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전쟁을 들먹이며 국제 사회에서 행패를 부린 게 이번 만은 아니다. 강도는 약하지만 다양한 행패가 여럿 있다. 자동차 관련도 빠지지 않는다. 40여 년 전 스웨덴 볼보자동차(지금 오너십은 중국 지리차가 갖고 있다)에서 승용차 1000대를 수입하고 아직까지 돈을 지급하지 않은 사건이다.
북한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1000대 수입대금을 지급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지금 화폐가치로 계산해봐야 5000만 달러(약 500억원) 정도다. 지금 평양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면 구 소련제 자동차, 유럽산 탈곡기, 럭셔리 수입차가 한데 어우러져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NPR, National Public Radio)에 따르면 그 중엔 1970년대에 생산된 볼보자동차도 종종 보인다고 전한다. 바로 43년 전 북한이 사실상 훔친(?) 볼보 144 모델이다.
1960년대의 북한은 GDP로 계산했을 때 남한보다 잘 살았다. 구소련에서 온 자금 덕분이다. 여기저기서 오는 원조와 함께 북한의 산업이 성장하면서 북유럽국가인 스웨덴도 투자를 하겠다고 북한에 왔다. 1974년 스웨덴 정부는 7000만 달러 상당의 중장비와 함께 택시로 쓸 볼보 144 세단 1000대를 수출했다. 그 후 1년 동안 북한과 스웨덴의 사이는 급격히 좋아져 스웨덴은 서방 국가 중 최초로 북한에 대사관을 설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쁨도 잠시. 북한 경제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다행히 스웨덴은 그때까지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끊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자동차 1000대 대금을 갚지 않았다. 스웨덴 수출 신용 기구에 따르면, 자동차 1000대의 대금은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자가 붙어 6억 크로나(한화 831억원)로 불어났다. 덧붙이자면, 이로써 북한이 스웨덴에게 진 빛은 총 27억3200만 크로나(약 3776억원)이 됐다.
40년이 넘은 볼보 자동차를 북한의 도로에서 찾기는 쉽지 않지만 아직도 몇 대는 택시로 운행중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북한이 스웨덴에게 대금을 갚진 않을 것 같다. 게다가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 트위터를 보면 막상 돈을 받을 당사자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1년 전 스웨덴 대사관이 올린 트위터에는 북한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50만 km를 뛴 볼보 144모델의 내구성에 더 놀랐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양선빈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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