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효자,국내 찬밥인 국산차 운명은
해외서 효자,국내 찬밥인 국산차 운명은
  • 박성민 에디터
  • 승인 2018.02.05 07:39
  • 조회수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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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시장은 크게 북미, 유럽 그리고 아시아로 나눌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은 고유의 생활환경이나 문화에 따라 특성도 바뀐다. 어떤 나라에서는 찬밥 신세인 차량이 다른 나라에 가면 잘 팔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선 대형 세단이나 SUV가 인기인 반면 유럽과 일본에서는 실용성을 강조한 해치백이나 소형차를 선호한다. 지난해말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부진한 소형차 라인업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엑센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 소형차의 현저히 낮은 위치를 여실히 느끼게 해준 사례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학파 차종은 무엇이 있을까. 국내에선 찬밥이지만 해외에선 국가대표 급인 세 차종의 매력을 살펴봤다.

유럽선 핫해치 i30·i30N 매력 만점

“핫 해치지”라는 문구와 함께 드리프트 장면을 연출한 국내 현대차 i30 광고. 실제 전륜구동이 드리프트가 불가능(?)한 과도한 연출 탓이었을까? i30를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i30의 월 평균 판매량은 385대로 저조했다. 현대차의 다른 모델과 비교하면 최하위 3위권 이내 들었다.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 해치백 형태지만 가격은 동급 차량인 아반떼보다 비싸고 쏘나타 기본형과 맞먹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새로운 인기 세그먼트로 등장한 소형 SUV에게 마저 고객을 뺏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면 i30의 위상은 달라진다. 지난해 독일 자동차 전문 잡지 아우토 빌트에서 실시한 비교 시승에서 유럽 정통 준중형 해치백을 제치고  i30가 1위를 차지했다. 비교 차종으로는 오펠 아스트라, 마쯔다 3, 르노 메간, 푸조 308이다. 이 평가에서 i30는 제동성능과 민첩한 핸들링, 안전사항 등에서 5000점 만점에 3096점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또 i30의 성능을 한껏 끌어올린 현대차의 야심작 i30 N 역시 퍼스트 에디션 100대가 조기 완판되면서 유럽에서 인기를 증명했다. 이 차는 BMW의 고성능 버전 M을 총괄하던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직접 개발한 차다. 현대차의 첫 번째 고성능 차량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독일 기준 4100만원, 한국은 3000만원대 초반 예상)에 고성능 핫 해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게 매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출시 계획이 없다는 게 아쉬움이다. 현대차가 만들어낸 '리얼 핫 해치' 성적표가 기대된다.

박스카 원조 닛산 큐브 제친 기아 쏘울!

<다양한 색상의 쏘울EV를 시승차량으로 준비한 기아자동차.>


2006년 컨셉트카로 공개된 후 반응이 좋아 2008년 양산차 출시로 이어진 기아 쏘울은 박스카 형태의 CUV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출시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쏘울 출시 당시 국내에 소형 SUV라는 장르가 없었다. 이에 박스카로 공개되며 지금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6년간 소형 SUV의 성장세가 125%에 달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B-세그먼트 SUV의 인기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데 쏘울이 조금 빨리 나온 게 국내에선 판매가 부진한 이유가 됐다”고 설명한다. 국내 시장에 쏘울이 소형 SUV 콘셉으로 소개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와 달리  해외시장에서 쏘울의 위상은 상당하다. 북미에서는 박스카의 원조 닛산 큐브의 자리를 빼앗으며 인기를 증명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11만대 가량 판매되며 폴크스바겐 제타의 뒤를 이었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1·2세대에 걸쳐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하고 독일 iF와 미국산업디자인협회가 주관하는 IDEA어워드까지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휩쓸었다. 또 J.D.파워 신차품질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상품성을 입증했다.

쏘울의 매력은 전기차 EV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소형차가 대부분인 전기차 시장에서 실내 공간이 상당히 넓은 쏘울의 차별성이 돋보인다. 올해 배터리 용량을 키워 주행거리를 300km까지 늘릴 계획이라 기대가 된다.


유럽 소형차 국가대표 프라이드

4세대 프라이드. 2017년 iF 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유럽시장에서 4세대 프라이드(현지명:리오)는 대박 차종이다. 4도어 형태의 세단형과 5도어의 해치백까지 출시돼 유럽 소비자의 엔트리카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인기 이유로 유럽인의 입맛에 맞춘 드라이빙 감각이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장은 4,065mm로 짧지만 휠베이스는 2,580mm로 오버행(바퀴의 축과 앞뒤 각각의 범퍼까지 길이)이 짧아 선회 시 차량의 롤링을 최소화한다.

가솔린 엔진 라인업으로는 직렬 3기통의 1.0리터(998cc) 터보, 직렬 4기통의 1.25리터(1,248cc) MPI(다점분사식) 그리고 1.4(1,368cc)리터 MPI 엔진으로 출시된다. 디젤 엔진으로는 역시 직렬 4기통 1.4리터 (1,396cc) 엔진이 있다. 최근 트렌드에 맞게 다운사이징된 엔진과 직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다듬어 세련된 모습을 느낄 수 있다.하지만 국내에서는 소형차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며 단종이 결정됐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갖춘 차량이 국내 시장에서는 비인기 차종인 경우가 많다. 나라별로 다른 자동차 문화에서 오는 차이다. 국내에선 잘 팔리는 그랜저가 미국에서는 도요타 캠리에 밀려 철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같은 값이면 크기와 차량의 세그먼트를 중요시한다. 한국 자동차 문화의 후진성(?)이 이런 내수 비인기차를 만들어낸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성민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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