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EV, 하이브리드를 넘어 전기차로 가기 위한 9부 능선
PHEV, 하이브리드를 넘어 전기차로 가기 위한 9부 능선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08 13:41
  • 조회수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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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는 궁극의 친환경차인 전기차로 가기 위해 꼭 밟고 올라서야 할 마지막 계단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중간단계인 PHEV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PHEV는 궁극의 친환경차인 전기차로 가기 위해 꼭 밟고 올라서야 할 마지막 계단이다.






▎지난 5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전기차전시회에서 선보인 쉐보레 2세대 볼트. 전기차 모드 주행거리가 80㎞에 달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혁신이라는 것은 매우 드물다. 애플처럼 세상을 확 바꾸는 스마트폰 같은 변혁은 꿈도 꾸기 어렵다. 한 단계 한 단계 조금씩 신기술을 적용한다. 궁극의 친환경차인 전기차가 그렇다.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는 전기차로 가기 위한 9부 능선이다.

자동차의 발달은 계단 오르기와 비슷하다. 순서를 건너뛰는 일이 드물다. 어느 날 갑자기 태양광 자동차가 등장해 도로를 메우는 일은 현재 기술로는 기대하기 힘들다.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역시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나마 가장 현실화된 미래형 자동차는 전기차다. 이미 여러 자동차 메이커가 전기차를 양산한다. 일반적인 승용차는 물론, 테슬라의 모델S 같은 스포츠 세단이나 BMW i8 같은 스포츠카까지 영역을 넓힌다.

하지만 전기차 세상이 왔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대중화에는 아직도 제약이 많다. 충전 시간과 충전소 인프라, 완전 충전 후 주행할 수 있는 주행거리, 가격 등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궁극의 친환경차의 전단계





▎폴크스바겐 골프 GTE는 전기차의 친환경 성격을 보강하고 골프 특유의 주행 역동성을 더한 PHEV다. 1.4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기존 GTI 못지않은 운전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전기차는 1990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처음 시작은 원유 같은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만큼 보급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의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가 없어지는 만큼 새로운 산업 구조가 요구된다. 그런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게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의 중간단계로 등장한 게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더했다. 전기차의 특성을 살짝 집어넣은 셈이다. 물론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서다. 하이브리드는 기존 가솔린 엔진 차량에 비해 30∼50% 좋아진 연비와 각국 정부의 친환경 규제 강화로 점점 보급률이 높아진다.

하이브리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좀 더 전기차다운 자동차가 등장했다. 바로 PHEV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결합은 하이브리드와 같지만 역할이 뒤바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가 내연기관과 비슷하거나 더 큰 일을 한다. 전기차를 충전하듯이 PFEV 역시 배터리를 전기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다. 하이브리드보다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수십 배 이상 길어진다. 최고속도도 빨라졌다.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일반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만으로 1~2㎞를 달리 수 있지만, PHEV는 20㎞ 이상 달린다. 전기로만 달릴 때 최고시속이 각각 40㎞와 시속 100㎞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PHEV는 하이브리드를 기반으로 하느냐, 전기차를 기본으로 하느냐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하이브리드 기반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 용량을 키운 것이다. 하이브리드와 특성은 비슷하지만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와 최고속도가 늘어난다. 대표적인 게 프리우스 PHEV로 하이브리드를 보강한 차다.

전기차 기반은 전기차에 내연기관을 보조적으로 달아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한다. 내연기관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용도로만 쓰고 바퀴를 굴리는 데에는 힘을 보태지 않는다. 충전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행중에 배터리가 방전될 염려가 없다. 주행거리도 60L가 넘는 연료탱크 용량 덕분에 일반 전기차에 비해 매우 길다.

전기차 짧은 주행거리 단점 해결

BMW i3는 순수 전기차이다.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160㎞라는 짧은 주행거리다. 한겨울 히터나 여름에 에어컨을 틀면 주행거리는 30% 가까이 줄어든다. 이런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발전기 용도로 2기통 650cc 가솔린 엔진을 추가도 달았다. 주행거리는 무려 300㎞까지 늘어난다. PHEV 바로 직전 단계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계단은 ‘내연기관-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 기반 PHEV-전기차 기반 PHEV-전기차’로 정리할 수 있다. 요즘 들어 PHEV가 빠르게 중간 계단 역할을 확장한다. 국내에도 속속 신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BMW는 i3 PHEV는 스포츠카 성능을 낸다. 1.5L 3기통 터보 엔진에 전기모터를 달았다. 배기량은 작지만 전체 파워는 362마력에 이른다. 0→시속 100㎞ 가속도 4.4초로 웬만한 스포츠카를 앞지른다. 전기모터만으로 37㎞(유럽기준) 가량 달릴 수 있고, 주행 가능거리는 600㎞에 달한다. 유럽 기준 연비는 L당 47.6㎞다.

