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완성된 자동차 세계 기업 르노-닛산-미쓰비시
마침내 완성된 자동차 세계 기업 르노-닛산-미쓰비시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6.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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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닛산 연맹의 주역인 르노가 다임러의 자회사였던 미쓰비시를 사들였다. 다임러는 한 때 닛산을 인수대상으로 검토했었다. 다임러가 꿈꾸던 ‘세계 회사’(Welt AG)를 르노-닛산이 성사시켰다.
박상원 모빌리스타 에디터

<이 내용은 모빌리스타 6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12일, 르노-닛산 연맹이 미쓰비시 자동차(이하 미쓰비시 주식 34%를 인수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0년 전, 독일의 다임러 그룹이 이루고자 했던 ‘세계 기업’(World company)의 꿈을 르노-닛산이 이뤘기 때문이다.



미쓰비시는 2000년, 독일의 다임러 그룹이 지분의 34%를 인수하면서 다임러 그룹의 일원이 됐다. 이후 미쓰비시는 상용차 제품 결함 폭로 및 리콜로 인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2005년 11월, 다임러가 미쓰비시 보유 주식을 완전히 매각한 이후 미쓰비시는 홀로서기 중이었다. 이번 인수가 다임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2010년, 다임러는 르노-닛산 연맹과 주식 3.1%를 상호 교환하면서 협력을 확대 중이다. 5월 12일은 사실상 르노-닛산-미쓰비시-다임러 연맹이라는 거대한 자동차 그룹이 탄생한 날이다. 11년 전 은퇴한 다임러 그룹의 전 CEO인 위르겐 슈렘프 회장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날이기도 하다.

닛산은 지난 5월 12일 미쓰비시 인수 기자회견을 열었다. 닛산은 르노와 닛산을 포함해 세계 4위로 올라섰다.


세계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 이뤄지는 합종연횡은 오랫동안 진행된 산업 추세다. 르노-닛산 이외에도 도요타가 대표 사례다. 도요타는 스바루(2005년 이후 지분 16.5% 보유), 다이 하츠(지난 1월 지분 100% 인수), 마쓰다(2015년 5월 기술제휴 발표) 등 일본 내 중소형 경쟁사들을 매입하거나 기술제휴를 맺었다. 2011년부터는 독일 BMW와 친환경기술 관련 중장 기적인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도요타는 스바루-다이하츠-마쓰다-BMW 그리고 포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회사 및 제휴사들과 관계를 맺고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응한다.

르노-닛산-미쓰비시-다임러 연맹은 도요타와 달리 관계사들이 서로 주식을 보유한다(르 노-닛산은 다임러 지분 3.1% 보유). 도요타의 ‘느슨한’ 전략보다 구성원들 사이에 현실적 유대감이 큰 구조다. 특히 이 연맹은 다임러가 한때 인수대상으로 생각했던 닛산을 포함하는 르노-닛산 연맹의 주역인 르노가 다임러의 자회사였던 미쓰비시를 사들였다. 다임러가 꿈꾸던 ‘세계 회사’(Welt AG)가 완성된 셈이다.

다임러-벤츠 회장 위르겐 슈렘프(좌)와 크라이슬러 회장 밥 이튼(우)이 1998년 5월 7일 런던에서 역사적인 합병에 서명했다

마침내 이뤄진 세계 회사의 꿈


‘Welt AG’는 무슨 뜻인가? 독일어인 ‘Welt AG’는 영어로 ‘World Company’ 즉 ‘전세계를 아우르는 회사’를 가리킨다. 지난 1990년대 전세계 자동차 산업을 휩쓸었던 규모의 경제 추세에 맞춰 당시 다임러 그룹의 CEO였던 위르겐 슈렘프 회장이 추구하던 기업 형태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많은 컨설팅 업체들은 2000년대에는 전 세계에 5개 완성차 업체만 살아 남는다고 전망했다.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규모의 경제’(the economy of scale)를 외쳤다. 이 움직임은 당시의 정치 사회 분위기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양분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 진영간의 냉전이 붕괴했다. 마침내 1991년, 소련이 러시아와 주변 국가들로 해체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승리를 외치던 시점이다. 그동안 소련과 중국으로 대변되던 공산주의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던 인도와 아프리카 등 거대한 신규 시장이 닫힌 문을 열었다. 미국· 독일·프랑스·이태리·일본·한국이라는 국적에 국한된 전세계 상위 15개 정도 완성차 업체들은 더 넓어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펼쳐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제품을 새로운 고객군에게 제공해야 했기 때문에 생산량이 큰 회사만 살아 남는 다는 ‘규모의 경제’ 논리가 업계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이 1995년 다임러 그룹의 CEO가 된 슈렘프 회장이었다.

크라이슬러 300C를 비롯해 다임러-크라이슬러 합병 후 두 회사의 자원을 이용한 차들이 속속 등장했다.


