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급발진 사고 규명... 언제까지 소비자가?
[칼럼]급발진 사고 규명... 언제까지 소비자가?
  • 박성민 에디터
  • 승인 2018.01.15 07:22
  • 조회수 2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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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급발진 사고의 70~80%는 운전자 조작 실수에 의한 사고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소비자의 실수로는 브레이크 페달을 가속페달로 착각해 밟는 형태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제조사는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브레이크를 대신 엑셀을 밟거나 둘을 동시에 밟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모두 소비자의 과실이라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브레이크등 점멸 여부로 이를 확인하거나 EDR을 통해 사고의 경위를 파악했다. 국산차 브랜드를 비롯하여 수입차 역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 또 어디에서도 급발진 사고에 대한 명쾌한 원인과 답을 내놓지 못한다. 급발진 사고는 언제나 의혹만 남긴 채 종결된다.

자동차 회사들은 급발진 사고에 대해 "운전자가 원인을 밝혀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소비자의 과실로 몰아간다.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급발진 사고에 대해서 원인을 분석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급발진을 확인할 새로운 기술이나 장치는 없을까?

급발진은 왜 발생할까?

자동변속기나 전자제어 시스템이 도입되기전에는 급발진 현상이 없었다.


급발진 사고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먼저 수동 변속기나  전자제어 시스템을 달지 않은 1980년대 이전 생산된 차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다. 전자제어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한 1980년대 초 관련 사고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급발진 현상을 발생시키는 첫 번째 사례로는 자동차의 모든 것을 제어하는 ECU의 오작동이다. 사람으로보면 뇌 역할을 하는 ECU의 오작동은 차량의 급발진을 발생시킬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초 시동을 걸때 ECU는 모든 신호를 무시하고 일정한 RPM을 유지하기 위해 연료량을 조절한다. 과도한 연료량과 흡기량은 엔진의 과회전을 유발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추정 원인으로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휴대폰 등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의한 오작동이다. 변속제어 장치에 이상이 생겨 오작동으로 주행기어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부품 결함 사고다. 2016년 일가족 네 명이 사망하는 싼타페 급발진 추정 사고의 경우다.

경유차의 경우 고압 연료펌프 결함으로 연료가 터보차져를 거쳐 흡입 계통으로 빨려 들어가 엔진 오일이이 급증하면서 급가속이 일어났다는 가설이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도 급발진 사고에는 다양한 원인이 추정된다. 어느 완성차 업체도 이를 인정하고 고쳐나가려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사고 당사자는 분노하고 소비자들은 불신에 가득 찬다.

자동차 급발진, 대처법과 보상은?

통제불능이 된 상태의 차량은 사고를 낸 후에야 멈춘다.


자동차 급발진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급발진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동시에 대처 방법과 제조사를 상대로 어떤 것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이 궁금해진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처 방법으로는 "브레이크를 꾹 밟으면서 기어를 중립에 두고 차 키는 ACC를 향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제시한다. 하지만 크게 당황한 상황에서 위와 같은 발빠른 대처는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앞에 정차된 차량을 추돌해 속도를 줄이는 것이 차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급발진 사고의 특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가까이 보이는 차량과의 충돌으로 속도를 줄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는 외부 충격을 분산하는데 많은 기술이 접목해 에어백 등으로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한다면 제조사로부터 어떠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국내 사례를 살펴보면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소비자가 직접 급발진 사고를 입증해야 하는 국내법의 특성상 일반 소비자가 전문적인 결함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또 차량을 검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반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하는 구조가 야속할 따름이다.


현행 EDR은 제조사의 면죄부?  

EDR(Event Data Recorder)은 자동차에 달린 블랙박스다. 자동차가 에어백이 터질만한 사고가 발생했을때 약 5초 동안의 정황을 기록하는 장치다. 에어백이 터지기 전 5초 간의 속도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흡기장치가 열렸는지 등을 저장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EDR을 사고기록 장치라는 감투를 씌워줬다. 하지만 EDR은 급발진을 밝혀내는 데 그리 유효하지 않다. 단지 에어백 옆에 붙어서 5초를 기억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보량이 적다는 것이다. 몇몇 장치에서 나오는 숫자 몇개를 기억하는 게 전부다. 국산차에 달리는 EDR은 보통 흡기장치 개폐,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을 기억한다.

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얼만큼 밟았는지에 대한 여부는 밝혀내기 힘들다. 브레이크를 얼만큼 밟았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 만을 기록한다. 때문에 EDR에 의존하여 급발진 사고를 규명하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여기에 몇가지 제한 사항이 따른다. 예를들어 에어백이 터졌을 경우에만 작동해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급발진에 대한 기록은 남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EDR은 가속 패달을 밟았는지 여부보다는 흡기장치 개폐 여부를 기록한다. 두 장치가 연결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급발진이 발생했을때 가속 페달을 밟지 않고서도 굉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속 패달을 밟지 않고서도 흡기 장치가 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흡기 장치가 열리지 않으면 엔진 굉음이 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EDR로는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다.

급발진, 운전자의 과실을 말해주는 OBD2

OBD(On-board diagnostics)2는 차량의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밟음 세기를 %로 표시해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자신이 당황하여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페달을 오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즉 차량 내부의 블랙박스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급발진 사고 발생시 운전자의 조작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줄 수 있는 현재로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제조사가 급발진 사고라면 소비자의 과실이라고 주장하던 것에 대응할 수 있는 자료가 생기는 것이다. 가속 페달의 위치 뿐 만아니라 OBD2를 통해 대기 압력, 연료량, 속도, RPM, 베터리 전압 등 전반적인 정보 또한 알 수 있다.

현재 차량에 부착돼 있는 자동차사고기록장치인 EDR은 운전자의 행태 정보가 한정되고 차량의 상태 일부만 알 수있어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간혹 자동차 메이커의 면죄부라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급발진 상황을 설명해주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OBD2를 장착하거나 이것을 장착하는 것이 의무화 된다면 급발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않을까? 문제는 비용이다. 가격이 수 십만원 대다. 운전자가 별도로 부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급발진 예방을 위해 이만큼 지갑을 열 소비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박성민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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