처음부터 PHEV 스포츠카로 개발된 i8은 가격이 1억9990만 원의 고가라 PHEV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올해 배정 물량 185대가 이미 계약이 끝났다.

포르셰가 출시한 카이엔S E-하이브리드도 PHEV다. 333마력 V6 3.0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출력을 합해 416마력의 힘을 낸다. 전기모드 만으로 36㎞(유럽기준)을 달릴 수 있다. 가격은 1억1490만 원부터 시작한다. BMW X5 e드라이브, 메르세데스- 벤츠 S 500 PHEV도 연내 출시를 기다린다. 이처럼 고성능 PHEV 시장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대중적인 PHEV도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지난 5월 국내 시승행사를 통해 공개한 폴크스바겐 골프 GTE다. 전기차의 친환경 성격을 보강하고 골프 특유의 주행 역동성을 더했다. 1.4L TSI 엔진과 전기모터, 6단 DSG가 결합해 기존 GTI 못지않은 운전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전기모터만으로 50km를 달리고 최고시속은 130㎞까지 낼 수 있다. 유럽기준 연비는 L당 66.6㎞로 매우 높다. PHEV이지만 일반 고성능차와 다를 바 없는 달리는 즐거움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다. 골프와 같은 차체와 동력장치를 사용하는 아우디 A3 e트론 역시 비슷한 컨셉트다. 연비와 친환경, 운전의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주행 가능 거리도 940㎞에 달해 일반차와 별 차이가 없다.

한국GM은 5월 초에 열린 세계전기차전시회(EVS28) 행사에서 2016년 한국에 쉐보레 볼트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볼트는 2010년 시판한 PHEV 선도 모델이다. 한국GM이 들여오는 차세대 볼트는 전기모드 주행거리가 80㎞에 달한다. 다른 PHEV에 두 배다. 볼트와 함께 PHEV 대중화의 양대 산맥인 도요타 프리우스 PHEV도 연내 국내에 선보인다.

쏘나타 PHEV, 전기차로 40㎞ 주행





▎현대차가 연내 시판할 국산차 최초의 PHEV LF쏘나타. 기존 쏘나타와 외관은 갖지만 전기차 모드로 40㎞를 달릴 수 있다
이런 PHEV 수입차 출시 추세에 국산차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5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처음으로 쏘나타 PHEV를 공개했다. 국산차 최초 PHEV 모델이다. 기존 쏘나타와 외형은 갖지만 최고출력 150마력의 가솔린 엔진과 50㎾ 전기모터, 9.8㎾h 리튬이온 배터리로 동력장치를 구성했다. 순수 전기차 모드로 40㎞를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 출시했다. 올해 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아 K5 PHEV 역시 쏘나타 PHEV와 같은 동력장치를 쓴다. PHEV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할 모델이다.

PHEV가 전기차 모드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보통 30~40㎞이다. 국내 자동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0㎞대이다. 가까운 거리를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내연기관 엔진을 가동하지 않고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밤에 집에서 충전을 해 놓으면 매일 전기차 모드로 출퇴근하는데 지장이 없다. 전기료는 기름값에 비해 절반 이상 저렴하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도 엔진을 이용한 자체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차보다는 배터리 용량이 작아 충전 시간이 짧다. 주행 중에 배터리가 와전 방전되더라도 내연기관을 통해 달릴 수 있어 양산 전기차보다 매력적이다. 전기차 중간단계 역할을 해내기에 충분한 성능과 효율성과 편의성을 지닌 셈이다.

PHEV 신차 출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지만 국내 법규와 연비 기준은 아직도 거리가 멀다. 박근혜정부가 매번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기업 환경의 변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PHEV 연비는 하이브리드 기준 그대로다.

i8의 유럽 연비는 L당 47.6㎞이지만 국내 연비는 L당 13.9㎞에 불과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당 123g으로 유럽 기준 49g과 차이가 크다. 더구나 국내 자동차 분류상 PHEV는 하이브리드로 분류된다. i8은 전기차 혜택도 받지 못한다.

또 국내 연비 기준에 따라 L당 18㎞ 이상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당 97g 이하에 주어지는 친환경차 혜택과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다른 PHEV 사정도 비슷하다.

중앙대학교 이남석(경영) 교수는 “하이브리드에 비해 한 단계 위급 친환경차인 PHEV가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역차별을 받는다”며 “PHEV가 제대로 보급되려면 관련 법규와 연비 기준이 속히 재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유가 기조에도 ‘지속가능한 지구’라는 인류 공존을 위해선 전기차 시대가 하루 빨리 와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친환경차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는 요즘 PHEV 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중간단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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