슈렘프 회장은 1998년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00년 미쓰비시 주식 34%를 인수해 유럽·미국·일본에 걸친 거대 자동차 그룹을 이뤘다. 전 세계 언론은 흥분했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다임러 그룹이 미국은 물론 일본의 업체를 인수해 짧은 시간에 규모의 경제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슈렘프 회장이 가장 인수하고 싶어 한 일본 회사가 원래 닛산이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재무상황이 열악해진 닛산과 미쓰비시가 골칫거리였다. 경제 분위기 상 당시 일본 2위 완성차 업체인 닛산과 한 때 현대차의 스승격일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지닌 미쓰비시를 파산시킬 수는 없었다.

슈렘프 회장은 닛산을 크라이슬러 다음 인수 대상으로 꼽았다. 다임러와 닛산의 기업문화가 많이 유사해 그렇게 본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양쪽 모두 엘리트 출신들이 주축인 회사다. 기술을 중시하고 매뉴얼대로 시행하는 우직한 기업문화가 존재했다. 문제는 크라이슬러 임원들이 미쓰비시를 강력히 추천했다는 사실이다. 크라이슬러는 미쓰비시와 오랫동안 기술 제휴를 했기 때문에 호환되는 제품이 많았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면 미쓰비시가 최적이었다.


닛산 대신 미쓰비시 택한 다임러


다임러 내부에서도 슈렘프의 닛산 인수를 지지하는 임원들이 적었다.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상황에서 호환이 되지 않는 회사를 인수하면 인수 후 통합(PMI, Post Merger Intergration)이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슈렘프는 분한 눈물을 삼키면서 미쓰비시로 결정을 내렸다. 16년이 지난 지금, 슈렘프의 원래 결정이 오히려 맞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글로벌 업체 중 약체에 속하던 르노는 르노-닛산 동맹을 통해 유럽에서 폴크스바겐 그룹 다음으로 강한 자동차 그룹에 등극했다.

슈렘프 회장 사임후 크라이슬러 CEO였던 디터 제체가 다임러 회장직을 물려 받았다.


특히 주요시장인 유럽과 남미에서 위축되던 르노는 북미시장에 강한 닛산의 실적을 통해 회복을 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쓰비시를 인수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쓰비시를 시작으로 ‘Welt AG’의 꿈이 와해되기 시작했다. 인수 직후부터 미쓰비시의 상용차 부문이 오랫동안 다수의 제품 결함을 은폐했다는 사실이 터져 나왔다. 연이은 리콜과 판매 감소로 미쓰비시의 재무상태가 더 악화됐다. 당황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쓰비시 자동차의 공동주주인 미쓰비시 그룹 계열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다임러는 결국 큰 손해를 보고 미쓰비시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해 2005년 모든 주식을 팔았다. 대신 다임러는 미쓰비시 자동차의 상용차 부문만 남겼다. 현재까지 미쓰비시 후소(FUSO)는 다임러 그룹 자회사로 남아 있다.

다임러는 미쓰비시를 인수했다가 상용차 부문(FUSO)만 남기고 다시 팔았다.


슈렘프 회장의 고통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인수 후 계속되는 적자와 투자가들의 소송 등으로 2007년 5월 크라이슬러를 사모펀드인 세베루스에게 50억 달러에 매각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은 공중분해 됐다. 이후 나온 합병 실패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크라이슬러 인수 후 해당 임직원들 대거 해임: 다임러와의 합병을 찬성했던 크라이슬러 CEO는 물론 CFO 등 다수의 임원들이 합병 이후 밀려났다. 다임러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점점 나빠졌다.

(2) 제품 통합 실패: 다임러는 크라이슬러의 연구개발 능력을 하위로 보았다. 크라이슬러 트럭과 SUV의 경쟁력을 평가절하 했다. 벤츠의 신형 플랫폼을 공유하지 않아 시너지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2005년 슈렘프 회장은 사임했다. 크라이슬러 CEO였던 디터 제체가 다임러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이후 다임러는 더 이상 M&A를 추구하지 않았지만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닛산을 미끼로 다임러 그룹과 제휴하는데 성공했다. 다임러 내에서 닛산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좋다는 사례라고 할까. 결국 양측은 2010년 지분 3.1%를 상호 교환했다. 현재 15개 공동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피니티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에 대한 다임러의 공용화, 닛산 미국 공장에서 다임러에게 2.0L 엔진 공급 등이다. 이러한 와중에 한때 다임러의 자회사였던 미쓰비 시가 르노-닛산 동맹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르노-닛산과 다임러는 2010년 제휴 이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슈렘프 전 회장이 꿈꾸던 ‘Welt AG’가 마침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앞으로 르노-닛산-미쓰비시(+다임러 그룹) 연맹은 어떻게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을 놀라게 할까. 은퇴해서 독일 뮌헨에 살고 있는 슈렘프 전 회장은 마침내 실현된 그의 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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