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제네시스 럭셔리 탈 쓴 비싼 차에 그칠까
현대 제네시스 럭셔리 탈 쓴 비싼 차에 그칠까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6.21 10:02
  • 조회수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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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카 열풍을 타고 자동차 업계에 럭셔리 마케팅이 한창이다.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가 생겨나고 너도 나도 럭셔리라 외친다. 럭셔리라고 내세우기는 쉬워도 진짜는 되기 힘들다. 럭셔리의 탈을 쓴 비싼 차만 활개친다.
신홍재 모빌리스타 에디터<이 내용은 모빌리스타 6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800년대 후반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라는 편리한 교통수단이 등장하면서 인간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 여유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남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풍조로 이어졌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풍조를 이윤 추구 기회로 적극 활용해왔다. 서브 브랜드까지 만들어내며 수익 극대화에 골몰한다. 럭셔리 패션업체와 마찬가지로 치장을 더하고 디자이너 이름을 붙인다. 더 큰 엔진을 달아 가격을 높인다. 이런 차를 자동차 업계에서는 럭셔리카라고 부른다.

럭셔리카는 자동차 회사의 큰 돈벌이 수단이다. 인간의 필요보다는 소유욕과 과시욕에 초점을 둔 마케팅 상품이고 소비자는 이에 열광한다. 럭셔리카의 기준은 무엇일까? 자동차 디자이너, 자동차 회사에서 수십 년 일한 상품기획 담당자,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자에게 물어보면 럭셔리 카의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럭셔리 시장은 사륜구동이 유행이다.


첫째, 뒷바퀴굴림 이어야 한다. 이는 오랜 전통이다. 네바퀴굴림 흐름도 있으나 뒷바퀴굴림이 뒷좌석 승차감이 가장 아늑하다. 앞바퀴굴림은 자격이 되지 않는다. 둘째, 앞 축에서 대시보드까지 길이가 긴 비율이 나와야 한다. 과거 럭셔리카들은 엔진이 컸기 때문에 자연스레 휀더 길이가 길어졌고 이는 아름답고 우아한 비율로 자리 잡았다. 셋째, 화려한 옵션과 성능으로 확실한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 역사와 혈통 그리고 그에 걸맞은 특징 이 꾸준히 이어져 내려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싼 가격이다.

자동차 역사가 100년이 넘는 미국·유럽·일본에서는 이런 기준에 맞지 않으면 럭셔리카로 인정하지 않는다. 판매량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좀 다르다. 자동차 역사가 짧고 소비자 인식도 부족하다. 〈모빌리스타〉는 럭셔리카를 좀 더 잘 이해하고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벤츠와 BMW는 럭셔리 차의 요건 중 거의 모든 부분을 만족하는 진정한 럭셔리카다. 사진은 BMW 7시리즈.


현대차 제네시스, 미완의 출발


우선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를 살펴보자.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새롭게 만든 럭셔리 브랜드다. 모델은 두 가지다. 신생 브랜드라 역사는 전무하지만 첫 걸음부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출시한 두 모델은 모두 뒷바퀴굴림 기반이고 네바퀴굴림 옵션도 마련했다. 차체 비율 또한 럭셔리카에 걸맞게 잘 설계했다. 옵션의 화려함이나 성능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내장재 품질은 높은 점수를 받는다.

제네시스는 신생 브랜드이지만 출발이 좋다. 부족한 부분을 빨리 다듬어야 앞으로 출시될 중국산 럭셔리카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


제네시스의 디자인과 뒷바퀴굴림 레이아웃은 럭셔리카의 기본기를 만족시키지만 성능까지 럭셔리라 하기에는 무리다. 세계적인 럭셔리카로 인정 받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는 퍼포먼스와 주행 안정성이다. 연료 효율성은 21세기에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 부분 또한 세계 상위권과 거리가 멀다. 제네세스의 두 모델은 최근 BMW에서 영입한 임원까지 가세해 조율을 했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참여하지 않아서 그런지 퍼포먼스와 주행안정성은 유럽 또는 미국의 대중 브랜드보다도 못하다. 연료 효율성은 최근 브랜드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인데 이 부분역시 하위권이다.

