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터널,달팽이보다 빨라야..일론 머스크의 조롱?
초고속터널,달팽이보다 빨라야..일론 머스크의 조롱?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2.26 07:46
  • 조회수 3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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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지하 땅굴에서 전기 스케이트 보드에 자동차를 싣고  달리는 것을 어떤 기업가가 상상을 하고 실현해 낼 수 있을까.

이달 미국 동부에서 지하 초고속 터널 구축에 대한 정부 승인을 받은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가 잇따라 화제를 쏟아내고 있다. 보링 컴퍼니는 2016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터널파기 전문 기업이다. 보링(Boring)은 영어로 ‘지루한’이라는 뜻이지만 동시에 자동차 엔진 보링에서 ‘구멍을 파는’ 의미도 갖는다. 터널 회사 이름에서부터 머스크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보링 컴퍼니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커다란 터널 사진과 가상의 터널 주행 영상을 볼 수 있다. 보링 컴퍼니는 이 외에 FAQ, 채용 공고, 미디어 사진과 영상, 모자와 화염방사기 판매(종료) 페이지만 운영한다. 이 웹사이트의 특징은 말수가 적다는 것이다. 그나마 줄 글이 존재하는 FAQ 페이지는 방문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유머로써 정보를 전달한다.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 웹사이트가 아닌 일론 머스크의 소셜 계정 게시물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보링 컴퍼니 웹사이트, 화염방사기와 회사 로고 모자를 판매했다.


FAQ 페이지의 “우리는 달팽이만 이기면 된다”는 문구가 돋보인다. 기존 기술로 터널을 파는 속도보다 느림보의 대명사인 달팽이가 14배나 더 빠르게 기어간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링 컴퍼니는 몇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우선, 지하 터널의 지름을 절반으로 줄여 자동차가 통과할 수 있는 1차선 크기만 유지한다.

굳이 땅을 많이 팔 필요 없이 효율적인 터널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두 번째는 TBM(Tunnel Boring Machine, 터널 뚫는 기계)의 성능을 높이고 24시간 가동하는 것이다. TBM의 냉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만 하더라도 성능은 이론적으로 2배 증가한다. 또한 테슬라 CEO답게 머스크는 터널 내부 이동과 장비 운송을 기존 광산업의 디젤 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로 해결하겠다고 첨언했다. 마지막으로 보링 컴퍼니는 터널 뚫는 기술에 관한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이 분야에는 연구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 분야 중 건축업만이 50년 간 큰 발전이 없는 이유기도 하다.

보링 컴퍼니의 1호 개조 TBM, 고도(Godot).


보링 컴퍼니의 첫 TBM의 이름은 고도(Godot),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이다. 작년 여름 머스크가 트위터로 “우리는 고도를 기다리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 터널의 첫 구간이 완공되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빠른 속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보링 컴퍼니의 의도를 반영한다. 고도는 중고로 구입한 TBM을 보링 컴퍼니만의 기술로 개조한 최첨단 굴착 설비다. 머스크는 이어서 개조될 TBM 이름을 시와 희곡으로부터 따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 중 하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가 될 것이다.

웹사이트의 동영상은 지하 초고속 터널에서 200km/h로 진공 속을 달리는 자동차를 보여준다. 이는 웬만한 지하철보다 빠르며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악명 높은 도시 교통 체증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SF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장면이지만 보링 컴퍼니는 캘리포니아 호손에 위치한 머스크의 우주 운송회사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야외 주차장 지하에 3.2km의 실험용 터널을 만들고 있다. 최근 정부로부터 터널 작업 승인을 받아 동부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이스트 코스트 하이퍼루프(East Coast Hyperloop) 또한 빠른 시일 내 착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속으로 차량을 목적지로 전달하겠다는 머스크의 아이디어가 허무한 공상과학 만은 아닌 셈이다. 머스크의 천재성은 일반인이 따라 갈 수 없는 발상을 하고 실현한다는 데 있다.

한유미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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