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비슷한 성격을 가진 G70과 스팅어는 수입차 경쟁 모델을 잠식하는 대신 서로 고객이 겹칠 것은 출시 전부터 예상 됐다. 하지만 두 브랜드 모두에게 스포츠 세단 빈자리를 채워줄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잠재우고 시간차를 두고 출시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는 이런 판매 간섭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해왔을까?
예상가능 했던 형제간의 싸움
G70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올해 목표였던 5000대를 판매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G70이 흥행에 성공하자 기아차 스팅어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 6월 출시된 스팅어는 첫 달 1322대, 7월 1040대 등 두 달 연속 월 판매량 1000대를 기록했지만 G70이 출시된 직후인 8월에는 711대를 기록했고 9월에 765대로 소폭 증가했으나 10월에는 741대에 머물며 판매 간섭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제네시스 G70의 포지셔닝은 스포츠 세단으로 수입차를 견제할 특명 아래 개발된 차다. 수입 경쟁 모델로는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등이 거론된다. 반면 스팅어의 포지셔닝은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그란투리스모(GT)로 잡았다. 수입차 경쟁 모델로는 BMW 4시리즈 그란쿠페 등이다.
엄연히 다른 성향을 가진 차량이라고 현대기아 상품팀에서는 설명을 하지만 소비자는 이 두 차량을 디자인만 조금 다른 형제차로 인식한다. 두 차량은 형제차라는 별명에 맞게 비슷한 점이 많다. 차체 설계 플랫폼을 공유하고 후륜구동 기반으로 움직인다. 엔진 라인업은 2.0 가솔린 터보, 2.2 디젤, 3.3 가솔린 터보 등으로 같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값이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 듯 현대가 아닌 제니네시스 브랜드로 나온 G70의 우세가 지속된다. 그렇다면 기아 스팅어는 어떤 차별화된 전략을 들고 나와야 판매 경쟁이 치열한 정글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수동 변속기를 선택 해야 프라이드 디젤 탈 수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가 국내에 판매한 신차 62만7309대(15t 이상 대형 트럭ㆍ버스 등 제외) 중 수동 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은 7734대(1.2%)에 불과했다. 재미난 것은 프라이드 디젤 모델이다. 2012년부터 판매된 프라이드 디젤 모델은 오로지 수동 변속기를 선택해야만 한다. 처음부터 수동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 경우는 많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처음이라 많은 소비자들이 의아해 했다. 하지만 이는 카니발라이제이션 현상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당시 엑센트는 일명 ‘가성비 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경쟁 차종 없이 잘나갔다. 또 소형 디젤차의 특성상 연료비가 적게 들고 가벼워 많은 마니아 층을 형성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플랫폼을 쓰는 동생 격인 프라이드는 가성비 갑이라는 타이틀을 빼앗겼다. 그러면서 가성비를 되찾기 위해 오토 옵션을 아예 선택지에서 빼버렸다. 당시 프라이드는 유럽에서 디자인상을 받으며 디자인 완성도까지 인정받아 엑센트를 위협하기 충분했다.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프라이드 디젤에도 자동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이 꽤 나왔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국내 대표 소형차인 두 차량이 풀 체인지를 앞두고 있어 새롭게 출시될 프라이드와 엑센트에도 기존의 판매 전략을 사용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코나·스토닉...판매간섭 피하려다 소비자 요구 놓치다
판매 간섭을 피하려다 소비자의 요구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소형 SUV중 디젤 4WD모델은 없다. SUV 시장에서 디젤 4WD는 꾸준한 수요가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수입차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코나 · 스토닉 중 디젤 4WD 모델은 없다. 한 단계 윗급인 투싼은 2.0 디젤에만, 코나는 가솔린에서만 4WD 선택이 가능하다. 스토닉에는 4WD 모델을 아예 선택할 수 없다. 이는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교통 정리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의 판매 전략을 살펴보면 기존 차량의 판매량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만 몰두한 모습이다. 하지만 다양한 수요를 가진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 입맛에 맞는 차량을 구매 할 수 있게 끔 옵션을 다변화하고 선종의 폭을 넓혀주는 전략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신차 시장의 70%를 점유한 압도적인 1위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박성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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