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파사트 가솔린 방향전환...결과는 참패
폴크스바겐 파사트 가솔린 방향전환...결과는 참패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6.30 09:45
  • 조회수 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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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높은 디젤과 탄탄한 기본기는 파사트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제 디젤은 들어오지 않고 경쟁차와 기본기 격차도 줄어들었다. 넓은 공간 외에는 딱히 내세울 게 없어졌다.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이 내용은 모빌리스타 6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세계 2위 자동차 기업인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이 미국 정부에 약 147억달러(약 17조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폴크스바겐 디젤 승용차의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배상금입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디젤 배출가스가 1급 발암물질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배상금에는 해당 차량을 산 일반 소비자에게 최대 1만 달러까지 보상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똑 같은 차량을 판매한 한국에서 폴크스바겐의 태도는 정 반대입니다. 해당 소비자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한국 소비자는 호갱이라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폴크스바겐 디젤 사태의 결과를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죠.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폴크스바겐 디젤차의 배기가스가 기준치의 40배나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를 임의적으로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파문이 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폴크스바겐은 판매가 어려운 디젤 대신 가솔린 승용차로 한국 시장 공략을 하려고 합니다. 대표적인 차량이 2.0L 가솔린 엔진을 단 파사트입니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이 이 차량을 타고 점검해 봤습니다.

중형세단 시장은 혼란의 도가니다. 국산차와 수입차가 뒤엉켜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절대 강자와 약자도 없다. 앞서다가 뒤쳐지고 바닥을 기다 위로 치고 올라간다. 예측을 하기 힘든 혼전이다. 최근 닛산 알티마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2000만 원대 가격으로 나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프리미엄 시장과 달리 수입 중형 대중 세단은 유럽차의 입지가 좁다. 폴크스바겐 파사트, 포드 몬데오, 푸조 508 정도인데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나마 파사트가 폴크스바겐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업고 실력 발휘를 했다. 디젤 사태가 불거지긴 했지만 유럽산 디젤 세단이 받은 타격은 그리 크지 않다. 대신 일본산 가솔린 중형 세단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커졌다. 기름값이 내려간 상황도 일본 업체에 유리하다. 디젤 대세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가라앉으면서 중형 세단 시장은 연료 종류에 따른 절대 유리 또는 절대 불리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가격이 싸거나 잘난 차라면 가솔린이든 디젤이든 가리지 않고 인정 받는 분위기다.

혼란 속에 파사트 신모델이 등장했다. 유럽 모델이 들어오는가 일말의 기대를 해봤지만 역시나 미국산이다. 완전변경을 거친 유럽 모델은 고급스러워지고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을 받는다. 국내에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이 들어온다. 이름은 같지만 디자인과 크기가 다르다. 디자인은 미국 모델보다 유럽 모델이 낫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품질이나 고급화 정도도 차이가 난다. 실내 공간 여유를 제외하고는 유럽산에 대한 평이 좋다. 국내에서는 유럽산 모델을 들여와 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신모델 역시 미국산이다.

간결하고 단정하지만 세월이 흘러 세련미는 떨어진다.


페이스리프트지만 변화 크지 않아


이번에 들어온 모델은 페이스리프트다. 연식 변경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모양에 살짝 변화를 주고 주간주행들을 추가했다. 크롬 등 장식 요소를 곳곳에 추가해 밋밋했던 분위기를 좀더 아기자기하게 바꿨다. 이전보다 세련된 멋을 풍기지만 근본 틀은 거의 그대로라 새로운 차라는 느낌은 약하다.

실내도 자잘한 변화에 그친다. 프레임이 없는 룸미러, 디자인을 바꾼 아날로그 시계, 새롭게 추가한 매트 그레이스톤 트림 등 일부 변화에 그친다. 트렁크는 범퍼 아래 발을 뻗는 동작을 하면 자동으로 열리는 이지 오픈 기능을 추가했다. 실내 공간은 예로부터 여유로웠다. 앞좌석은 물론이고 뒷좌석도 널찍하다. 머리와 무릎공간 모두 넉넉하다. 트렁크는 530L나 된다. 넓을 뿐만 아니라 깊어서 손이 닿지 않을 정도다.