제네시스는 마치 BMW와 경쟁이라도 하듯 8단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한 때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조율한 것처럼 과대포장까지 했다. 제네시스의 8단 자동변속기는 잘 만든 6단 변속기보다도 못하다는 평을 받는다. EQ900은 고속주행시에도 실연비 기준 1L에 10km를 달리기 힘들다. 제네시스 G330의 가속은 느리고 핸들링 또한 실망스럽다. 대중 브랜드의 앞바퀴굴림 모델이 오히려 낫다. 저속 주행 시에는 느끼기 힘들지만 시속 150km 이상 고속으로 달릴 때에는 뒷바퀴에 접지력이 떨어져 안락하기는커녕 긴장해야 한다. 퍼포먼스는 변속기와 엔진을 손보면 나아지겠지만 핸들링과 주행 안정성은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네시스는 럭셔리카의 탈을 쓴 비싼 차다.



럭셔리는 많지만 진짜는 드물어


이런 문제는 제네시스만 겪는 일이 아니다. 아우디도 2005년 즈음 럭셔리를 앞세우고 재탄생을 외쳤다. 당시 아우디 콰트로는 앞바퀴굴림을 기반으로 한 네바퀴굴림이라 주행 감성이 다른 뒷바퀴굴림 럭셔리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 없었다. 아우디는 그 후 모든 모델의 플랫폼을 바꿔 단점을 개선했다. 럭셔리카 브랜드에 걸맞게 기함인 A8 라인업에서 앞바퀴굴림을 없앴다.

럭셔리카 중 볼보는 대중 브랜드와 럭셔리 중간에 위치한다. 볼보는 과거 뒷바퀴굴림을 만들어 오다 1999년 포드에 넘어가면서 럭셔리카의 대열에서 빠지는 듯했다. 2010년 중국의 질리자동차로 매각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흥미롭게도 볼보가 새로 출시한 S90은 앞바퀴굴림이지만 비율은 뒷바퀴굴림 자동차와 비슷하다. 굉장히 흥미로운 특성으로 자동차 업계에 처음 선보이는 조합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미국의 럭셔리를 표장하는 포드그룹의 링컨은 과거 역사와 혈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든 모델이 앞바퀴굴림 기반이고 포드와 플랫폼을 공유해 고급차만의 가치가 떨어진다. 링컨은 컨티넨탈을 부활시켜 한단계 도약을 노린다. 컨티넨탈은 앞바퀴굴림 방식을 쓰는 등 고급차 트렌드와는 별개의 길을 간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앞바퀴굴림 자동차가 될 확률이 크다. 독자성을 위한 노력이지만 위험성이 큰 도박이다.

럭셔리카 브랜드들은 라인업 확대와 완성도 높이기에 집중한다.


럭셔리 시장은 요즘 어느 때보다 주목 받는다. 중국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업계는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전까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중국의 수요는 엄청나고 날이 갈수록 커진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부족한 점들을 빨리 보완하지 않으면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차별화하기 힘들다. 제네시스가 준비중인 SUV는 핸들링과 연비, 고속 주행 안정성 같은 기본기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큰 도박을 하지 않는 이상 치고 올라오는 중국 럭셔리 자동차에 묻힐 가능성도 엿보인다. 제네시스가 BMW를 벤치마킹 하지 말고 독자적인 파워트레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6기통 터보 엔진과 대용량 전기모터를 조합해 연비와 출력을 동시에 잡고 친환경까지 잡을 수 있는 신선한 노선을 밟아보면 어떨까 한다.

럭셔리의 탈을 쓴 비싼 차는 이외에도 무수 히 많다. 소비자들은 이런 차들을 잘 구별해내야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유행어)이 되지 않는다. 판매량이 저조해야 제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가격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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