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드스터 시속 400km의 비밀, 20억원 부가티 시론 따돌려
테슬라 로드스터 시속 400km의 비밀, 20억원 부가티 시론 따돌려
  • 양선빈 에디터
  • 승인 2017.11.29 08:11
  • 조회수 71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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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미국 LA 도심의 은행을 털었다고 상상해보자. 은행원의 신고로 경찰은 사방에서 오는 중이고 당신은 최대한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 한다. 로스앤젤레스를 벗어나 멕시코가 최종 목적지다. 은행을 빠져나온 순간 은행 앞에는 30억원짜리 부가티 시론 하이퍼카와 2억원대 테슬라 로드스터 전기차가 있다. 두 차 모두 400km/h의 속도로 거뜬하게 달릴 수 있다. 모든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당신은 최고의 도주를 하기 위해 무슨 차를 선택하겠는가?

2020 테슬라 로드스터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세계 최고 스포츠카과 함께하는 은행털이,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가능할 일이다. 그런데 이 머릿속 상상을 실제로 연구해 어떤 차가 경찰을 가장 잘 따돌릴 수 있는지 계산하고 분석한 데이터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공과대학으로   유명한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기계공학 연구소의 엔지니어는 "이번에 공개된 테슬라 로드스터는 현존하는 자동차 중 가장 효율적인 가속력과 속도를 가졌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배터리 전문가이자 테슬라 비평가인 카네기멜론 대학의 벤캇 비스와나탄 교수와 샤샨크 스리파드 연구원은 말도 안 되는 이 상상을 숫자로 풀어냈다. 무슨 재능 낭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업은 테슬라 로드스터가 공식으로 출시되기 전에 로드스터의 종합 성능을 유추하기 위한 작업이다. 로드스터에 세상이 열광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 출시 전이다. 빨라야 내년 선보인다. 0km/h에서 100km/h까지 그리고 200km/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자동차의 무게, 그리고 공기역학 수치와 디자인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거의 모든 정보다. 엄청나게 한정된 정보지만 이들은 이 정보들로 테슬라의 주요 퍼포먼스 성능을 유추해냈다.

이들은 콤팩트 세단인 테슬라 모델3가 무게가 480kg에 육박하는 80kWh 배터리 팩을 장착한 점에 주목해 로드스터의 무게를 유추해냈다. 이들이 계산한 로드스터 배터리 무게는 890-998kg다. 또 전기차 특성상 베터리가 차량 무게의 45-50%를 차지한다는 점을 이용해 로드스터의 공차 중량은 1995kg로 예상했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최고속도인 400km/h로 얼마나 달릴 수 있을 까?


로드스터의 놀라운 능력은 배터리에서 나온다. 배터리의 성능을 측정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단위는 배터리 방전률(C-rate, Current Rate)다. 배터리 방전률은 ‘표준화 방전 전류(normalized discharge current)’ 라고 불리는데, 이는 배터리의 전류값 설정 및 전지의 사용 시간을 예측하거나 표기하기 위한 단위다. 이는 베터리의 각 셀이 구동을 할 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지를 나타낸다. 배터리 방전률이 낮을수록 배터리의 용량은 커진다.

테슬라가 주장한 제로백 1.9초가 나오기 위해서 로드스터는 테슬라의 고성능 세단인 모델S P100D보다 훨씬 더 낮은 배터리 방전률을 가져야한다. 전기 모터에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방전률은 P100D의 50% 정도라고 유추할 수 있다. 에너지를 끌어올 배터리 셀이 더 많은 덕분에 로드스터는 현존하는 모델 중 가장 빠른 제로백을 기록한 모델S P100D보다 더 빠른 가속력을 확보했다.

가장 빠른 모드인 '플레이드 모드(Plaid Mode)'의 테슬라 로드스터 배터리는 P100D의 ‘루디크러스 모드(Ludicrous Mode)'와 거의 비슷한 배터리 방전률을 보인다. P100D의 최고출력이 760마력(hp)인 반면 신세대 로드스터의 최고출력은 1500hp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7 부가티 시론


그래서 이런 것들이 대체 은행털이에 적격인 차를 고르는 데에 무슨 상관이라는 걸까? '카네기멜론 연구팀은 배터리 용량, 차량 무게, 퍼포먼스(제로백, 최고속도 등)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로드스터는 최고속도인 400km/h로 25~30분 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 대략 210km를 달릴 수 있다는 소리다. 이 정도 거리라면 로스엔젤레스에서 멕시코 국경까지 별도 충전 없이 갈 수 있다. 부가티 시론은 똑같이 400km/h로 달리면 9분 만에 가득 채운 연료가 바닥이 난다. 로스앤젤레스를 벗어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최고속도인 420km/h로 달려도 결과는 똑같다. 겨우 61km를 달릴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의 신세대 로드스터의 퍼포먼스가 기존 2008년에서 2012년에 판매된 로드스터 보다 딱 두 배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로백은 3.9초에서 1.9초로 줄었다. 최고속도는 200km/h에서 400km/h로 늘었다. 여담이지만 가격도 10만 달러에서 20만 달러로 2배 올랐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봤을 때, 기존 로드스터는 200km/h로 최대 15분을 달릴 수 있다. 딱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은행을 털고 경찰이 쫓아오기 전에 도망칠 수 있는 성능이다. 부가티를 뭉개버린 괴물 같은 성능이다.

양선빈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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