요즘 페이스리프트는 스타일 변화는 크지 않더라도 동력계통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파사트도 동력 계통에 큰 변화가 생겼다. 성능 개선 차원은 아니다. 디젤이 없이 가솔린만 들어온다. 디젤 사태 이후 미국 공장에서 디젤 모델은 만들지 않는다. 이번 모델은 1.8L 가솔린 터보다. 페이스리프트 전에도 라인업을 지키던 파워트레인이다. 디젤에 가려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최고출력은 17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25.4kg·m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1.8L 가솔린 엔진은 배기량은 작지만 힘은 여유롭다. 요즘에는 1.5L, 1.6L 터보 엔진도 쓰기 때문에 배기량만 놓고 본다면 1.8L도 상대적으로 큰 편에 속한다. 150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속도를 올릴 때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강하게 밀어 붙이지는 않아도 갑갑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여유는 부린다. 급하게 가속하거나 고속 영역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밀어 붙일 때에는 배기량의 한계가 드러나지만 일상 속도 영역에서는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 없다. 터보 래그는 간간이 느껴진다. 가속페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움찔 튀어 나간다. 변속기는 아주 살짝 뜸들이다가 빠르게 변속하는 패턴을 지녔다. 엔진과 변속기의 결합은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종종 보인다. 변속 충격이 간간이 여과 없이 전달되고 터보 래그까지 가세해 울컥 거리거나 주춤한다. 파워트레인 동력 전달 과정이 세련미가 떨어진다. 공들여 세팅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대중차 수준에 맞게 기본 재료를 결합만 해놓은 것 같다.

신 모델 타이틀을 걸었지만 변화는 크지 않다.


경쟁 모델과 기본기 격차 줄어


스티어링 휠은 지름은 작지 않지만 가늘어서 쥐는 느낌이 아주 역동적이다. 탄탄한 하체는 여전히 마음에 든다. 미국형이라 유럽형 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세단에 비해서는 단단한 편이다. 기본 안정성이 우수해서 승차감도 편안하고 운전도 수월하다. 도로 상황이 어떻든 주행 감각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스티어링 반응도 정직하고 자세 잡는 능력도 우수하다. 고속 안정성은 기대를 밑돈다. 바닥을 꽉 잡아 누르거나 미동 없이 곧게 나가는 능력이 미흡하다. 기본기에 대한 신뢰도가 예전만 못하다. 파사트는 미국형이 유럽형에 비해 기본기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경쟁차에 비해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다른 차들의 기본기가 떨어져서 파사트의 우수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각됐다. 지금은 경쟁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도 수준이 높아져서 동력 성능이나 주행성능에서 파사트 만의 장점이 옅어 졌다.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 한 때다.

연비는 가솔린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낫다. 복합연비는 1L에 11.6km다. 에어컨을 오토에 맞춰놓고 혼자서 타고 다닐 때 도심구간에서는 좀처럼 두 자리 수 연비가 나오지 않는다. 공인 고속도로 연비는 1L에 14.4km이지만 정속주행을 하니 12km대를 유지한다. 작정하고 연비 운전을 하지 않으면 공인연비 만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파사트는 디젤 모델이 있던 시절 잘 나갔다. 디젤 대중 세단 중에서는 유일하게 상위권을 유지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국내에서 가솔린 모델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경쟁 상대는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 일본 세단 만이 아니다. 르노삼성 SM6, 쉐보레 말리부 등 수입차 같은 국산차와도 경쟁해야 한다. 파사트의 가격은 3650만원이다. 국산차 풀 옵션 모델보다 비싸다. 일본 세단은 알티마가 2990만원까지 내려갔고 캠리나 어코드 기본형은 파사트보다 싸다. 디젤 메리트 없이 기본기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넓은 실내 공간과 트렁크는 분명 장점이지만 경쟁 차들도 공간을 키우는 추세라 파사트만의 압도적 장점이라 하기에는 무리다. 주행과 파워트레인 기본기에서도 격차가 줄었다. 파사트가 디젤 특수를 누리던 시절은 지났다. 유럽형 도입이나 디젤 추가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잘 버텨 낼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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