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볼 수 없는 국산차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국산차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16 11:07
  • 조회수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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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해외에서 만든 차를 수입해 국산차로 판매하는 모델을 종종 볼 수 있다. 8월에 출시된 한국GM의 임팔라, 그리고 르노삼성의 QM3가 그렇다. 거꾸로 한국 자동차업체가 만든 차인데도 국내에서는 살 수 없는 ‘이름만 국산차’가 있다.






자동차의 대중적인 성공은 보편성에 달려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취향은 만만한 요소가 아니다. 자동차는 문화·지형·기후·역사·전통 등을 두루 반영하는 문화 상품이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다른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보편적으로 무난하게 만들거나, 아예 각 나라에 맞는 차를 만드는 방법이다. 무난한 차는 브랜드 개성을 살리기 힘들지만, 별도의 개발 작업 없이 전 세계를 공략할 수 있다. 각 나라에 맞게 차를 만드는 방법은, 번거롭지만 개성을 살릴 수 있고 최대한 현지화가 가능하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에 자동차 회사들은 그때 그때 실정에 맞는 방법을 택한다.

국내 유일의 토종(자본 구성으로 구분했을 때다)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자동차도 현지화시킨 모델을 여러 종류 내놓는다. 우리와 취향이 비슷한 북미 시장에는 한국에서 파는 모델이 들어간다. 현지 생산 모델도 독자 모델이 아닌, 한국 판매 모델을 장소만 옮겨 생산하는 식이다. 유럽이나 중국 등 우리와 취향 차이가 큰 곳은 아예 현지화한 모델을 판다. 중국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차를 좋아한다. 그릴을 키우고 크롬으로 치장해 번쩍거리고 차체를 크게 해 실내가 넓은 차들이 인기다. i40의 변형 모델인 미스트라를 비롯해 아반떼 HD, 엑센트 등을 현지에 맞게 디자인을 바꿔 판매한다. 기아는 좀더 적극적이다. 미스트라의 형제차인 K4, 프라이드급 소형차 K2, 크로스오버 K3X 등 변형 수준을 넘어선 신차를 투입한다.

유럽이나 인도 쪽은 아예 새로운 차를 만든다. 현대 i10, i20, 기아 씨드, 벤가 등은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차들이다. 모델 라인업도 매우 다양하다. 현대 i20 쿠페, i20의 MPV 모델인 ix20, i30 왜건, i30 3도어, 기아 모닝 3도어, 씨드 3도어, 씨드 왜건, 씨드의 고성능 버전인 씨드 GT 등 국내와는 다른 세분화된 라인업 정책을 펼친다. 현대는 브라질에도 HB20이라는 소형 독자모델을 판다. 아웃도어 모델인 HB20x 등 파생 모델도 개발했다.

현지화에 성공한 현대·기아차 모델들





현지 전용 모델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 5월 기아 씨드는 유럽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2006년부터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했으니 1년에 10만 대 정도 팔린 셈이다. 기아의 유럽 전략 모델인 씨드는 유럽 판매에서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스포티지에 이어서 두 번째로 잘 팔린다. 유럽에 맞게 감성을 살린 디자인뿐 아니라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라인업이 인기 비결이다. 3도어 해치백(프로_씨드), 5도어 해치백, 왜건, 고성능 GT 등 형태도 다양하다. 파워트레인도 1.0L(100, 120마력)와 1.6L 가솔린 터보, 1.4L 가솔린, 1.4L와 1.6L(110, 136마력) 디젤, 6단 수동기어, 6·7단 더블 클러치 기어 등 다채롭다.

국내에서 씨드와 비슷한 모델은 K3 유로다. 씨드와 비교해보면 라인업이 매우 단조롭다. 한 가지 종류에 파워트레인도 1.6L 가솔린 엔진과 자동 6단변속기 조합 뿐이다. 국내에서 존재감은 상당히 미미하다. 씨드처럼 다양한 모델을 구비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잘 팔리지 않을까? 현지화 전략도 좋지만, 그러한 전략을 국내에도 시도해보고자 하는 의지도 때로는 필요하다.

브라질에 판매하는 HB20도 브라질 인기 차종 중 하나다. 2012년 출시 당시 한달 만에 주문이 5만대가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13년 브라질 ‘올해의 차’에 선정되고 각종 매체에서 주는 상을 휩쓰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대는 한 해 15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고, 출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량이 50만 대 달할 정도로 지속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상고를 높여 험로 주파성을 높인 아웃도어 모델 HB20X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HB20의 인기몰이에 한 몫 한다.

HB20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다. 굴곡이 많은 도로 상태를 감안해 최저지상고를 높이고, 도로 상태와 정비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스페어 타이어도 풀 사이즈를 넣었다. 보안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도난 방지 시스템을 채택했고, 애프터 마켓 오디오를 선호하는 취향에 맞춰 오디오 장착 여부도 고객의 선택으로 돌렸다. 이처럼 HB20은 현지화의 필요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현대 i10도 인기 차종 중 하나다. i10은 현대자동차 최초 해외 공장 전용 생산 차종으로 2007년 인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출시 8년 만에 판매량 200만 대를 돌파해 현대·기아자동차 해외전략차종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런 차를 한국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종종 국내 소비자에게 불만을 산다. “상품성이 좋은 차를 왜 국내에서 팔지 않느냐”는 의견이 그것이다. 이런 차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역수입 과정이 만만치 않고, 국내에 생산 라인을 따로 만들기에는 판매량이 보장되지 않는다. 노사협약 등 자동차 회사의 내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강성으로 유명한 현대·기아 노조에서 ‘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수입을 반대한다. 설사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해도 과연 국내 소비자들이 얼마나 선택을 해줄지도 미지수다. 소수의 취향과 전체 취향은 다르기 때문이다.

단조로운 국내 시장 기아 K3, 다양한 해외 비해 역차별

i30와 i40는 유럽에서 평판이 좋고 판매 실적도 좋지만 국내에서는 실패한 차로 취급을 받는다. 기아 카렌스도 유럽 MPV 스타일로 다듬었지만, 국내에서는 크고 힘 좋은 차 좋아하는 취향에 맞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한다. 수입차 공세에 점점 국내에서 설 땅이 좁아지는 현대·기아라면 적극적으로 국내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소수의 취향까지 만족시키는 세분화된 라인업 구성이 세계적인 추세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틈새 모델 만들기에 집중하고, 한 차종에 수십 개의 트림을 만들어 놓는다. 현대·기아라고 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차라면 그 수가 적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살 수 있게 만드는 게 국내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현대·기아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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