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크 밀크티와 말린고기, 장족 마을서 소박한 점심
야크 밀크티와 말린고기, 장족 마을서 소박한 점심
  • 이상민 에디터
  • 승인 2017.11.07 14:00
  • 조회수 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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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_안성희
해외 기고가 안성희는 디자인과 문화기술 연구가로 현재 홍익대학교 교수로 있다(본 글의 사진 저작권은 글쓴이에 있습니다).



중국의 서쪽, 아래로는 티벳, 위로는 몽고와 맞닿아 있는 청해성은 푸를 청과 바다 해자를 쓰는 담수호, 청해(青海)호수의 이름과 같은 '칭하이'(Qinghai)라고 부른다.

이곳 주민은 주민의 반 이상이 한족이 아닌 이민족과 소수 민족들로 이루어져있고 그 중에서 장족(壯族, 티벳족)이 많다. 우리가 연구차 방문한 위수 지역은 티벳자치구 안에 위치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위수 공항(3,890m)을 비롯한 대부분의 마을이 평균 해발 고도가 3000미터 가 넘는 티벳 고원 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성도인 시닝(西宁)이나 장족 자치구 안의 도시 위수 공항을 통해 갈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고산병을 막기 위해서 스촨성을 거쳐서 차를 타고 갔다. 마치 오프로드 자동차들의 경연대회처럼 , 두 대의 Jeep, 반갑게도 기아차, 그리고 나에게는 낯선 일본차인 스바루 등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산을 몇 개나 넘었을까, 중간엔 주유소도 별로 없었고 인적도 없는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정말 깨끗한 공기 때문에 모든 풍경이 두 세배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옴에 감탄하면서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밤이 되어서야 위수에 도착했다.

위수는 나름 도시같이 보였다. 몇 년 전의 큰 지진 이후 많이 회복되고 있었고 방문객의 눈에는 평온해 보였다. 위수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위슈에서 출발해서 차를 타고 세 시간, 그리고 다시 산길을 타고 황하강과 양쯔강이 시작하는 티추계곡의 마을로 들어갔다.

야크를 키우는 유목 생활이 기본인 장족들은 5월까지 영하 20도로 떨어지는 긴 겨울에는 마을의 집에서 살고 짧은 여름이 오면 야크를 몰고 산으로 올라가 텐트를 치고 이동하면서 산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때는 짧은 여름의 끝자락이었지만 아직 마을사람들은 산 위에서 살고 있었다. 보통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목동들은 빵을 챙겨서 삽살개처럼 큰 티벳 목동 개와 함께, 야크를 몰고 풀이 남아있는 곳으로 다니고 해질녘에야 내려오는데 그날은 특별히 우리가 온다고 점심을 같이하기 위해서 몇 명은 산에서 일찍 내려왔다.

초대받은 텐트에 도착한 것은 계곡을 따라서 굽이굽이 몇 시간을 올라 시간은 두시를 지나고 우리 핸드폰의 고도계는 4,000미터를 넘어서고 있었다. 세상에나 이런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찬 곳에서 야크와 같이 산을 오르내리며 산다고? 우리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맨 앞에 가던 차가 계곡과 산의 등성이 중간쯤 보이는 마을 족장의 텐트 앞에 멈추었다. 차에서 내리는데 차가운 공기가 해발고도 때문에 몽롱한 정신을 확 깨웠다. 마주보이는 산언덕 위에는 눈발이 날리는지 조금씩 흰 안개가 보였다. 8월에 눈이라니...



검은 텐트는 밖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제법 커서 우리인원이 다 들어가고, 마을 사람들도 제법 여럿 들어갔다. 아마 어림잡아 20여명이 죽 둘러 앉을 수 있는 크기였다. 텐트는 벽이 없는 원룸 집 같았다. 침구도 보이고 거실처럼 제법 꾸민 흔적도 보이고... 입구에는 멋진 부츠들과 말채찍도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텐트 안에 마치 수백 년 썼을 것만 같은 큰 화덕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족장의 부인은 직접 우리를 위해 야크 우유로 만든 스프를 젓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야크에서 나온다. 사람들의 옷은 모두 야크의 털로 실을 만들어 혹은 가죽으로 입고, 야크 고기는 버리는 곳 없이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고, 야크의 젖은 끓여서 우유로 먹거나 요거트와 버터를 만들어 먹는다.



그날의 점심은 우리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했는데, 상차림은 야크 우유와 티벳의 홍차를 섞은 특유의 ‘밀크티’ 와 빵, 그리고 말린 야크 고기가 주된 메뉴였다. 보통은 밀(귀리와 밀의 중간쯤 되는)가루가 있는 컵에 따뜻한 야크우유를 붓고 손으로(세 개의 손가락으로) 섞고 빚어서 먹기도 하는데 오늘은 제대로 빵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화덕에 붙여서 구워낸 인도의 '난(Nan)'보다 두꺼운 버전의 둥그런 빵이었다. 며칠 동안 구경도 못한 사과도 있었는데 아마도 이곳에서는 무척이나 귀한 과일을 우리를 위해 준비한 것 같았다.

우리는 마을사람들과 지역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사라져가는 티벳족의 유목생활들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아마 몇 년이 지나면 제주도의 말을 몰던 목동들처럼 이곳에서 야크를 몰던 목동들도 전설로만 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신기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티벳어 통역을 통해 귀 기울이며 들었다. 그들은 대부분 중국어를 하지 못했다.



말린 야크 고기는 소고기 육포 느낌이었다. 나름 담백하고 먹을 만 했다. 케이크처럼 놓인 커다란 버터는 치즈 모양처럼 큰 덩어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빵에 발라먹는 것인데 은근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다만 좀 먹기 힘들었던 것은 야크 밀크였는데 첫잔은 추워서 후루룩 마셨지만 마치 곰탕처럼 진하게 느껴져서 두 번째 잔은 찻잎을 엄청 넣고 나서야 겨우 마실 수 있었다.

허기를 달래고 나서 텐트 안을 둘러보니 텐트에 천장이 뚫어져 있고, 굴뚝이 나 있었다. 조상들의 지혜가 보이는 디자인 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안이 습하지 않고 맑은 공기가 들어와서 야크의 배설물을 태우는 화덕의 연기가 안으로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 자세한 내용은 12월에 발행되는 <모빌리스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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