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고성능 버전 N이 가야 할 길
현대차의 고성능 버전 N이 가야 할 길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16 11:28
  • 조회수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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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버전 ‘N’(N은 남양연구소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가리킨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슈퍼카나 고성능차를 만드는 데 신경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어서다.


여기에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슈퍼카는 브랜드 인지도나 전통, 기술력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만들 수 있다. 대중차를 만드는 도요타나 현대차 같은 양산 브랜드들이 슈퍼카를 섣불리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전통과 기술력을 확보한 양산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독자적인 슈퍼카를 내놓는데 신중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 급의 차는 SLS가 유일하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브랜드의 모토로 삼는 BMW도 자체 슈퍼카는 없다. 아우디가 R8로 이 시장에 뛰어든 때는 2006년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독자적인 슈퍼카 대신 고성능 버전으로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BMW M, 아우디 S/RS, 재규어 R/R-S, 캐딜락 V, 렉서스 F가 대표적이다. 이들 고성능 버전은 양산 중인 모델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대부분이다. 성능은 고성능이지만 외양은 양산 모델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일반 스포츠카와는 다른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한다. 대중차 브랜드도 고성능 버전을 운용한다. 폴크스바겐 R, 혼다 타입R, 도요타 TRD, 닛산 니스모, 포드 SHO, 크라이슬러 SRT 등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

별도의 고성능 버전을 두고 있지 않은 현대가 드디어 고성능 버전 N을 내놓는다. i30·벨로스터,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후속 등이 N 모델의 후보로 알려진다. 현대가 고성능 브랜드를 선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고,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또 양적인 성장에 맞춰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계기를 마련하고, 수요가 늘고 있는 고성능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의도도 있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현대에 있어서 고성능 버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N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 현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현대가 올해 초 BMW M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사실로 미루어 BMW M을 벤치마킹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알버트 비어만은 1983년 BMW에 입사했고 최근 7년 동안 BMW M 연구소장직을 맡았다. BMW M 모델의 개발 주역으로, 30년간 고성능차 개발에 매진한 전문가로 꼽힌다. 비어만 영입은 기아가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아우디에서 데려온 일에 필적한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피터 슈라이어 영입 후 기아차 디자인에 아우디의 색채가 짙게 배어났던 것처럼, 현대 N도 BMW M을 따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일각에서는 벌써부터 N이라는 이름이 M과 비슷하다는 말이 나온다). 모델 라인업은 현재 알려진 바로는 500마력을 내는 제네시스 N, 400마력 대의 제네시스 쿠페 후속, 300마력이 넘는 i30와 벨로스터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N이 가야 할 길은 기술개발이다





▎현대차의 고성능 버전 후보 모델인 제네시스 N. 500마력 이상을 내는 걸로 알려져 있다.
현대의 고성능 버전의 방향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수단에 집중된다면 프리미엄 고성능 브랜드로 나설 모델은 후륜구동 세단인 제네시스 밖에 없다. 현대는 신차가 나올 때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을 경쟁상대로 지목해 왔다. 제네시스 N이 나오면 BMW M5, 메르세데스-벤츠 E 63 AMG, 아우디 S6에 필적해야 한다. 그런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현대는 기반이 다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거의 모든 모델에 완성도 높은 고성능 버전을 갖추고 있다. 기술력도 앞서고, 다양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소재의 조합력도 상당하다. 모델 대 모델로 대적하면 모를까, 하나의 모델을 가지고 N이 프리미엄 고성능과 동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대 N이 가야 할 방향은 독자성이다. 현대만의 개성을 만들어야 한다. 대중차 브랜드들도 고성능 버전을 운용하지만 그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최강을 다투는 모델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반 모델보다 한 단계 높은 성능을 지닌 차에 고성능 버전 마크를 단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 중 몇몇은 특출한 개성과 성능을 뽐내며 프리미엄 브랜드와는 다른 고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대표적인 모델은 혼다 시빅 타입R이다. 시빅타입R은 시빅이라는 대중차를 고성능으로 개조해 진정한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을 내는 차로 유명하다. 최근에 선보인 4세대는 310마력, 40.8kg·m를 내는 2.0리터 터보 엔진을 얹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5.7초. 이런 수치는 다른 브랜드도 비슷하게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아주 특별한 성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타입R이 특별한 이유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세운 최고기록이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에서 7분50초63을 기록했다. 전륜구동 자동차 중에서 가장 빠른 최고기록이다. 이전에 르노 메간 RS 275 트로피 R이 세운 기록을 3.7초 단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성능 버전의 대명사인 BMW M3의 후계자인 M4가 세운 기록보다 더 빠르다. 스포츠 주행에 불리하다는 전륜구동(FF) 방식을 극복하고, 정통 스포츠카의 FR 방식을 뛰어 넘는 성능을 발휘했다. 시빅 타입R에 들어간 고성능 기술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F1과 모터 스포츠에 정통하고 이미 NSX라는 슈퍼카를 만든 전력이 있는 혼다의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닛산 주크는 대중적인 소형 크로스오버다. 그런데 쥬크 니스모 GT-R(쥬크 R로 부름)은 모양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차다. 닛산의 스포츠카 GT-R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이식했다. 545마력이라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은 3.7초에 불과해 슈퍼카와 맞먹는다. 20대 한정 생산에 그쳤지만, 닛산의 기술력을 과시하고도 남는 큰 역할을 해냈다.

현대의 고성능 브랜드 시도는 매우 적절하다.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시작이 늦다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현대는 역동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술력이나 역동성과 관련한 인프라에서 앞선 브랜드들과 격차가 존재한다. 그 격차를 일순간에 뛰어 넘으려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오로지 기술력과 자동차 마니아의 평판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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