초의 경쾌함을 겸비한 퍼포먼스 차량이라고 소개한다. 직선구간에서는 제법 경쟁 모델을 압도할 정도로 빠르다. 게다가 막히는 구간에선 정말로 편안하다. 고속도로를 항속중일 때에도 CT6의 타고난 섀시 완성도는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 차가 달고 나온 특이한 변속기는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또는 그 반대로 동력을 연결할 때 이질감이 상당하다. 게다가 굽이 길에 차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캐딜락 특유의 운동 특성에다 형편 없는 핸들링으로 인해 탑승자는 지옥을 맛본다.

CT6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볼트 EV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 마저 망쳐 놓았다. 볼트 EV의 좌측 패들 시프트를 눌러주면 커브를 들어갈 때 회생제동장치를 작동시켜 엔진브레이크 같은 효과를 준다. 그러나 CT6는 이 두개의 패들을 단지 4단계로 회생제동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로 사용할 뿐이다. 가장 약한 4단계는 가볍다. 그러나 가장 강한 1단계는 엑셀 페달에 발을 가져다 대어도 차를 뒤로 끄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단박에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배터리의 위치로 인해 트렁크 공간을 비록한 많은 옵션사항이 빠졌다.


하이브리드로 인한 희생은 트렁크에서도 이어졌다. 기존 CT6가 433L의 트렁크 공간을 지니는 반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300L로 작아졌다. 없는것이나 다름 없는 트렁크를 지닌 피아트 500의 트렁크 공간이 268L 인 것으로 봤을 때 상당히 작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트렁크를 열어 보면 "고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저장공간” 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면서 일반 모델에 적용되는 옵션사항들이 많이 빠졌다. 우선 4륜 구동과 후륜조향 시스템을 공간 문제로 인해 선택할 수 없다. 2열 뒷쪽 선반 공간을 배터리로 가득 메우는 바람에 보스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또한 자리를 빼앗겼다. 또 캐딜락의 새로운 반 자율주행 시스템인 슈퍼 크루즈 또한 적용되지 못했다.

물론 내장재가 더 고급스럽고 차도 더 넓은 것은 사실이다. BMW 보다 세금도 더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 가격을 그들만의 리그로 바꿔봐도 이야기는 같다. 530e는 530i 보다 조금 비싼 정도로 가격을 책정했다. 그러나 CT6는 4기통 모델로 따지면 2200만원($20000)의 상당한 가격 차이를 보인다. 결국 CT6 하이브리드는 달갑지 않은 사치인 것으로 보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기에 충전을 위한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캐딜락은 하이브리드 고질적인 문제를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다 경제성과 성능 사이에서 줄타기 하려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사실 “퍼포먼스 하이브리드”는 자가당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캐딜락 CT6 2.0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결국 자가당착에 빠졌고 상품성을 잃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아닌 일반 가솔린 모델이 더욱 부드럽고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더 합리적인 가격을 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이 모델을 사려고 할까.

<이 기사는 The Drive의 1등 비평가 Lawrence Ulrich에 의해 작성된 기사를 번역 및 각색한 것입니다. Lawrence Ulrich는 자동차 기자상을 여러차례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즈와 디트로이트 자유신문의 1등 자동차 비평가를 지냈습니다.>

환율은 2017년 11월 5일 20시가 기준임.

<캐딜락 2.0E Plug-In Hybrid의 제원표>

▲캐딜락 CT6 2.0E Plug-In Hybrid 제원표



홍성국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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